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애플페이가 국내 진출하면서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과 현대카드사간 제휴를 통해 아이폰 기반의 간편결제가 가능한 서비스이다. 애플페이의 경우 아이폰 또는 애플워치에 현대카드 등록 후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애플페이의 국내 진입은 오프라인 간편결제시장을 지배하던 삼성페이의 독주를 견제할 대항마로 떠오른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페이의 강점은 간편결제의 주요 이용자인 젊은
계층이 사용하는 아이폰 기반 결제방식이란 점이다. 이는 잠재적으로 애플페이 이용자가 급증할 수 있는 이유이다. 애플과 제휴된 현대카드는 다양한 PLCC(상업자전용표시카드)로 이미
카드시장의 히트 제조기가 되고 있다.
시장지배력이 큰 유통사·핀테크 업체와 제휴한 현대카드는 PLCC를 통해 다양한 부가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애플페이의 도입 3주 만에 200만 개 이상의 기기 사용등록이 이뤄졌다. 이런 배경으로 애플페이의 본격 흥행은 예측할 수 있다. 애플페이 사용 확산을 제한하던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단말기 보급 문제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NFC는 10cm 거래 통신이 가능해 암호화 과정의 정보노출 가능성이
낮아 보안에 강점을 보인다.
하지만 별도 NFC 단말기 구입이 필요해 주로 대형 가맹점 위주로 보급이 이뤄진다. 따라서 중소형 가맹점의 보급률이 낮아 애플페이 사용이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반면,
삼성페이의 경우 자기장 전송방식(MST: Magnetic Secure Transmission)으로 별도의 단말기 보급이 필요 없다. 갤럭시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MST
방식은 마그네틱 선에서 발생된 자기장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결제가 이루어진다.
카드사가 가맹점에 NFC를 무상 지원할 경우, 이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규정한 부당한 보상금의 제공이란 취지에 저촉된다. 중소가맹점에 대한 NFC 보급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가맹점 스스로가 비용부담을 통해 NFC 보급률을 높일 수 있는지가 애플페이 확산의 변수였다. 하지만 최근 NFC 단말기 없이 가맹점이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
거래할 수 있는 ‘폰투폰’ 방식이 개발됐다. 이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애플페이의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오프라인 기반 간편결제 시장을 지배하던 삼성페이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또 오프라인에서 QR(Quick Response) 기반의 결제수단을 제공하던
카카오페이와 네이버 페이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제휴를 통해 애플페이의 시장 확대에 대비하는 양상이다. 제휴를 통해 네이버의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 이용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이용자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MST 결제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최근 카카오페이 앱에서 삼성페이를 이용해 온라인
결제·MST 방식의 오프라인 결제 방안도 강구하는 분위기다.
빅테크사의 페이서비스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결제에 특화된 서비스로서 코로나 팬데믹 환경에서 급속하게 성장했다. 네이버페이 등은 오프라인에서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QR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페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고 보인다. 삼성페이도 온라인 가맹점 이용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와 제휴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오픈페이도 출범해 간편결제시장의 경쟁에 합류했다. 오픈페이는 신한, KB국민, 하나, 롯데카드의 앱카드 상호 연동 서비스이다. 이는 특정 카드사 앱으로 타 카드사 카드를
등록해 결제 가능한 서비스로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유사하다. 다만, 앱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카드사 참여가 필요하다.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의
합종연횡을 통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서, 간편결제 업체 간의 경쟁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의 확대는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을 높여 민간소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올해 무역적자 심화와 1%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어 민간소비 확대가 중요한
상황이다. 간편결제는 소비 편의성 이외에도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부가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는 고물가·금융비용 부담을 타개하기 위한 가계의 내구재 구입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트북이나 스마트패드 등 내구재 구입을 주도하는 학생의 경우 간편결제 방식의 BNPL(Buy Now, Pay Later)서비스 이용 가능성도 높아 간편결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유의할 간편결제의 단점도 존재한다. 보안사고 증가 가능성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전자금융사고는 전년도 대비 약 9%가량 증가했다. 또
결제정보 유출이나 해킹사고를 우려하는 소비자층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한국은행 서베이 결과 확인되었다. 최근 소득이 부족한 젊은 계층의 PLCC 카드 이용 확대와 편의성이 높은
간편결제 증가 시 불가피하게 연체 가능성이 증가할 전망이다. 결국, 보안사고와 과소비로 인한 연체 방지를 위해 서비스 제공업체의 FDS(Fraud Detection System)
고도화와 신용카드 발급 기준 강화로 간편결제 부작용에 대비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