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Now
FLEX : 멋의 정의
‘과시’를 넘어 ‘가치’ 추구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왜 사람들은포켓몬 빵, 프라이탁, 샤넬 클래식 플랩백으로 FLEX 할까?
무엇을 어떻게 구입하고 사용하는지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 취향,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SNS가 또 다른 사회적 공간이 되면서 소비는 더 노골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자신을 만족스럽게 하는 놀이가 되었다.
허태윤(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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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란의 포켓몬 빵을 찾아 편의점을 돌다 극적으로 하나 남은 빵을 구입한다. ‘희귀템’ 스티커는 SNS에 자랑한다. 스티커만 취하고 먹지 않은 빵들을 당근마켓을 통해 ‘나눔’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온라인상의 놀이문화가 됐다.
다층적인 소비의 의미
‘플렉스’라는 유행어는 래퍼 ‘염따’가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고가 가방과 차를 자랑하며 사용했던 말로, 근육질의 남성이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팔을 구부려 이두근을 자랑하는 행위, 즉 플렉싱(flexing)에서 유래했다. 힙합 가수들이 어려운 과거를 극복하고 성공한 자신에게 보상한다는 의미를 포함해, ‘부(富)’를 과시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우리나라 래퍼를 통해 전해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여지는 소비의 의미는 다층적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놀이가 되기도 하고, 부를 과시하거나 자신의 개성이나 신념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된다.
MZ 세대의 골프 플렉스
레저산업연구소는 2020년 기준 1년에 한 번이라도 골프장을 찾은 골프인구 가운데 20대는 26만 7,000명, 30대는 66만 9,000명으로 추산했다. 각각 전년 대비 92.1%, 30.7% 증가한 규모다. 골프는 MZ 세대의 놀이터인 인스타그램의 감성에 가장 최적화된 콘텐츠다. 인스타그램에 검색어를 입력해보면 #골프(600만), #골린이(56만), #라운딩(76만)과 같은 골프 관련 검색어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한 벌에 2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골프 의류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고가의 골프 의류만을 대여하는 업체도 있다. 그 중심에는 MZ 세대의 플렉스 소비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골프장은 코로나로 갑갑해진 일상 속에 야외에서 친구들과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가치 있는 곳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골프웨어로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인생샷도 찍을 수 있다. 장비 구입부터 레슨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골프는 MZ 세대에게 사회적, 경제적 정체성을 과시할 수 있는 플렉스의 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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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의 방수천을 업사이클링 해 만든 프라이탁 가방은 연간 30만 개나 만들어지지만 같은 건 하나도 없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데다 세상에 하나 뿐인 가방은 소비로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MZ 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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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의 방수천을 업사이클링 해 만든 프라이탁 가방은 연간 30만 개나 만들어지지만 같은 건 하나도 없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데다 세상에 하나 뿐인 가방은 소비로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MZ 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소비도 되고, 투자도 되는 명품 플렉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 앤드 컴퍼니’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명품시장 규모는 65조 1,572억 원으로 전년대비 48%나 증가했다. 이렇게 명품시장이 성장한 배경에는 두 가지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의 확산이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현지 구매나 면세점 이용이 어려워졌고, 명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등장한 명품 전문 온라인 플랫폼인 ‘발란’, ‘트랜비’의 급성장이 그 증거다. 두 번째로 소비력을 갖춘 MZ 세대의 등장이다. 축적 자산이 적은 이들은 자신의 소득수준을 고려하기보다 제품 자체의 희소성, 리세일을 통한 투자 가치 등을 중요시 여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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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란의 포켓몬 빵을 찾아 편의점을 돌다 극적으로 하나 남은 빵을 구입한다. ‘희귀템’ 스티커는 SNS에 자랑한다. 스티커만 취하고 먹지 않은 빵들을 당근마켓을 통해 ‘나눔’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온라인상의 놀이문화가 됐다.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도 FLEX – 비건 소비
ESG의 시대, MZ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플렉스’는 ‘비건’이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식품을 먹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선호하며, 식물성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는 것이다. 물론 이런 비건 제품들의 가격은 기존의 제품보다 훨씬 비싸다. 그런데도 왜 이들은 비건 제품을 소비할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의 가치와 동물복지에 대한 신념이 어떤 세대보다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의 주축이 이들에게 있어 ‘소비’의 의미는 단순히 편의와 자기만족을 넘어섰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움직임에까지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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