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은영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팬데믹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전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친 만큼 소비 트렌드 역시 변화시켰다.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중심의 소비를 중시하는 ‘팸잼(FamZam)족’이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팸잼’이란 가족(Family)과 재미(Zam)의 합성어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위한 소비를 우선시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지루한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았다. 인스턴트커피와 설탕을 수백 번 휘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방울토마토, 버섯 만들기 키트 등으로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팸잼족은 유례없이 길어진 집콕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더 쾌적하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 집안일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셀프 인테리어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과 옥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식기세척기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 늘어났고 로봇청소기의 지난해 판매 신장률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도배나 중문, 싱크대 설치와 같은 시공 인테리어 수요 역시 2020년 대비 44% 올랐으며, 조명 기구, 정원·원예 용품, 식탁·테이블 등의 판매량도 두 자릿수 증가 폭을 보였다. 아울러, 노는 데도 소위 ‘장비 발’이 필수다. G마켓과 옥션은 영화 감상을 위한 프로젝터·스크린, 사운드바의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와 16%만큼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래방기기와 조명/미러볼 역시 전년 대비 높은 판매율을 보이며 밖에서 노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집에서도 구현하고자 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관련 용품 구매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팸잼족과 더불어 1인 가구 역시 공존하는 새 가족 트렌드이다. 1인 가구는 가족과 함께 여가생활을 보내는 것을 중요시 하는 측면에서 팸잼족과 상대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큰 테두리에서 본다면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을 뿐 현 시대가 추구하는 방향은 일치한다. 가족의 최소화로 장보기 문화도 오프라인 대형 마트에서 온라인쇼핑몰과 편의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량패키지나 간편식 선호부터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 1인 가구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 건강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