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지만 웃음을 줬으니 괜찮아
‘광고 문제’의 두 번째 복잡성은 장르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고잉 세븐틴>의 경우처럼, 오락·예능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광고라는 ‘장르’ 와 함께 비슷한 성질의 쾌락을 공유한다. 자본주의와 기업, 그리고 광고라는 연료로 굴러가는 텔레비전 세계는 ‘소비자가 봉이 되는 것을 촉구’하며 ‘시청자의 수동성을 자극’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어떤 미디어 연구자들은 주장의 반대편에 서서, TV 앞의 사람들은 광고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를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 말한다. 그리고 현대의 오락·예능 창작진은, 바로 이 소수의견이 내놓은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난데없는 먹방처럼 출연자가 PPL에 노골적으로 가담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MBC<놀면 뭐하니?>), PPL 농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토크쇼라는 정적인 포맷의 한계를 타파하는 모습(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은 광고주의 물질적 욕망이 시청자의 쾌락으로 전환되는 순간 이다. 이 순간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청자들은 방송 중 PPL의 존재를 인지함과 동시에 그 대상을 구매하지는 않을지언정, 광고와 함께 촉발된 웃음의 쾌락은 즉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효능감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TV도, 광고주도, 자본주의가 아닌, 시청자가 승리 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