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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톡 : 일상과 ‘말’들
오디오는 죽지 않아~
공간을 하나로 만드는 음성 SNS의 리부팅
영상 콘텐츠가 주류가 된, 일명 ‘유튜브 시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뒷방 신세였던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 재밌는 점은 ‘라디오를 듣고 자라지 않은 첫 세대’로 불리는 MZ세대가 오디오 콘텐츠 부활의 주역이라는 것이다. 지금, MZ세대는 ‘오디오 르네상스’를 어떻게 이끌고 있을까.
이영아(테크M 기자)
MZ세대에게 오디오 콘텐츠는
‘일상의 BGM’
오디오 콘텐츠는 MZ세대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마치 ‘일상의 BGM’처럼 말이다. 공부, 취미 생활, 동아리 활동, 심지어 일할 때도 오디오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다. 오디오 플랫폼 ‘디스코드’에서는 게임을 포함해 학교 과제, 동아리 모임 등 각양각색의 목적을 지닌 MZ세대가 몰리고 있다. 이곳에서 음성으로 대화하며 서로의 관심사를 나눈다. 목소리로 연결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것. 공부하기 위해 책상에 앉으면, 인공지능(AI) 오디오 플랫폼 ‘스토리G’의 ‘집중력 사운드 채널’을 찾는다. '장작 타는 소리', ‘졸졸졸 시냇물 소리’ 등을 백색소음 삼아 학업에 열을 올린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MZ세대에게 오디오 콘텐츠는 좋은 업무 도구도 된다. 회사에서 막내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 MZ세대는 AI 음성기록 플랫폼 ‘클로바’를 실행해 콘텐츠를 만든다. 회의 중간 ‘농담 따먹기’도 고스란히 기록돼 소소한 웃음을 안겨준다. 업무 혹은 취미 생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도 오디오는 좋은 재료가 된다. 영상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빙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음성합성 플랫폼을 통해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선택하고 대사만 적으면 바로 그 목소리로 더빙을 할 수 있다. 자체 편집 기능도 제공한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기도 한다. 책, 웹툰, 전시회,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문화와 오디오 콘텐츠를 결합하는 새로운 실험들이 소비에 불을 붙였다. 누적 조회 1억회의 인기 웹소설 ‘재혼황후’는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됐고, ‘장 미쉘 바스키아’, ‘앤디 워홀’, ‘앙리 마티스’ 등 유명 작가의 전시회 또한 오디오 도슨트로 열렸다. 팟빵은 오디오매거진을 발간하고 있다. 영화, TV, 책, 패션, 식생활, 건축, 경제 활동 등 분야를 다룬다. 오디오 콘텐츠의 인기에 멜론, 지니뮤직, 플로, 벅스, 스포티파이 등 유력 음원 플랫폼들도 별도 탭을 마련해 운영할 정도다.
‘추억 회상’ 아닌
‘신선한 콘텐츠’인 오디오
소위 ‘유튜브 세대’로 각종 동영상 플랫폼을 키운 MZ세대가 오디오 콘텐츠 소비에서도 일등공신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MZ세대가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는 이유는 ‘신선함’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콘텐츠를 소비한 첫 세대이기에 오디오는 익숙한 영상의 문법을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로 느끼게 된다는 것. 쉽게 말해, MZ세대가 라디오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디오 콘텐츠와 이를 전달하는 플랫폼을 새로운 미디어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콘텐츠라는 점도 ‘모바일 친화’ MZ세대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화면에 계속 집중해야 하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 콘텐츠는 운전, 산책, 달리기, 운동 등 일상활동을 하면서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요즘의 오디오 콘텐츠는 라디오 편성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디오 콘텐츠의 ‘소통 기능’은 MZ세대의 특성과도 잘 맞는다는 평이다. 일방적인 전달에서 벗어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자신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MZ세대에게 제격이라는 것.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시각보다 청각에서 상상력이 더 발동되고, 이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과 연결된다. 이런 측면에서 오디오 콘텐츠는 기존 사진과 영상 콘텐츠보다 적극적으로 연결되고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오디오 르네상스’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급상승 후 사그라들었지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플랫폼의 입장에선 영상에 비해 저렴한 제작비로 촬영과 편집의 부담 없이 만들면서도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은 이용자에게도 장점으로 다가간다. MZ세대가 개성을 발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쉽게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스피커, 음성 합성, AI 성우 등 오디오 콘텐츠에 활용되는 다양한 기술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오디오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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