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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게임기업
닌텐도의 비결은 ‘확장’

글로벌 수위권 게임기업 닌텐도(Nintendo). 닌텐도는 1983년 북미발(發) 비디오 게임산업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위기 때마다 콘솔, 휴대용 게임기, 체감형 게임기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확장을 통해 자신들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난세에 등장한 영웅’ 닌텐도 ‘1983년 비디오 게임 위기(Video game crash of 1983)’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크게 위축된 사건이다. 1983년 미국의 비디오 게임 시장은 32억 달러로 고점을 기록했으나, 2년 만인 1985년 1억 달러로 96% 이상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는 개인용 컴퓨터(PC) 보급 활성화로 인한 소비자의 관심이 빠르게 옮겨간 데다, 시장을 뒤흔든 ‘아타리 쇼크*’까지 겹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위기 속에 등장한 것이 바로 일본의 게임기업 닌텐도다. 교토에 기반을 둔 닌텐도는 일본 내수시장에서 각종 아케이드 게임과 ‘게임 앤드 워치’의 성공을 통해 가정용 게임기 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닌텐도는 침체를 겪은 미주시장 공략을 과감히 선택했고, 이는 적중했다. 주력 제품인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ES)’은 1985년 북아메리카를 시작으로 이듬해 유럽에서 발매, 위기라고 불리던 당시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출시 초반에는 시장 침체 여파 속에 NES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닌텐도는 꾸준한 시장조사와 대표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등에 업고 서서히 시장을 지배해 나갔다.
여기에는 닌텐도의 강력한 한 수가 있었다. 무분별하게 게임을 자사 콘솔에 이식하는 대신 자사 콘솔에 가장 적합한 게임을 직접 개발한 후 서드파티의 라이선스 방식을 어렵게 하며 타사 콘솔에서 자사 게임을 구동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했다. 게임기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무너진 게임기 시장의 신뢰를 서서히 회복해 나간 것이다.

*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일어난 북미 비디오 게임 산업계의 침체기로, 비디오 계임계의 거장이자 선구자인 아타리가 몰락한 시기다.

위기의 순간마다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닌텐도.

콘솔왕좌 내준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로 자존심 회복
닌텐도는 북미와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NES의 후속작 패밀리 컴퓨터를 발매했다. ‘슈퍼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SNES)’이라는 명칭으로 발매한 이 게임기 역시 성공을 거뒀다. 이는 닌텐도에 세계 최고 게임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0년대 초중반 소니(SONY)가 플레이스테이션(PS)을 내놓으며 닌텐도의 아성에 도전한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은 화려했다. 출시 직후 전 세계에서 1억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새로운 왕좌에 등극했다. 반면, 닌텐도는 5세대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64’의 실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출시한 6세대 가정용 콘솔 ‘게임큐브’ 역시 플레이스테이션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기로의 시장 확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게임팩’으로 불리는 ROM 카트리지를 교환 가능한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를 발매, 다시 시장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가정용 게임기와 비교해 낮은 가격과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대성을 갖추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후발주자의 큰 성공에도 흔들림 없이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며 닌텐도는 게임산업을 리딩했다.

체감형 게임기 위(Wii)의 성공,
다음 확장은 어디일까?
닌텐도는 특정 세대에만 국한된 가정용게임기 수요 확장을 위해 고민했고, 게임 이외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탑재한 체감형 게임기 ‘위(Wii)’ 출시를 통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위는 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팔을 휘젓거나 몸을 움직여 게임을 즐기는 방식으로 조작된다. 전에 없는 방식인 직접 몸을 움직이며 즐기는 게임 콘텐츠를 통해 남녀노소로 이용자를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위는 전세계 판매량 1억 대를 돌파하며 같은 시기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의 3세대 게임기의 판매량를 넘어섰다. 동시에 닌텐도 최초 1억 대 판매 기기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닌텐도는 성공과 위기를 반복하며 세계 최대 게임기업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위기마다 닌텐도를 다시 최고의 자리로 이끈 것은 그들의 과감한 시장 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어떤 비즈니스 확장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지 기대되는 바다.

김동현 포춘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