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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경영정상화의 원년으로

지난 2023년 한전은 6.5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별도 기준). 세 차례에 걸친 요금조정과 함께 강도 높은 자구노력 이행을 통해 지난 2022년 기록한 33.9조 원의 영업손실을 불과 1년 만에 27조 원 이상 개선한 것이다. 4분기에는 1.4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3년간 누적된 대규모 적자의 영향으로 작년 말 한전법상 사채발행한도를 초과할 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매일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만 약 100억 원에 이른다. 사상 초유의 재무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영정상화 달성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보자.

2023년, 별도 기준으로 한전은 약 6조 5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기록한 약 33조 9천억 원의 영업손실에 비해 27조 원 이상 호전된 실적이다.
전년 대비 변동 요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작년 1월, 5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총 26.0원/kWh 인상해 연간 전기판매 수익이 약 16조 8천억 원 증가한 영향이 크다. 판매량은 전해에 비해 0.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단가가 26.8% 상승하며 매출액이 약 25%가량 증가, 향후 안정적인 수익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두 번째로 연간 구입전력비가 전해 대비 약 10조 7천억 원 감소했다. 2분기 이후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며 전력 구입 단가가 10% 이상 하락했고, REC 단가 하락으로 RPS 비용 또한 15% 이상 감소한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이 손익구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며 재무 실적이 점차 호전되었고, 4분기에는 1조 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약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해 향후 재무 전망을 밝게 했다.

재정건전화계획 확대 목표

재정건전화 확대 계획 본격 가동해
부채비율 약 265% 감축, 4분기 흑자 전환 견인

사상 초유의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한전은 지난 한 해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한전은 지난 2022년 8월, 기재부로부터 재무위험 기관으로 지정되어 재무건전성 회복을 목표로 한 5개년 14.3조 원 규모의 재정건전화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초 불충분한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가격 불안정 지속 등의 영향으로 재무 전망이 더욱 악화되었고, 이에 3.8조 원 목표를 추가한 18.1조 원의 재정건전화 확대 계획을 수립해 재무개선 노력을 가속했다.
자산매각 분야에서는 추가 매각 대상 발굴을 통해 약 3,000억 원의 목표를 확대했고, 사업조정 분야에서는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수립 시 2027년 이후로 준공 시기가 변경된 사업의 공정조정을 통해 약 0.1조 원의 투자비 추가 절감을 목표로 했다. 비용절감 분야에서는 전력시장 안정화를 위한 8건의 정책 발굴 및 관철을 통해 구입비 절감 목표를 약 3조 원 확대했고, 구입비 외 비용절감 목표 또한 약 0.7조원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수익 확대 분야에서는 단가 인상 요인을 반영한 표준시설부담금 추가 조정을 통해 0.1조 원의 목표를 확대했다.
재정건전화계획의 목표 확대와 동시에,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재정건전화 이행실적 점검 TF를 구성했고, 매월 실적 점검 회의를 개최해 점검체계를 강화하고 장애요인을 극복하는데 전사 역량을 총 결집했으며 그 결과 2023년 목표의 142% 수준인 4.5조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분야별로 구체적인 이행 노력과 성과를 살펴보자. 먼저 자산매각 분야는 경기침체,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행 여건이 매우 어려웠으나 다양한 매각 노력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공기업 최초로 부동산 매각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매각 대상 부동산 홍보활동을 강화했고, 출자지분 매각에 있어서는 지분 대량매각에 따른 부담으로 난항을 겪고 있던 한전기술 지분매각에 PRS를 전격 도입해 성사시켰다. 2023년 부동산 7개소의 매각과 한전기술 지분매각 등을 통해 0.4조 원의 자금유동성을 확보했다.

