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요즘 명상이 유행이라던데
한국을 대표하는 유물로 발돋움하고 있는 ‘반가사유상’, 이들의 공식 명칭은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문화재의 서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된 국보 지정번호 탓에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통상 78호와 83호로 불린다. 화려한 장식에 슬림한 쪽이 78호, 조금 더 단순하고 키가 큰 쪽이 83호다.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半跏思惟)’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자세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금속으로 제작된 반가사유상은 국내에만 수십 점이 있으나, 만듦새와 크기 면에서 78호와 83호 둘이 으뜸으로 꼽힌다. 이들은 6~7세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제작 국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삼국 통일 이전 전쟁이 많던 시기, 불안은 커지고 기댈 곳 없는 현실 속에서 어딘가에 기대고픈 백성들의 바람은 반가사유상의 집중 제작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