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Maker.
스트리밍의 시대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강의실도 공연장도 마트도 편히 갈 수 없던 나날, 우리는 줌 강의와 온라인 콘서트와 인터넷 쇼핑몰로 그 시간을 버텼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제 그런 일상들이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집안에서 실시간 레슨과 OTT 라이브 공연과 라이브 커머스 쇼핑을 즐긴다. 우리가 너무 게을러져 버린 걸까? 아니면 새로운 체험의 시대가 활짝 열린 걸까?
이명석(문화비평가)
최대 수혜자는
K-POP 팬?
지난 8월 20~21일 세계 최대 케이팝 행사인 케이콘(KCON)이 3년 만에 LA에서 대규모 공연을 가졌다. 직접 공연장에서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뻐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팬데믹 기간에 이어져온 케이콘택트(KCON:TACT)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제한된 지역의 소수 관람객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팬들이 실시간으로 공연을 보고 응원 영상과 댓글로 아티스트와 접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5회에 걸쳐 이어진 이 행사는 영상 응원, 버추얼 스타디움(VDIUM) 등 새로운 기술을 더하며 발전해 오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런 기술들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K팝 공연계는 홀로그램, 증강현실, 글로벌 라이브 중계 등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왔는데 뜻밖의 기회를 얻어 빠르게 대중화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글로벌 K팝 팬들은 이미 브이라이브 등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접해왔다. 스타들이 언제든 방송을 켜면 세계 어디서든 접속해 채팅을 통해 교류하는 형태인데, 지난 6월 방탄소년단 정국의 방송은 1천만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홈’쇼핑이 아닌
‘라이브’ 쇼핑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 전화, 채팅, 메시지로 참여하는 재미. 그 상업적 가능성을 가장 먼저 활용해온 매체는 홈쇼핑 TV다. 처음에는 생방송 시간 동안만 할인을 해준다는 식의 단순한 유인책을 썼지만, 이제는 라이브 커머스로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게다가 고정형 스튜디오를 떠나 다양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예능형 쇼핑 방송으로 발전하고 있다. 11번가의 ‘털업’은 오프라인 매장을 습격하여 턴다는 콘셉트인데, 현장에서 신상품을 리뷰하거나 마감 이후 무제한 쇼핑을 하는 등의 재미를 준다. 현대홈쇼핑의 '쇼라트럭’은 라이브 방송이 가능한 개조 트럭으로 전국의 지역 축제를 방문한다. 축제 현장에서의 시식, 인터뷰, 그리고 시청자들의 리액션 소개 등을 통해 재미를 주고 구매를 유도한다.
대형 쇼핑몰만이 아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자신만의 라이브 쇼핑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앱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청자들은 제품의 어떤 부분을 보여 달라거나 어떤 기능을 시연해달라든지 하는 요구를 할 수 있어, 마치 자신의 쇼핑 대리인을 고용한 듯한 기분까지 느낀다. 고객과 판매자의 거리도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 지자체가 농장에서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고, 60대 인플루언서가 시니어 제품을 소개하고, 이탈리아 현지에서 명품 브랜드의 ‘직구 라이브’를 진행한다. 지난해 2조8천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올해 6조2천억 원, 내년에는 1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머’, ‘스트리밍’...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대전환
팬데믹 기간 동안 폭발적 성장을 이룬 또다른 분야는 개인방송 스트리밍 시장이다. 전 세계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 시간은 2020년 1분기엔 49억 시간이었으나 2021년 2분기엔 90억 시간까지 늘었다. 코로나 종식에 가까워진 올해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미 젊은 세대에겐 대세의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 트위치는 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라이브 방송 플랫폼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방송 진행자를 스트리머라고 부르는 데서도 그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게임이나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처음엔 실물 CD를 소유하다가 디지털 다운로드로 넘어간 뒤, 이제는 최고 화질과 음질의 제품을 언제든 스트리밍한다.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은 거기에 원거리의 방송 진행자를 더해, 마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진행자가 주로 게임을 진행하지만, 시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미션을 주문하며 그를 아바타처럼 부리기도 한다. 시청자들끼리도 채팅을 주고 받으며 떠들썩한 온라인 파티의 시간을 가진다.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기술이 세상에 던져지자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결혼식을 스트리밍으로 중계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참가가 어려웠던 가족, 친지, 구독자로부터 축하와 함께 축의금을 받기도 했다. 요가, 악기, 그림 레슨도 일방향을 벗어났다. 아마추어 천문 관측자는 별똥별이 쏟아질 때 독자적인 라이브 중계를 하며 자신의 지식을 전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의 스마트폰은 전 세계로 전파를 송출하는 라이브 방송국이다. 당신 역시 이 도구를 이용해 새로운 꿈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미래의 나영석 PD, 유재석 MC, 펭수, 혹은 화려한 언변의 쇼핑 호스트…. 새로운 스타들이 ‘실시간’으로 탄생하고 있다.
관련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