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Maker.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새로운 모멘텀,
‘직원 정서’
출근길이 고통스럽고 회사 가는 게 걱정스러운 직원 A와 회사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렵긴 하지만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며 출근하는 직원 B.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 고민할 것도 없이 후자다. 그래서 회사는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의 정서를 긍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성과를 위해 직원들을 ‘푸시’하는 대신 ‘마음 챙김’ 명상이나 상담 서비스, 웰빙에 초점을 둔 업무 툴을 제공하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한솔(HSG 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해결점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 같아

#관계_관리 #마음_진단의_중요성 직원의 정서 관리를 고민하는 기업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유연 근무 지원이나 명상실, 운동 공간 등 시설 제공, 강화된 보상 등으로 사기 진작을 시도한다. 이와 더불어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와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상담센터’ 다. 상담 전문가를 고용해 직원들의 정서 상담을 진행하는 형태다.
관계 관리의 핵심은 서로에 대한 ‘공감’이다. ‘나 때는’이 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그럴 수 있겠다’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행하긴 어렵다. 그래서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글에선 재미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블루닷’이라는 내부 서비스를 만들어 직원 상호 간 ‘들어주는 시간’을 갖도록 한 것이다.
속내를 터놓고 싶은 직원이 ‘대화 신청’을 하면 경청 프로그램을 수료한 직원이 그 얘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해 주는 게 핵심이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터놓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본인이 갖고 있는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이 해소된다고 한다. 또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구글이지만, 유일하게 내부에 남지 않는 게 블루닷의 데이터라고 한다.
뇌과학자, 심리학자들의 참여로 만든 ‘내면 검색(Search Inside Yourself)’도 구글의 사내 교육용으로 개발된 명상 프로그램이다. 직원의 감성 지능을 향상하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며, 퀄컴, 링크드인 등의 기업들이 이를 정식 도입하기도 했다.

불안한 심리 상태를 말하면
커리어에 오점이 되지 않을까?

#업무_관련_정서_케어 #번아웃_감지_기술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바 인사이트’는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번아웃을 감지하고 예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개발한 툴이다. 개인부터 리더까지 휴식이나 집중, 배움 등 웰빙에 초점을 맞춘 툴을 제공한다. 직원들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의 기분과 가장 가까운 이모티콘을 클릭하고 회의와 업무 진척도, 초과 근무 등 주요 일정도 이곳에 기록하게 되어 있다. 관리자는 자신의 비바 인사이트 툴에서 직원들이 입력한 데이터를 통해 협업이 과다하거나 근무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직원 등을 파악해 번아웃이 되기 전, 선제적 조치를 제공한다.
파나소닉은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자체 업무 플랫폼 ‘워크 컴퍼스’를 AI 기반으로 새롭게 리뉴얼했다. AI가 직원의 근무 시간을 실시간으로 학습해 ‘원격 근태관리’가 가능해졌다. 업무 부담이 큰 직원을 관리자가 조치하거나, 휴가 상황을 조정하는 데도 AI가 도움을 주며 업무 시간이 과한 직원의 경우, AI가 판단해 컴퓨터를 강제 종료하는 기능까지 있다. 이 외에도 아마존은 24시간 가상 테라피 세션을 통해 챗봇과 상담사를 상시 대기하게 해서 직원들이 언제든지 고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P.S. 회사는 일하는 곳인데, 배부른 고민은 아니냐고?
‘정서 관리’에 대한 오해도 풀고 가자. 조직은 ‘일’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 모인 곳이다. 그런데 굳이 구성원들의 ‘마음’까지 관리를 해야 하나?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해야 한다.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게 조직의 존재 이유인 ‘성과 달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 상태냐에 따라 똑같은 행동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게 사람이다.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내 감정이 즐겁고 너그러운 상태면 ‘열심히 일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울하거나 화가 나 있다면 ‘남에 대한 배려도 없이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핵심은 상대의 행동이 아닌 그걸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다. 나의 부정적 감정 때문에 상대에 대한 나쁜 생각이 쌓이면 갈등이 되고, 결국 조직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서 관리’라고 하니 얼핏 ‘아름다운’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적어도 조직에서의 ‘정서 관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숙제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결근 및 이직 등으로 발생한 전 세계적 경제적 손실 비용은 약 2조 5천억 달러로 추산된다. 내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공감하고 있는가, 그리고 서로가 하는 일에 얼마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가? 관계 관리, 정서 케어는 곧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