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아이템
FLEX : 멋의 정의
국보급으로 힙한 거 보여줄까?
오백억짜리 미소를 자랑하는 ‘반가사유상’ 이야기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엔 ‘한국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유물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건축가와 협업을 해 만든 ‘사유의 방’이라는 특별 전시관에서 이름표도, 유리관도 없이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는 두 반가사유상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실
안 그래도 요즘 명상이 유행이라던데
한국을 대표하는 유물로 발돋움하고 있는 ‘반가사유상’, 이들의 공식 명칭은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문화재의 서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된 국보 지정번호 탓에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통상 78호와 83호로 불린다. 화려한 장식에 슬림한 쪽이 78호, 조금 더 단순하고 키가 큰 쪽이 83호다.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半跏思惟)’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자세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금속으로 제작된 반가사유상은 국내에만 수십 점이 있으나, 만듦새와 크기 면에서 78호와 83호 둘이 으뜸으로 꼽힌다. 이들은 6~7세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제작 국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삼국 통일 이전 전쟁이 많던 시기, 불안은 커지고 기댈 곳 없는 현실 속에서 어딘가에 기대고픈 백성들의 바람은 반가사유상의 집중 제작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
500억짜리 국보를 회사 책상에 두는 법
국내 유물 기획전시로는 이례적으로 오픈 후 한 달 사이 10만 명이 다녀갈 정도의 인기를 누린 ‘사유의 방’ 전시와 더불어 인기를 끈 건 바로 ‘굿즈’다. 반가사유상을 8분의 1 크기로 줄인 미니어처 상품은 한때 품절 대란을 일으켜 구매를 위해 몇 주씩 기다림은 기본이었다.
‘사유의 방’을 통한 특별 전시의 영향도 있었지만,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일찌감치 입소문을 탔다. BTS의 RM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작업실 사진에도 등장해 화제가 됐다. ‘고려청자무늬 에어팟 케이스’, ‘자개 텀블러’ 등으로 아는 사람만 알던 ‘굿즈 맛집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을 줄여 이르는 말)’이 그야말로 일을 낸 것이다. 가격은 4만 9천 원으로, 전시 연계 상품 중에서도 고가인 편이나 계속해서 판매량은 늘고 있다. 힙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그만이지만 회사 책상에 놓아두고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한 번씩 보면 치솟던 스트레스가 다소 저감된다나?
50여 년 먼저 제작!
화려한 보관, 자연스러운 반가좌 자세,
몸 앞에서 교차된 옷자락과 허리띠의
율동적인 흐름이 압권!
국내에서는 가장 큰 금동반가사유상!
일본의 국보 1호 고류지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과 쌍둥이라
이를만큼 흡사해 유명세는 더 높은 편!
신라계 승려가 고류지를 창건한
점으로 신라설이 유력한 편!
“괜찮을 거예요” 치유의 미소
반가사유상이 가진 저력은 얼굴에 깃든 오묘한 미소가 제일로 꼽힌다. 생각에 잠겨있던 중 어떤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듯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미소는 우리가 살며 느끼는 번민과 걱정이 별것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 인자하고 편안하다.
이들 불상은 신라시대의 ‘얼굴무늬 수막새’와 함께 이미 해외에서도 ‘한국의 미소’로 유명하다. 특히 83호는 1960년 이후 7번, 총 2,255일의 해외 전시를 다녀온 바 있으며 2013년 받았던 보험산정액은 한화로 5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국보 중에서도 최고가다. 사람들이 교과서에서만 보던 반가사유상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도 만듦새가 빼어나서도 아니다. 천 년 전을 살아가던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걸 불상의 존재가 이야기해 주어서가 아닐까? 그들이 마음을 의탁했던 미소가 오늘날 우리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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