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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봄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봄꽃 명소

봄이 왔다. 화엄사 홍매는 이미 자줏빛 꽃망울을 터뜨렸고, 머지않아 남도 섬진강 자락에서는 곧 연분홍 벚꽃이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아차 하면 도망가 버리는 이 땅의 봄. 짧다고 탓하지 말고 서둘러 봄 속으로 걸어 들어갈 일이다.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 가볼 만한 봄꽃 여행지를 소개한다.

연인 가족 친구


하동 쌍계사 벚꽃길

벚꽃 터널 걸으며 마음은 만발하다

하동의 봄은 3월, 매화가 피면서 시작한다. 하동 봄의 절정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길에 벚꽃이 환하게 필 때다. 하얀 눈처럼 혹은 솜뭉치처럼 풍성하게 피어난 벚꽃은 깊고 찬란한 터널을 이룬다. 벚꽃길은 ‘혼례길’로도 불리는데,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뤄지고 영원하다고 한다. 봄날 하동 여행에서 차 마시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은은한 햇차 한 잔이면 봄이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여수 오동도와 거문도

붉은 동백은 푸른 바다 위로

오동도, 38,000여 평의 조그마한 섬이지만 그 속은 별천지다. 동백나무 4,000그루와 200여 종의 상록수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가 약 2km 정도 이어지는데 한려수도의 빼어난 바다 풍광과 어우러져 근사 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다른 꽃 마중 장소는 거문도다. 동백이 천지로 핀 숲은 제목을 꺾어 떨어진 동백이 누군가 일부러 흩뿌려 놓은 것처럼 낭자하다.


보은 법주사

울창한 숲길 끝 만발한 벚꽃

4월 초면 법주사 일대에 벚꽃이 화들짝 피는데, 절 초입에 자리한 ‘오리숲’부터 이어진다. 수령 100~200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와 떡갈나무, 참나무가 넉넉하게 자라는 이 숲은 숲의 길이가 ‘5리’에 이른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매표소에서 법주사까지 약 2km정도 이어진다. 걷기에 좋아 유모차를 밀고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구간이다. 어린 자녀와 함께 냄새 짙은 숲길을 걷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태백 분주령

천상의 야생화 트레킹

강원도 태백 두문동재 입구. 해발 1,268m. 웬만한 산 정상과 맞먹는 높이다. 흔히 싸리재라고도 부른다. 봄이면 피나물이며 개별꽃, 홀아비바람꽃, 산괴불주머니 예쁘고 다정한 우리 봄꽃을 맘껏 볼 수 있다. 정상에는 ‘백두대간 두문동재’라는 표지석이 서 있는데, 표지석 옆 산불감 시초소의 차량차단기를 넘어 금대봉으로 가보자. 머리 위로는 푸른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찬란한 봄 하늘이 펼쳐지고, 길은 평탄하고 푹신푹신해 걷기 좋다.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

동백 밟고 다산의 흔적을 찾다

천주교를 믿었다는 죄로 강진으로 유배를 온 다산은 1801∼1818년까지 강진에 홀로 남겨졌다. 강진읍성 동문 밖 주막 집에 머물던 다산을 곤궁히 여긴 해남 윤씨 일가가 초당을 지어주어 거처를 옮기게 되는데 그것이 다산초당이다. 다산 초당 가는 길은 기분 좋은 숲길. 특히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은 놓치기 아름다운 코스다. 백련사는 7,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 지금은 땅에 핀 동백으로 가득하다.


경북 영덕

복사꽃 만발한 무릉도원

헐거워진 땅에 들풀이 번져가는 4월이면 영덕에 복사꽃이 피어난다. 안동에서 영덕으로 넘어가는 국도 34호선을 타고 가다 황장재를 넘어서면 지품면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복사꽃밭이 시작된다. 강변의 평평한 밭고랑은 물론 산비탈의 계곡까지 연분홍 복사꽃이 가득하다. 오십천을 따라 늘어선 복숭아밭이 마치 물결처럼 굽이친다. 탐스러운 꽃송이가 가지에 잔뜩 붙어 있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TIP

방구석 1열에서 즐기는 봄꽃 명소

1. INSTAGRAM 대한민국 구석구석
대한민국 구석구석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이미 봄으로 가득하다. 봄꽃 축제부터 봄 나들이 여행지 추천까지, 아름다운 봄꽃 명소의 사진과 영상뿐만 아니라 유익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4월 20일 시작하는 불암산철쭉축제와 군포철쭉축제를 영상으로 미리 만나보자.

2. YOUTUBE 문화유산채널
문화유산채널은 문화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고품질 문화유산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올라온 ‘[UHD] 4대 궁궐 봄꽃 풍경 콘텐츠(종합편)’은 서울의 4대 궁궐에 화사하게 핀 봄꽃의 향연을 선사한다.

글·사진최갑수(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