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유행하는 알파벳 네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MBTI 테스트 결과이죠. 다들 한번쯤 SNS로 공유된 링크를 통해 검사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나는 0000 유형이었구나’하며 자아를 찾은 듯한 기분을 느낀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검사에 따르면 저는 ENTP 유형의 사람입니다. 이 유형의 사람은 논쟁을 좋아하는 ‘뜨거운 변론가 타입’이라고 하더군요. 문득 이 글을 읽고 계신 사우님의 MBTI가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MBTI 유형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 같습니 다. 결과값을 통해 서로의 성격 특성을 간략하게 소개해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부담 없는 이야깃거리이자 나에 대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도구,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요?
한창 유행했던 혈액형 유형도 있고요, 생일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처음 만나는 자리나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자주 거론되는 주제라 생각이 드는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인의 MBTI를 묻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의 표현입니다. 그를 더 잘 알기 위해 묻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나와의 차이를 알고, 서로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맞아, 내가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는 것처럼요. 하지만 모든 사람의 성격을 네 가지 기준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 다. 각 개인이 가진 특별한 개성과 색깔은 너무도 다채롭기 때문이죠. 복잡 다단한 인간이기에 때론 자신조차도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사회가 정의해주거나 외부에서 얻게 되는 타이틀을 벗겨내고 보면, 내가 가진 진짜 모습과 생각은 어떤 색인지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마이 어스와 브릭스가 세운 네 가지 기준 이외에, 스스로 정의하고 싶은 사색(四 色)은 무엇인가요?
어느덧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올 초에 세웠던 목표와 계획들을 되돌아보려 하면 또 새해가 성큼 다가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 잠시 멈추어 서봅니다. 나조차도 나에게 관심 가질수 없는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깊은 사색(思索)을 통해 천천히 나의 사색 (四色)을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모든 것을 풍요롭게 하는 이 계절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날로 깊어져 가는 가을날, 문득 당신의 사색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