2023년 재정건전화 실적 (단위: 조 원)

사업조정 분야에서는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투자 소요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공법 적용, 기준 개선, 전력사업 외 비필수 사업 시기 이연 등을 통해 0.5조 원의 투자비를 절감했다.
비용 절감 분야에서는 석탄발전감축제 완화, 긴급정산상한제 시행 등 시장제도 개선 과제 7건의 시행을 통해 2.7조 원을 감축하고 예산 절감 목표 상향 및 4분기 예산 회수 등 초긴축 예산운영을 통해 구입비 외 비용 0.6조 원을 절감했다.
수익확대 분야에서는 1전기사용장소 2전압 공급기준 신설 등의 기준 개선과 표준시설부담금, 배전공가 이용요금 등의 단가 현실화를 통해 전기판매수익 외 수익 0.3조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약 3.9조 원의 영업이익을 개선하고 차입금 감소에 따라 이자 비용을 약 0.2조 원 절감하는 등, 손실 규모를 총 4.1조 원가량 줄일 수 있었고, 부채비율을 약 265% 감축했다. 또한 4분기 흑자 전환을 견인하며 2027년 경영정상화를 위한 한전의 중장기 재무 목표 달성을 가능케 했다.

추가 자구대책 수립과 중간배당 시행으로
초유의 디폴트 위기 극복

재정건전화계획의 목표 확대 및 충실한 이행 외에도, 한전은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자구 대책을 수립하며 조기 경영정상화 달성 의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먼저 작년 5월, 2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발표한 추가 자구안에는 한전 남서울본부 매각 및 한전아트센터 3개 층의 임대와 임금반납 등의 계획이 포함되었다. 남서울본부는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의 ‘여의도 금융 중심 지구단위계획’과 연계한 재개발을 현재 추진 중이며, 한전아트센터는 사무실 재배치를 통해 3개 층을 확보한 후 우선 2개 층의 임대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3직급 이상 임금인상분을 반납한 데 이어, 정부경영평가 결과 상향 조정으로 경영평가성과급 지급이 확정된 지난 2월엔 전 직원이 성과급 일부 반납에 동참하기도 했다.
작년 11월엔 경영 위기 조기 극복 및 내부개혁 의지를 담은 특단의 자구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본사 조직을 20% 축소해 기존 8본부 36처를 6본부 29처로 재편하고 사업소 거점화와 업무 광역화를 통해 사업소 조직 또한 단계적으로 25% 수준을 효율화 하는 조직혁신 계획과 함께 업무의 디지털화·자동화 등을 통한 인력효율화 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함께 부지 용도 상향을 전제로 한 인재개발원 매각 이전계획, 한전KDN 지분 일부 매각,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사업 매각계획 또한 포함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高)환율 등의 대외여건 악화가 지속되고 4분기 불충분한 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12월에는 한전법상 사채발행한도 초과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사채 추가발행 불가 시 예상되는 자금조달 위기 극복을 위해 한전은 공기업 최초로 중간 배당 제도를 도입했다. 전 경영진이 그룹사를 방문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바탕으로 전력그룹사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총 3조 2천억 원의 중간배당을 시행해 자본을 확대하고 사상 초유의 디폴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2027년까지 누적적자 해소하고,
사채발행 배수 2배 이내로 관리해야

경영정상화 노력을 통해 11분기 만에 영업흑자 전환을 이루어 냈지만, 장밋빛 미래만을 그릴 수는 없다. 지난 3년간 대규모의 영업손실로 누적된 적자는 47.8조 원에 이르며 이에 따라 차입이 급증한 영향으로 매년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만 해도 3조 원이 넘는다.
또한 러-우 전쟁, 이-팔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 장기화되며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재반등할 위험도 크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달성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사채발행한도를 당초 2배에서 5배(최대 6배)까지 확대한 한전법 개정 조항의 일몰 기한은 2027년 말까지다. 이는 2027년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사채발행 배수를 2배 이내로 관리해야만 향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지속 가능할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기수립한 재정건전화계획 및 추가 자구 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전력시장 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통해 경영 정상화의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으로서 각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관행적인 비효율 요인을 타파하고, 신규 수익을 창출할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한전의 재무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재무위기는 회사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한마음으로 모아 당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의 도약을 준비하자.

박범유 비상경영추진실 TF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