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Place
빛의 역사가 흐르는 길 서울 X 서울본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기 위해 뜨겁게 타올랐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뜨거운 염원과 숨결이 남아있는 길은 빛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의 근간이 되었던 뜨거운 숨결과 빛의 역사가 서린 그 길들을 사창립기념일에 즈음하여 되짚어본다.
장은경 사진 이원재(Bomb 스튜디오)
경복궁 향원지 / 고종의 길
소용돌이치던 날들의 풍경, 덕수궁 정동길
경복궁에서 덕수궁으로 이어지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는 서울의 중심부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나 이곳엔 나라의 명운이 스러져가던 날들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공간들이 있다. 덕수궁 후문 쪽에서 시작되는 고종의 길은 198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일제의 눈을 피해 덕수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고종이 피신했던 길이다. 이 길은 구러시아공사관이 남아있는 정동공원까지 120m가량 이어진다. 짧은 길이지만 스러져가던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가 서려서인지 발걸음이 묵직해진다. 예원학교 옆에 자리한 중명전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장소이다. 1897년 황실의 서재로 이용되다가 1904년부터 고종의 임시거처로 쓰였다.
사적 465호 경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공간이었고,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역사적 현장이다. 여러 가지 곡절로 인해 경교장의 소유주는 여러 번 바뀌었고, 대사관, 의료시설 등으로 용도 변경되어 훼손되었다가 결국 소유주가 사기업으로 넘어갔다. 이후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의 복원 필요성이 제기돼 원형을 복원하기에 이르렀고, 2013년 3월부터 민간에 개방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공간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장소인 경교장
빛의 역사를 열다, 경복궁 향원지
덕수궁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자리한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으로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빛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이기도 하다. 고종 24년에 이곳 경복궁 내 건청궁에서 최초 점등이 이뤄졌다. 전기 도입은 근대문명을 일궈낸 원동력이었으며 근대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 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미국인 전등 기사 맥케이를 초빙하여 1887년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등소를 완공하였다. 최초 점등일은 1887년 1~3월경으로 추정되며,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혔다.
향원지 북서쪽에는 전기발상지 표지석이 서 있다. 2015년까지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발전소인 전기등소가 있었던 터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시행한 경복궁 흥복전 권역 영훈당 터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이자 전기 발상지인 전기등소의 실제 터가 발굴되었다. 이 조사를 통해 그간 향원지의 북서쪽으로 알려졌던 전기등소 위치가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의 북쪽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당시 화력발전에 사용된 석탄연료 저장고인 탄고의 유구도 확인되었고, 아크등 심지, 이곳에서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와 발전소 터 등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졌던 전기등소 유구가 확인되었다. 아울러 아크등에 사용되었던 탄소봉, 연대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세라믹 애자 등 전기 관련 유물도 출토되었다.
2015년 경복궁 영훈당 터 발굴조사로 전등소의 정확한 위치가 밝혀졌지만, 전기도입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세워놓은 건청궁 앞 전기발상지 표지석은 여전히 이전의 잘못된 자리에 세워져 있는 상태다. “전등소는 구한말 격동기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전기설비를 도입하여 근대적 과학 문명의 빛을 밝힌 매우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죠. 한전에서 개화의 상징적 공간인 전기발상지 표지석을 올바른 전기등소 터에 다시 세우는 것이 시급합니다.”라며 이곳에서 만난 김응태 경복궁 문화관광해설사(전 서울지역본부장)는 강조했다.
경복궁 향원지 북서쪽에 자리한 전기발상지 표지석. 하지만 전기등소가 실제로 있던 자리가 이곳이 아닌 향원지 남쪽으로 밝혀져 이전이 시급하다.
전 서울지역본부장을 역임한 김응태 경복궁 문화관광해설사가 전기발상지 표지석의 이전 필요성을 강조한다.
백년 전기역사의 산실, 서울본부 사옥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만나는 서울본부 건물 역시 전기역사에서 매우 의미가 깊은 공간이다. 우리 회사의 전신인 경성전기부터 한국전력주식회사 시대까지 본사 역할을 했던 곳이다. 건물의 나이는 무려 93세. 남대문통 2정목 5번지 일대(현재 남대문 로) 787평 토지에 1928년 경성전기의 경성지점 사옥으로 준공됐다. 우리나라 최초 내진 내화 설계가 적용된 건물이며, 500개 넘는 전등과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당대에는 근대화를 이끄는 초현대식 건물로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1961년 전기 3사가 통합돼 한국전력주식회사가 출범한 후 1979년 여의도 사옥으로 이전하기까지 본사로서의 소임을 다했으며, 1991년 6월 5일에 ‘서울지역본부’가 이곳에서 발족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건물은 1920년대 근대적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사무용 빌딩으로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보존 가치가 크기 때문에 2002년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경성전기 시대의 경성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가 사옥 1층 로비에 전시돼 눈길을 끈다.
서울본부 사옥 5층에 자리한 1970년대 필름영사기. 당시 전력산업 홍보와 계몽영화 상영을 위해 사용됐다.
경성라운지에 들어서면 경성지점 당시로 돌아간듯 하다. 구 사옥의 금고실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있으며, 전력사 초기 사진들과 역대 사장, 본부장의 명판이 전시돼 있다.
다시, 미래에 기억될 역사를 만들다-서울본부
전력사적으로 유서깊은 공간인 서울본부 사옥 앞에 선 대표 직원들. 왼쪽부터 김혜민 대리, 구애경 차장, 이호상 대리, 김준열 부장.
산뜻하게 리모델링된 직원 휴게실.
주요기반시설과 정보통신망 보안을 담당하는 정보보안부.
서울본부는 정부종합청사와 금융사, 언론사 등 주요 기관이 밀집한 한강 이북의 14개 자치구를 관할하고 있다. 올 한해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시스템으로의 혁신을 위해 아크보호 스마트 안전모와 선로공사용 이동식 발받침 설비를 개발하여 안전사고 위험을 낮췄으며, 지중설비가 많은 서울 특성에 최적화된 지하변전소 방재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재난예방을 강화하였다.
아울러 서울본부는 탄소중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와 협업하여 ESCO 기반 신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여 통합 에너지플랫폼을 구축해 넷제로를 선도하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소 부지의 평가 기준에 수요전망을 합리적으로 반영하여 이용 빈도와 매출을 상승시켰다. 이 밖에도 K-방역 의료체계 지원을 통해 백신중앙센터 특화 전력서비스를 제공하고,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진에 대한 간식응원을 시행하였으며, 소상공인과 협업해 상생도시락을 제작하여 소외이웃에게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y Seoul 옥상정원에서는 남대문로와 을지로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옥상에 자리한 글래스하우스는 야외 회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본부 1층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화이트톤으로 고급스럽고 산뜻하게 리모델링된 고객지원실
경성라운지에서 전력사를 되짚는 서울본부 사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