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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도시 태백의 빛을 지키는 사람들
태백전력지사

따뜻한 봄기운이 세상을 채워가는 3월 11일. 하지만 아직도 이곳은 한겨울의 끝자락이 남아있다. 강원도의 상징 도시 태백. 해리포터가 킹스크로스역의 9와 3/4 승강장으로 들어가 마법의 세상으로 간 것처럼, 강원도 고한과 사북을 지나 열차가 태백역으로 들어서자 세상은 다시 겨울 속으로 들어온 듯 눈 세상이다. 봄이 문턱을 넘으려 기다리고 있는 태백을 안정적인 전력 공급으로 지켜가는 태백전력지사 사람들을 만났다.

책임감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

함백산 정상 인근 철탑을 향해 오르는 이들의 뒷모습이 결연하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도착한 154kV 철탑 앞. 둥그렇게 모인 이들은 태백전력지사 송전팀 직원들과 한전 KPS 직원들. 안전 수칙을 꼼꼼히 숙지하고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철탑에 오른다.
목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걸고 허리춤에는 몸을 고정할 안전 장구를 걸고 거침없이 철탑을 오르는 한전KPS 안상용 조장. 그의 움직임에는 쌓인 세월만큼의 연륜이 묻어난다. 생명을 건 철탑을 오르며 철탑에 이상이 있는지 살피는 이들의 예방 점검 활동은 지금까지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밑바탕이 되어 왔다.
함백산은 강원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의 경계에 선, 태백산 보다도 7미터가 높은 1,572미터의 높은 산이다. 겹겹이 능선으로 이어져 굽이마다 눈을 품은 함백산은 포근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산도 누군가에게는 안전을,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함백산 송전선로 점검을 위해 오르는 중만항재에 모인 태백전력지사 사람들.

안상용 조장이 함백산 정상 인근의 철탑에 올라 선로를 열화상카메라로 살피고 있다.

안전관리현황판을 보며 안전사항을 살피는 주상열 팀장(우)과 심규보 사원(좌).

“점검을 위해 철탑에 오를 때마다 늘 긴장하게 되지요. 우리에게 사고는 곧 ‘생명’과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매번 철탑에 오르기 전 안전 회의를 하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안전’을 상기하고 오릅니다.” 선로 점검을 함께하는 한전KPS 김진기 선임과장이 담담하지만 의지가 배어나는 목소리로 답을 한다.
“태백시를 비롯하여 영월군, 정선군, 삼척시, 그리고 경북의 울진군까지 관할지역으로 둔 태백전력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 950미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지사는 철탑 861개와 610.14c-km의 송전선로를 관리하고 있지요. 또 국가 중요설비인 765kV 신태백 S/S와 T/L 운영도 함께 하면서 수도권 소비전력의 약 11%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설비 중 765kV 신태백변전소는 해발 950m의 대덕산에 세워졌고, 154kV 태백 T/L은 1,383m의 함백산을 지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지사 관할지역 대부분이 험한 산악지역으로 겨울철 빙설해를 비롯한 강풍 등의 피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설비관리에 특별히 주의하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상열 송전팀장이 관리의 난이도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은 겨울철 설비 관리가 녹록치 않음에도 완벽한 전력공급으로 올 1월 끝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였다. 자부심이 묻어날 만큼의 성과였다.
“올해 유난히 눈이 많이 와 더욱 가슴 조이며 점검에 혼신을 쏟았지요. 하지만 선로에 쌓인 눈이 강추위에 얼어붙으면서 발생하는 고장을 모두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전력을 긴급 공급하기 위하여 선로에 얼어붙은 눈을 제거하며 위기를 넘어섰습니다. 영하 30도가 넘는 날씨는 매섭기가 상상을 초월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완벽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얼굴을 에는 추위를 뚫고 철탑에 올랐던 송전팀 최지원 사원이 말을 잇는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란 책임감으로 모두가 하나되어 태백의 혹독한 환경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이들은 전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켜내는 완벽한 전력공급

주상열 팀장을 비롯한 12명으로 구성된 송전팀은 일상적으로 송전설비가 위치한 지역의 특성이나 설비별 취약점을 꼼꼼히 정리하며 관리한다. 대부분의 설비가 산악지역에 있어 이동과 접근이 쉽지 않지만 취약한 부분은 사전 예방정비 활동으로 한 번 더 챙긴다. 설비불량으로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들이 한 걸음 더 먼저 살피는 것이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이 불편함 없는 완벽한 전력공급으로 돌아온다는 보람이 이들의 고된 하루를 어루만지고 있을게다.
“태백은 봄이 다른 지역보다 45일 정도 늦게 찾아온다고 봅니다. 그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이 되어도 우리는 또 다시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봄이 되면 불청객 산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거든요.”
겨울이면 눈으로 발생하는 고장을 걱정하고, 봄이 되면 산불 예방이란 또 다른 전쟁과 맞서는 이들. 지난 2022년 강원 동해안과 경북지역의 대형 산불은 이들에게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봄바람이 불게 되면 이들은 바람이 많고 건조한 봄철의 선로 산불 고장 제로화를 위해 미리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송전선로가 지나는 선하지(線下地, 송전선 아래의 땅) 수목 벌 채로 산불 예방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의 합동 캠페인, 산불지연제 확보, 비상연락체제 정비 등을 빈틈없이 관리하며 안전한 전력 공급에 힘을 쏟는다.
기나긴 겨울이 물러나고 봄의 전령이 태백산맥을 넘어온다. 다른 지역보다 훨씬 긴 겨울, 많은 눈과 추위가 기본인 태백의 겨울을 지내고 이제 봄 맞을 준비를 하는 태백전력지사. 혹독한 겨울과의 싸움을 끝내고 봄 산불 예방 활동 준비에 바쁘다. 힘든 기후환경을 이겨내고 태백의 빛을 지키겠다는 책임감으로 오늘도 함백산을 오르는 이들의 뒷모습이 봄을 머금은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철탑에 오르기 전 안전회의를 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뚫고 함백산 송전철탑으로 오르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태백전력지사.

황지영 사진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