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On.
파도처럼 출렁이는 경제,
‘흐름’을 읽어야 ‘흐름’을 탄다
2021년 8월 26일, 한국은행은 0.5%이던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였다. 미국은 0~0.25%를 유지하고 있던 때다. 이렇듯 금리 인상 시기는 우리가 빨랐지만 불과 1년 만에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하기에 이르렀다. 비단 금리뿐 아니라 물가, 환율 최근에는 인구 감소와 기후위기까지 요동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흐름을 읽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강준형(경제칼럼니스트, 도서출판 경제21c 대표)
‘인플레’의 시대
올해의 화두는 단연 ‘물가 안정’
금리가 돈의 ‘가격’이라면 물가는 돈의 ‘가치’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가격은 현재의 값을, 그리고 가치는 미래의 값을 반영한다. 이를 최근 경제에 대입해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바로 돈의 가치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속 각국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확장적 정책 운용에 나섰는데,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의도다. 그러고 나서 점진적 금리 인상을 통해 적정 물가수준을 회복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글로벌 정세가 재편되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아래 단락에서 언급하겠지만 세계 경제는 이미 신냉전에 돌입했다. 금리를 높여 눈에 보이는 가격을 낮출 순 있으나 금리만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즉 자원 수급을 원활히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세세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경제 화두는
‘안보’가 될 것
지난해 요소수 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요소수는 알고 보면 만들기도 쉽고 국내에도 생산설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물류 대란에 준하는 혼란이 발생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자국 사용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출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기 정상화되었으나, 이번 사건은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와 별개로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언제고 재발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경제 최대의 리스크는 ‘안보’가 될 것이다.
러-우크라 전쟁을 예로 들자. 만약 전쟁이 끝난다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한순간에 정상화될까? 유럽은 마치 아무 일이 없었듯 다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을까? 낙관적 기대다. 우리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통해 일본 수출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듯이 유럽 또한 對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자 다방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 생존에 직결된 자원안보,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그 특성상 수출입에 의존하는 바가 큰데, 석유 같은 에너지 자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곡물은 자급률이 20%(2020년 기준)에 그친다. 그동안 스마트폰과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같은 우리 주력 산업의 수출 동향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원자재와 식량 등의 안정적 수급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수입선 다변화와 해외자원개발 등이 그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미경중’? 신냉전 시대,
기로에 선 대한민국
1991년 소련 붕괴 후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화는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다시 이념이 경제 논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은 경제 논리를 넘어 패권 다툼에 들어섰으며,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전쟁을 불사했다. 세 개의 고리(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중 하나를 차지하는 유럽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됐다. 그동안 변방에 그쳤던 인도와 아세안도 최근 급부상하였다. 이 모든 것이 불과 30년 만의 일이다.
신냉전의 시대, 우리 경제 지형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아슬아슬한 노선을 지켜왔으나 미·중 대립이 심해지면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비롯해 한국은 가입 대상으로 거론)’도 그렇지만, 반도체 동맹 ‘칩4(미국·한국·대만·일본)’의 경우에는 미국이 대놓고 중국을 압박할 목적으로 출범시킨 기구다. 우리의 가입 시 중국의 견제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응할 마련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개인이 거대한 흐름을
읽을 수 있을까?
첫째, 꾸준한 경제신문 읽기다. 경제신문이라고 하면 대개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는 먹고사는 일이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회사에 가서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듯이 경제도 일상의 반복이다. 물가동향, 고용동향, 소비동향, 수출입동향 모두가 그렇다. 무엇이든 처음에 어색할 뿐, 자꾸 보면 익숙해진다. 그 익숙함이 빨라지려면 특정 분야(산업)을 정해 관련 기사만 집중적으로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중장기적 추이를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에 들어섰다. 그동안 수많은 대책이 나왔으나 끝내 저출산을 막지 못한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 개편을 비롯해 해결할 과제가 산적하다. 더 미뤘다간 세대 간 갈등 심화와 더불어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에 힘이 실릴지도 모른다. 어쨌건 국민연금은 구성원 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조만간 개편 논의가 시작될 것임을 파악해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불확실성의 다른 말은 기회다. 미 연준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우리 언론에서도 연일 금리 인상을 강조하나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2%대다. 적어도 ‘고금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 내년 우리 경제가 빠르게 정상 기조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경제를 꾸준히 보며 그 추이를 파악하고,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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