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함께 읽을 만한, 가벼우면서 가볍지 않은 책 추천
독서의 계절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김초엽 작가님의 책을 첫손에 꼽고 싶습니다. <므레모사>, <방금 떠나온 세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의 소설이 있습니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책이랍시고 어려운 책을 펼치면 잠이 솔솔 오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 한 잔과 읽기 좋은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초엽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세계가 1인치쯤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강지희 평론가)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상은 가히 섬세한 미래 예언서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대 딱딱하지 않고, 마구잡이식 기술적 상상에만 치우쳐 있지도 않습니다. 살아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한 번 더 내딛기 위해 복잡하고 다면적인 과학과 사회의 구조를 이용합니다. 기술 발달 과정에서 도드라지는 소외되고 배제된 소수자의 존재를 표면 위로 끌어냄으로 인간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김초엽 작가가 논픽션 집필을 위해 공부한다는 장애학은 ‘몸의 손상이 장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손상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구조가 장애를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과학기술과 조응하는 그 사회를 응시하게 하는 것입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로봇 다리를 달아서 걷게 된다면, 외면적으로 좋은 기술처럼 보이죠. 당사자에겐 좋은 기술일 수 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로봇 다리를 달아서 걸을 수 있게 되니 건물이나 지형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대신 장애인에게 ‘로봇 다리를 달아라.’ 사회가 이렇게 말하고 말 수도 있어요. 모두가 로봇 다리를 달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기술 자체로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어요. 그 기술이 위치한 사회 맥락이 중요하죠. 그걸 보여주는 게 SF라고 생각해요.”
작가의 말이 지금 당장의 현실을 예민하게 느끼는 것과 보이지 않는 머나먼 우주를 상상하는 것, 이 둘이 떨어져 있지 않은 감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주와 미래를 상상하다가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들이 한국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