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
인터넷은 과거에도 지금도 ‘정보의 바다’다. 하지만 책을 사고 신문을 구독해야만, 컨퍼런스 티켓을 구매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들을 공짜로 다 누리기도 전에 우린 새로운 걱정을 하게 됐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알맹이’를 건져 올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안다. ‘강남역 맛집’을 찾을 때 초록창 검색결과의 상단부에 제시되는 글 중 다수가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적당히 걸러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러한 정보 과잉의 시대에 쓸모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손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탐색의 과정은 의외로 피로도 높은 노동이다. 때문에 최근 늘고 있는 유·무료 지식 큐레이션 플랫폼의 중요한 역할은 바로 ‘필터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양가 없는 정보는 걸러내 주고, 이용자가 궁금해할만한 것을 한입 크기로 잘라 배달해준다. 월정액을 결제한 뒤 읽을 수 있는 주제별 지식 플랫폼도, 광고를 포함하는 무료 뉴스레터도 이러한 역할을 자임한다. 비즈니스, 교양, 마케팅, 커리어, 시사 등 세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등장했으며,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포털도 단순 중개자를 넘어 ‘큐레이션 콘텐츠’의 제공자로 등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