친밀한 관계만큼이나 ‘애매한 관계’를 다루는 방식이 중요하다
옥스퍼드대 진화생물학 교수 ‘로빈 던바’는 저서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에서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던바의 법칙’이라 부릅니다. 던바의 법칙은 3배수의 법칙으로도 불립니다.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친구는 5명, 절친한 친구는 15명, 좋은 친구는 35명, 그냥 친구는 150명, 아는 사람 500명…과 같은 식입니다. 던바의 법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깊이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생각보다 적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다른 포유류의 집단생활과는 다른 ‘초집단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침팬지가 150마리 모여 있으면 난장판이 일어납니다. 침팬지는 모든 구성원을 알아야 사회가 형성되고, 모르는 이를 위험 요소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중 일부만을 알아도 평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선천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지만, 계획적인 자기 수정을 통해 이에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친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명도 아닌, 회사 동료와 같은 ‘애매한 관계’를 다루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애매한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은 시대적 분위기나 사회문화의 영향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생활에서 회식 참여는 거의 필수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직에 대한 희생만큼이나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대두되었고, 권위적이고 불통하는 리더는 무능한 리더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이 커다란 조직 안의 한 개인으로서 애매하고 넓은 인간관계를 다루는데 혼란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너무 빨라 우리가 받은 교육이 쫓아가기 어렵고, 정답을 찾기가 힘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