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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당진~고덕HVDC 준공 현장을 가다

직류전기 시대가 열리고 있다. 500kV 북당진~고덕 고압 직류송전(HVDC) 건설사업이 준공돼 서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전력수송 고속도로가 뚫렸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용량의 고압직류송전망 건설사업인 북당진~고덕HVDC 선로가 완공된 것. 그 현장으로 가보자.

교류(AC)를 직류(DC)로 변환하는 핵심설비인 밸브 앞에 선 서남해계통건설실 계통변환부 변환1팀.
북당진~고덕HVDC 건설사업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들이다.

서해안의 전력 인프라 중심, 북당진변환소의 ‘업그레이드’

서해대교가 드리운 바다를 바라다보며 북당진변환소가 서있다. 북당진변환소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용량의 고압직류송전망인 북당진~고덕HVDC 선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올해 5월에 드디어 10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북당진~고덕HVDC 건설사업은 충남 당진의 북당진변환소와 경기도 평택의 고덕변환소 사이 34.2km의 구간을 500kV DC 케이블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1조 1,500억 원이 투입됐다.
이 선로는 총 3GW를 송전할 수 있으며 이는 원자력발전소 3기(1기당 1GW 기준) 규모로 주택용 3kW 1백만 호에 하루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사업은 특히 첨단산업단지가 집약돼 있는 평택 고덕 지역의 대규모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공장, 라인 증설과 같은 첨단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필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서해안지역의 발전제약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그간 태안화력발전소 등 서해안 발전소들은 송전망 부족 때문에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지 못해 발전량을 일부러 줄여왔다.

무효전력을 제공하고, 고조파를 제거하는 AC 필터.

직류변환에 적정한 전압으로 낮춰주는 변환용변압기(C.Tr).

AC필터, 밸브, 평활리액터 거치며 직류 완성도 높여

고덕변전소와 겸하여 사용하고 있는 고덕변환소의 출입구를 들어서니 옥외에 기존의 변전소에서 본 듯한 설비들이 빼곡하게 펼쳐진다. 먼저 AC필터는 전력 변환 시 필요한 무효 전력을 제공하고, 고조파*를 제거하는 설비다. 이곳을 거친순도 높은 전기는 변환용 변압기에서 적정한 전압으로 낮춰져 냉각설비를 거쳐 밸브로 보내진다. 밸브는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핵심 설비다. 이 설비를 실물로 영접하기 위해 건물 안 밸브 룸으로 들어섰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밸브 설비가 위용을 자랑한다. 밸브 설비는 제1선로와 제2선로에 해당하는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밸브에서 직류로 변환된 전기는 우주선처럼 생긴 독특한 외관의 평활리액터(DC)에서 더 정교하게 교류 성질을 없애 직류전기의 완성도를 높여 선로로 전송된다.

* 비정형 파형으로 오작동, 열화 등을 발생시킨다.

제어실에서 점검하는 담당자

북당진변환소 앞에 선 서남해계통건설실 계통변환부 변환1팀 사우들.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실은 10년간의 대장정

HVDC는 전력용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교류(AC)를 직류(DC)로 변환시켜 송전하는 기술을 말한다. 자유롭게 전압을 바꿀 수 있고 송전 과정에서 전력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전력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파도 없다. 앞으로 각광받을 HVDC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주역들은 바로 중부건설본부 서남해계통건설실 계통변환부 변환1팀이다. 이들은 북당진~고덕HVDC 사업이 총 2단계에 걸쳐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2020년 12월에 1.5GW 건설을 완료했고 2단계 1.5GW는 올해 5월에 완료하여 총 3GW에 달하는 전력공급 능력을 확보했다.
2014년도 북당진~고덕 1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1단계 사업을 준공하고, 올해 2단계 사업을 준공했다. 10년가량의 대장정이었다. 1단계 사업은 2단계 사업을 위한 토건 공정 등 기반 설비 물량이 더 많아 2단계보다 조금 더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1단계 사업의 경험으로 2단계 사업을 좀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국내 최초 육상 HVDC 사업이며 3GW라는 대용량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맞닥뜨려야 할 때가 많았다. 계통 상황을 살피며 무수한 부하시험과 시운전을 반복하며 건설사업을 진행해 왔고, 많은 관련 기관들과의 협업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긴 건설 과정에서 사업 담당자도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여러 사람의 땀과 수고가 들어가 있는 사업이라고 서남해계통건설실 오양환 차장은 지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이들은 최초 가압 당시를 꼽는다.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설비를 모두 설치하고 최초로 계통에 연계하여 가압할 때의 그 순간은 이들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사업의 공정을 모두 마친 지금은 완공된 변환소와 선로를 맡아 운영하는 사업소와 관련 부서들을 잘 지원하고 협조하여 설비들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미래형 송전선로인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가 바다를 건너 육지와 육지를 잇기까지 누군가는 꿈을 꾸었고, 누군가는 착수했으며, 누군가는 시행착오와 성공을 오가는 무수한 발자국을 찍었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도전과 극복의 이야기가 모여 전력사업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국내 최초 북당진~고덕HVDC 건설사업의 완공으로 제1막을 연 직류송전의 이야기가 앞으로 미래 전력사업 스토리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해 볼 일이다.

교류 성질을 없애 직류전기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DC 설비.

장은경 사진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