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메인 ▶ MESSAGE

CEO 취임 1주년
특별 담화문

친애하는 한전 가족 여러분,

국내외 전력산업 현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계신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취임 1년을 맞은 소회와 함께 회사의 변화와 혁신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동해안-수도권 HVDC 전 구간 착공과 UAE 원전 4호기 상업운전 개시라는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전력노조를 포함한 전 직원이 동참하여 강도 높은 자구대책을 충실히 추진한 결과, 대규모 적자상황 속에서도 정부경영평가 B등급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재무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금년 상반기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최근 3년여간 쌓인 누적 적자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위상도 계속 추락해 왔습니다. 과거 90년대에 국내 시가총액 1위, 2016년에 포브스 선정 1위 전력 유틸리티였던 우리 한전이 현재는 시가총액은 30위권 밖으로, 포브스 순위는 40위권 밖으로 크게 밀려나 있습니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한전 가족으로서 저는 극한의 기후상황과 중요한 국가행사 때마다 안정적 설비유지와 무결점 전력확보를 위해 밤낮·휴일을 가리지 않고 연인원 8만여 명의 한전 직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과연 위기극복을 위한 업무수행 자세와 대응방식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매 순간 정말로 최선을 다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다 함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간, 우리가 눈앞의 급한 위기 대응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냉철한 반성과 분석을 바탕으로 경영시스템 구축과 실행력 극대화에 총력을 다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의 네 가지 핵심 영역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행하여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첫째, 지속가능한 경영기반 확립에 전사적 역량을 모아야겠습니다.

국제 공급망 질서재편과 에너지안보 강화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환율 변동성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사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흔들림 없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전 방위적인 경영혁신과 기업체질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먼저, 재무정상화 달성을 위해 고강도 자구책의 차질 없는 이행과 함께 전기요금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하겠습니다. 이와 동시에, 원가 기반 요금체계의 확립과 전력시장 제도의 합리적 개편 등 지속가능한 전력사업 기반을 견고히 다져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근원적 기업체질 개선을 위해 역량과 성과 중심으로 인사시스템을 혁신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개선하여, 회사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직원들이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제공받도록 성과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둘째, 전력 인프라 고도화와 고객서비스 혁신을 통한 본원사업 역량강화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반도체, AI와 같은 미래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더불어 전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망 건설은 물론이고, 고객감동 서비스 구현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과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신속히 완료되도록 국회, 정부기관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하남시의 동서울변환소 증설 불허 등과 같은 최근 돌발변수까지 고려해, 주민 소통과 지자체 협의 과정에서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품질 유지를 위한 정전시간 단축, 송배전손실률 최소화 등 본연 업무에도 총력을 기울여, 국가첨단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가계와 산업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국민 서비스 기업으로서 전 임직원이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공감하는 고객 지향적 마인드를 내재화하는 한편, 고객서비스 다양화, 요금선택권 확대, 에너지복지 실현 등 국민편익을 극대화함으로써 국민이 지지하고 신뢰하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미래 전력산업 新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분야 유니콘기업의 수가 2022년 기준 80개이고, 2040년까지의 누적투자 전망이 12경 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유니콘기업의 수는 118개로 늘어났고 2050년까지의 누적투자 전망치는 27경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에너지대전환의 시대에 에너지산업이 타 산업을 지원·육성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에너지산업 그 자체가 천문학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우리 회사가 더욱더 많은 기회를 선점하려면, 단순한 전력공급자가 아닌 ‘대한민국 에너지생태계 혁신의 선구자’로 변신해야 합니다. 송·변전, 배전 등 전력산업 핵심 분야의 우수 기술력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직류배전, ADMS, IDPP 등 에너지신기술 개발과 에너지신사업 활성화, 그리고 해외 진출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UAE에서 전 세계에 입증한 원전 적기건설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수출 시장을 적극 확대하고, 새로운 K-원전 르네상스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원전을 통해 한전과 대한민국의 50년, 100년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일을, 우리 한전이 주도해 나갑시다.

넷째,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 경영체계를 정착시키고, 전력그룹 거버넌스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갑시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전체 GDP 중 공공영역의 비중이 15%나 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은 2% 이하 수준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경쟁력과 혁신역량이, 국가경제와 국민후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주요국들은 자율책임경영 확립을 통해 전력산업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대전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전은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리더로서, 전력공급의 효율과 편익을 높이고, 공적 가치를 유지하며, 전력산업과 국가 핵심 산업의 진흥을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경영을 확립한다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내를 넘어 확고부동한 글로벌 1위 유틸리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전을 포함한 전력그룹사 차원에서는 전력산업의 동반성장과 전력생태계 혁신성장 견인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앞으로 전력그룹사의 거버넌스를 보다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체제로 개선하여 한전을 포함한 전력그룹사 전체의 공동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전 가족 여러분, 이 모든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세는 “첫째도 주인의식, 둘째도 주인의식, 셋째도 주인의식”임을 여러분께 호소드리고 싶습니다.

흔히들 “공기업엔 주인이 없다”라고 하는데, 저는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한전에는 주인이 분명 있습니다. 한전에 자신의 신명(身命)을 바쳐 일하고, 거기에서 인생의 보람을 느끼며 한평생 한전의 역사를 직접 만들어갈 바로 우리 임직원들입니다.

시키는 일만,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은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회사가 맞닥뜨린 수많은 문제들을 자신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회사의 손실을 단 1원이라도 줄이고, 회사의 이익은 단 1원이라도 늘리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사람, 퇴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끝까지 찾아 결국 해결해 내고야 마는 사람, 그가 바로 한전의 주인입니다.

이러한 주인의 자세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가 있었습니다. 충북본부의 직원이 345kV 신제천, 신충주변전소에 설치되어 있는 특수설비(FACTS) 운영방안 개선을 위해 학회 논문발표부터 관계 기관 설득까지 직접 완수해 동해안지역 발전제약을 일부 해소함으로써, 연 400억 원의 예산 절감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일부 사업분야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기준과 프로세스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내부진단이 있었습니다. 이를 반면 교사로 삼아, 우리 모두의 일하는 방식을 재점검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한전 가족 여러분,
2차 대전 직후 영국 수상 처칠은 “좋은 위기를 낭비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도 우리에게 찾아온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맙시다. 우리에게 젖어 있는 낡은 의식과 문화, 일하는 방식과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냅시다.

사장으로서 저는 이 험난한 도전의 맨 앞에 서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믿고, 회사의 위기 극복과 미래 도약을 위해 제 몸을 던지겠습니다. 취임의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떠한 수고와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4일

한국전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