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두근거리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영화 ‘헤어스프레이’를 보고 난 직후였다.
배우들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음률이 섞여 모든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
처음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접한 그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다
영화가 아닌 극장에서 처음 본 뮤지컬은 <웃는 남자>였다. 유튜브 영상으로도 많이 알려진 박효신 배우의 ‘그 눈을떠’ 넘버를 직접 보고자 서울까지 짐을 챙겨 올라갔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사람들이 극찬할까 기대감에 부푼 그때.아뿔싸! 표를 잘못 예매해 다른 배우의 극을 보게 됐다.
실수가 오히려 기회가 된 경우였을까. 처음 보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내 마음을 오롯이 빼앗겼다. 웅장한 무대가 이리저리 전환되는 모습은 보는 즐거움을 넘어 경이로웠고,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이 고막과 심장을 두들길 때 느꼈던 감정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격렬하게 춤추며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초인적인 사람들이다’ 하고 감탄했다. 극이 끝나고 난 후 앞으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뮤지컬을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돌고 도는 회전문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하늘 아래 같은 공연은 없다.’ 똑같은 공연에 똑같은 배우여도 모든 것이 같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같은 극을 여러 번 보는 사람을 ‘회전문 관객’이라고 칭한다.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 값비싼 뮤지컬을, 그것도 같은 극을 계속 보는 사람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요소들이 느껴지면서 회전문의 참맛(?)을 알아버렸다.
배우가 무슨 대사를 말할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날그날 느껴지는 호흡, 소리, 감정선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사로잡혀, 극이 마무리되면 다음 공연 날짜를 잡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회전문 관극이 도파민 분비를 최대치로 이끌어 내고, 통장 잔고는 최저치로 만드는 불상사가 일어나지만 그 재미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도 뮤지컬 배우!
뮤지컬 관람을 즐기던 중 불현듯이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바로 실행에 옮겨 레슨을 신청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큰 연습실 안에서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와 연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쭈뼛대며 움직이는 나에게 할 수 있다며 칭찬해 주시는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고 하루하루성장해 갔다.
그러다 사람들과 다 같이 어울리며 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뮤지컬에 관심이 많은 사우들을 구해 선생님께 단체 레슨을 요청드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을 배워볼 기회를 얻었다. 각자 하고 싶은 배역을 찾아 퇴근 후 열심히, 또 즐겁게레슨을 받았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연습실에서만큼은 다 사라졌고, 마치 뮤지컬 배우가된 것처럼 다들 그 배역에 몰입하는 모습이 감명 깊고 뭉클했다. 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 서지는 못했지만, 영상과 사진으로 남겨놓은 추억은 아직 모두에게도 깊게 남아 있는 것 같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눈이 마주치면 그날의 노래를 부르는걸 보면 말이다.
뮤지컬 동아리 결성!
혼자 뮤지컬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즐거운 감정을 공유할 누군가와 함께하는건 더더욱 좋은 일이다. 대부분 공연이 진행되는 서울까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나누고,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서로 즐거웠던 부분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현실에서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동아리가 있다는 일은 참 감사하다. 관람을 넘어 다 같이 뮤지컬 공연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 보는 활동도 계획 중인데, 그때가 언제일지는 몰라도 삶에 새로운 목표가 생겨 하루하루가 활기차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게 지겹다면 노래와 춤, 연기로 가득한 환상의 나라 뮤지컬 속으로 발을 담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