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7월 19일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부북변전소에서 336MW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를 최초 가압*했다. 이로써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추진한 영주, 함양, 예산, 영천, 신남원, 부북 6개 변전소의 총 용량 978MW ESS 건설 사업을 완료했다. 그 현장으로 가보자.
*가압(加壓)이란 변압기, 송전선로 등 전력공급용 설비에 전기를 인가하는 것이다.
6개 변전소에 총 용량 978MW ESS 건설 사업을 완료한 주역들.
ESS 컨테이너 내부에 촘촘이 적재된 배터리들을 살펴보고 있다.
ESS, 발전제약 완화로 전력공급 불안정 해소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에 위치한 나노산단 내 부북변전소. 광활한 변전소 부지에 거대한 ESS 컨테이너가 도열해 있다. 각 14개가 늘어선 ESS컨테이너 행렬은 기역(ㄱ) 자 모양으로 꺾여 다시 이어지며 총 6개의 라인을 이룬다. ESS 컨테이너 문을 열면 내부는 층층이 쌓인 ESS 배터리로 빼곡하다.
ESS란 Energy Storage System 즉, 에너지저장장치를 지칭한다. 에너지저장장치는 말 그대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설비다.
부북변전소의 ESS 설비용량은 총 336MW, 국내에서 최대 규모다. 부북변전소의 가압은 총 규모 978MW의 ESS 건설사업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전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부터 영주·함양·예산·영천·신남원·부북변전소 등 6개 변전소에 ESS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며 부북변전소는 그중 마지막 가압이다.
이번 978MW ESS 구축 프로젝트는 약 1GW의 발전제약 완화 효과를 거두어 전력공급 불안정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북변전소 옥상에서 바라본 ESS 배터리 컨테이너 일부 모습.
그동안은 광역정전과 같은 전력계통 긴급상황에 대비해야 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 중 10~20%가량을 예비로 남겨둬야 하기에 발전제약의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광역정전을 예방하는 첨단기술들이 집약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ESS를 활용하면, 대규모 발전기가 정지되거나 설비고장과 같은 전력계통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ESS 배터리 시스템이 초단시간에 충전과 방전을 통해 최적으로 전력을 제어하여 정전 피해를 최소화하고 광역정전을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소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발전제약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저한 예방시스템으로 화재 제로(Zero)
더운 날씨지만 컨테이너 내부는 쾌적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외부엔 낙뢰를 막아주는 피뢰기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내부에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즉시 전력이 차단되는 화재예방장치가 완비되어 있다고 부북변전소 ESS 설비구축을 담당했던 김훈기 차장이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특히 ESS는 민간에서 발생한 화재 이슈가 있다 보니 대비책을 철저히 구축했다. 전력연구원에서 개발한 ESS용 배터리 실시간 온라인 열화관리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배터리 80~90% 이상 충전 금지라는 정부방침에서 나아가 충방전 용량을 65%로 규격화하는 등 정부 권고사항에 자체구매규격까지 더해 표준화하여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했다.
그 외에도 시각동기화, 설비 절연내력 기준 강화 등 화재발생 우려를 사전에 차단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예방대책 적용 이후 한전의 ESS에서는 단 한 건의 화재도 없었다고 설명한다.
ESS를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ESS 운영시스템 앞에서 토론하는 담당자들.
ESS 건설사업의 주역들 한자리에
6개 변전소에 ESS 설비구축을 담당했던 어벤져스들이 집합했다. 예산·신남원변전소를 맡았던 중부건설본부 서종근·김경남 차장, 영주·영천변전소의 대구경북건설지사 박영철 차장, 부북·함양변전소를 담당했던 남부건설본부 김훈기 차장, 노현우 대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번 사업은 설비규모가 56MW에서 336MW에 이르는 전사적으로도 과거에 진행된 적이 없었던 대용량의 ESS 건설사업입니다. 이에 과거 ESS 사업 유경험자와 사내·외 관련 부서 전문가를 통해 ESS 구매규격을 표준화하여 기술기준을 정립했으며 전력계통 맞춤형 ESS 표준모델(56·112·168MW)을 도입했습니다.” 김경남 차장이 자랑스럽게 운을 뗀다.
이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물으니 ‘시간과의 싸움’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예비타당성 조사에 장시간이 소요되어 2020년 9월 적용계획이 수립된 ESS는 2022년이 되어서야 사업을 착수할 수 있었다. 이에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통보되기도 전에 미리 자재발주나 대관협의, 기본설계 등 사업 준비를 서둘렀고, 국내 사업자들과도 14회에 걸친 사전 공청회를 통해 ESS 사업을 공유했다. 이 밖에도 ESS 자재공급과 시공을 통합으로 진행하고, 낙찰자 선정방식도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 종합낙찰제로 개선해 적정 사업기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특히 전문인력 확보가 관건이었다. 그중에서도 설비시험을 수행할 인력이 부족했다. 이에 전력연구원과 본부 시험파트 담당자들의 협력을 통해 적기에 설비시험을 완료하고 가압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도 변수였다.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2023년은 평년보다 유독 강수가 잦았다. 또 공사 과정에서 지중에 거대 암반과 같은 장애물로 공정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빈번했다. 이들은 본사와 사업소, 사업자들이 모여 공정관리 협의체를 계속 운영하면서 공정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지연요소를 최소화해 갔다.
한편, 배터리에서 전력변환시스템(PCS)을 거친 440V의 전력을 22.9kV 계통에 연계하기 위해 설치되는 ESS용 변압기의 경우 기존 5.2MVA에서 10MVA로 규격을 상향함으로써, 연계되는 개폐장치의 물량을 50% 감소시켰으며, 이를 통해 약 255억 원의 사업비를 절감해냈다. 아울러 ESS 건설사업에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부지를 우선 활용하여 막대한 자원과 비용을 절감했으며 민원발생 우려도 최소화했다.
이들의 무수한 고민과 노력과 시행착오를 담은 걸음들로 결국 ESS건설 사업은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ESS를 낙뢰로부터 보호하는 피뢰설비를 들여다보는 노현우 대리.
미래를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하지만 한전의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한전 송변전건설단은 제 10차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소룡·논공·나주·선산·신영주변전소 등 5개 변전소에 300MW ESS를 건설하는 사업을 2028년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간과 싸우며, 돌발상황들을 헤치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들. ESS라는 첨단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며 미래에너지산업의 역사를 쌓아가는 한전의 거침없는 행보에 주목해 볼 일이다.
PCS 설비를 살피는 김훈기 차장.
전력용 변압기 앞에 선 담당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