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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종이신문의 시대,
위기의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환골탈태한 비결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과 함께 세계 여론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뉴욕타임스는 2023년 4분기 유료 디지털 독자를 30만 명 모집했고 디지털 구독 연간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1조 3,330억원)를 넘어섰다. 저무는 종이신문의 시대,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한 뉴욕타임스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회색 머리의 노부인(Gray Old Lady)’으로 불리던 미국 대표 신문, 뉴욕타임스. 지면 대부분을 사진 없이 글자로만 가득 채운 모습이 고루해 보여 이런 별명이 붙었다. 인터넷이 등장한 후에도 뉴욕타임스는 종이신문만 고집했다. 하지만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고, 뉴욕타임스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도 인터넷 세상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뉴욕타임스는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뉴욕타임스는 전 직원의 급여를 5% 삭감하고, 2013년까지 TV 방송사 등 갖고 있던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각했다.
2012년, 뉴욕타임스의 구원투수로 부임한 CEO 마크 톰슨(Mark Thompson)은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디지털 퍼스트’를 제시했다. 디지털 퍼스트란 기존의 종이신문 중심 뉴스 제작 방식을 모바일, 웹사이트, 종이신문 순으로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종이신문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지털 구독 상품을 생산·유통하고 광고와 구독 비즈니스를 포함해 전체 가치사슬을 운영하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디지털 상품을 팔고 있다. 십자말풀이 등 게임과 쿠킹, 오디오, 이 세 상품의 구독자는 2016년 24만 명에서 2021년 2분기 179만 명으로 급증했다. 100년 넘게 유지해 온 종이신문 DNA를 디지털 DNA로 바꾸는 데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줄이고, 변화를 향한 속도는 높인 뉴욕타임스의 비결은 한마디로 ‘Change N.O.W’다.

변화의 첫걸음은 구성원들에게 위기 상황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불편한 진실도 드러내야 한다. 2011년 3월 온라인 기사 유료화에 승부수를 걸었던 뉴욕타임스는 2014년, 종이신문에 대한 자부심과 집착을 버리고 디지털을 우선으로 삼을 것을 촉구하는 ‘혁신 보고서(Innovation Report)’를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96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문 중심적 제작 관행에 젖어 있다는 비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리더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추측하게 된다. 추측은 오해나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시 뉴욕타임스 구원투수로 부임한 CEO 마크 톰슨(現 CNN CEO)은 7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임원들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끝장 토론(intense conversation)을 벌였다. 구성원들과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소그룹으로 나눠 스무 번이 넘게 대화했다. 마크 톰슨은 “수많은 논쟁과 외침을 통해 비로소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정으로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물체에 관성이 있듯 조직도 관성을 보인다. 조직의 관성을 끊어내려면 현재 가장 문제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에서 발생하는데, 뉴욕타임스 직원들은 여전히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직원들에게 깜짝 메일을 보냈다. “일주일 동안 본사 건물의 모든 데스크톱에서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접속을 전면 차단합니다. 그 어떤 업무보다 모바일을 최우선에 두고 일해주세요.” 이 조치로 인해 뉴욕타임스 직원들은 모바일 서비스 CHANGE N.O.W. 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장의 변화와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은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더 빨리’만 외치며 구성원을 몰아붙이면 오히려 ‘더 큰 저항’을 유발할 수 있다.
Naked Truth, Over-Communication, Warning의 Change N.O.W 원칙을 활용해 보자.
저항은 줄이고 속도는 높여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랩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