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혜 해외원전개발처 원전계약총괄실
“지방 근무 잘 할 수 있나요?”. 우리 회사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만한 질문이다. 한국전력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고향을 떠나 지방 생활을 하며 겪는 즐거움과 어려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신입사원으로서 업무 인수인계를 끝낸 후 가족들과 떨어져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마음이 가까워졌을 때 나의 삶의 활력은 떨어지고 무력감이 커졌다. 퇴근 후 사택으로 돌아와 단순히 집안일을 하고 티비나 유튜브를 보며 흘러가던 반복되는 삶에 대한 불안감은 타지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였다.
결코 짧지 않을 타지에서의 시간을 단순히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생활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 끝에 나는 취미생활을 불태우기로 결심했다. 본부의 동료들과 함께 지역 명소에서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사진도 찍어보고, 댄스학원을 다니기도 하며, 통기타도 함께 배우고, 저녁마다 하천 근처를 걷고 뛰고 하다 보니 어느새 지역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었고 그 지역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삶에 활력을 주고 사업소에 적응해보고자 시작했던 취미생활이 하나 둘 나의 일상으로 모였다. 사회생활 초년생에 경험했던 다양한 취미생활은 고향에 돌아오고 나서도 더욱 더 단단한 모습으로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역 명소를 담았던 풍경사진 동호회는 이제는 매주 콘셉트를 정하고 다양한 사진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나의 사진’을 담는 것으로 변화했다.
지역의 꼬마 연습생을 만나게 해주었던 방송댄스 학원은, 원데이 댄스 클래스를 통해 동기들 간의 우정을 돈독하게 해주기도 하고 유튜브에 올려 춤을 좋아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통기타는 본사 밴드부로 이어져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주었고, 혼자 하던 달리기는 러닝크루로 이어져 어느새 마라톤을 목표로 동료들과 달리고 있다. 혹자는 돈도 되지 않고 퇴근 후 푹 쉬어도 모자랄 시간에 하는 취미를 사치라고 보기도 하지만, 나는 취미생활을 통해 일상에 전환을 주고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나게 해주며, 회사 밖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취미생활’이라는 말에 왠지 남들보다 열심히 꾸준히 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으로 시작하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산책부터 시작해보자. 동네 산책이 새로운 동네 이웃들을 만나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반짝이는 일들을 가져와 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과만 중시하는 현실에 지쳤다면, 과정 그 자체로 빛나는 취미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