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같은 마음을 움직인 ‘모닝 막걸리’
이 지역 민원의 중점은 지중화 요구다. 하지만 비용 및 절차, 지역 간 형평성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협의가 결렬되면서 지난해 7월에는 공사에 투입된 장비 위에 주민들이 올라가 방해하는 등 물리력이 동원되었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규정이나 법적 사항을 초월하는 요구 사항은 저희가 수용하기 어렵죠. 때문에 틀 안에서 최대한 이해시키려고 협의를 진행하지만, 민원인들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마찰이 생기면,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육두문자들이 20~30분 동안 마치 기관총처럼 두두두두 날아옵니다. 그걸 다 듣고 겨우 1~2분 우리의 얘기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스트레스가 심하죠.”
이 현장에서만 7년째 근무 중인 한대현 차장은 원칙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극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건설 현장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본부 차원에서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만,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현장에서 받은 압박감은 좀처럼 해소되지가 않는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일도 있다.
“지중화를 요구하던 마을 중 신촌리에 주민들의 중심점 역할을 하는 89세 어르신이 계십니다. 매일 아침 9시 30분쯤 막걸리 세 병과 골뱅이를 챙겨서 그 댁으로 출근을 하다시피 했어요. 가면 항상 이웃에 사시는 또 다른 어르신도 계시죠. 두 분과 매일 아침 여담을 나누었죠. 그렇게 두 달여 만에 협조를 해주시겠다고 하셨고,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최광웅 과장의 2개월여 ‘모닝 막걸리’ 담화는 결국 공사 진행으로 이어졌다. 진심에 정성을 더한 결과, 바위처럼 단단했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