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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9¾ 플랫폼을 찾아서
‘GAFA’ 밖 생태계는 가능할까?
공룡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의 영토 전쟁이 치열하다. 이들은 10여 년 간 수십억 명의 데이터가 오고가는 인터넷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해 왔다. 코로나19에도 끄떡없던 이들 ‘빅테크’ 공룡 플랫폼들은 향후 어떻게 살아남을까? next 9¾ 플랫폼은 어디에서 열릴까?
김진환(Trend Insight 에디터)
21세기의 칭기즈 칸, G.A.F.A 2000년대 우리가 열광했던 해리 포터의 모험은 그가 킹스크로스역 9와 ¾플랫폼 기둥으로 있는 힘껏 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마법 빗자루 님부스가 날아다니고, 머리 세 개 달린 거대한 플러피가 지키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사전적 의미로 기차역 승강장을 뜻하는 ‘플랫폼’은 <해리 포터>의 첫 출간 즈음만 하더라도 호그와트로 연결되는 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이름을 빗대어 ‘플랫폼 기업’들로 일컬어지는 회사들은 우리의 일상을 점령했다. G.A.F.A는 플랫폼에 정차한 기차들에 탑승객을 태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역을 발견해 도시를 세우는 종합 개발 회사가 됐다. 그들은 그 도시까지 이어지는 특정 규격의 철로를 생산하는 철도회사이면서, 탑승객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광고회사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 낸 도시들을 살펴보자. 검색, 동영상 플랫폼, 스마트폰 및 PC, 이와 호환되는 다양한 필수품들(이어폰, 시계, 태블릿 등), 전자상거래, 다양한 SNS, 음악, 클라우드 서비스, 지도 검색, TV 스트리밍까지. 이 중 하나의 도시에 들르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싣는 순간, 열차는 멈출 새도 없이 그들의 다른 도시로 우리를 안내하곤 한다.
바이러스도 굴복한 역사상가장 강력한 정복자 이들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했는지 잘 보여주는 지표는 이들의 주가지수이다. 2004년 42달러로 상장한 구글 주가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까지 30배가 올라 1,350달러가 됐다. 아마존도 마찬가지. 2004년 50달러이던 아마존 1주는 2019년을 1,900달러로 마감했으며, 2007년 아이폰 발표 때 3달러에 불과하던 애플의 주가는 2019년을 72달러에 이르렀다. 후발주자인 페이스북 역시 2012년 38달러에서 2019년 200달러까지 쾌속으로 다다랐다. 모두 동일 기간 S&P 500의 상승률을 3~10배 까지 상회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오프라인 지구’가 셧다운 된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의 ‘온라인 지구’는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이뤄냈다. 코로나 이후 2년 동안 구글 주가는 2배가 올라 2,700달러가 됐고, 아마존은 1,900달러에서 3,200달러가 됐다. 그리고 애플은 유일무이한 시가총액 3천 조를 달성했다. 이들은 이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복자였던 칭기즈 칸이나 알렉산더대왕에 비견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빅 테크에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는’ 기차역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출발시키는가, 다시 말해 얼마나 많은 노선을 거쳐 가는지에 따라 그 중요성이 판단된다. 그에 비해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목적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구로 ‘도착’하게 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 많은 출발지(서비스)와 더 빠른 철도 노선(알고리즘과 서비스 간 연결)을 만들어내는 데에 사활을 걸어왔다. SNS 서비스라는 출발지에 의존하고 있던 페이스북이 출발지를 우회하여 기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애플의 ‘앱 추적 금지’ 업데이트만으로 치명상을 입은 것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 편에서는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시각 역시도 거세지고 있다. 미 하원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자사의 플랫폼 내에서 판매하고, 타사 제품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들을 골자로 한 ‘반독점법’을 발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들 플랫폼 기업들이 지난 십수 년 간 깔아온 철도들이 진정으로 승객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독점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인지 점검하는 검문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FLY ME TO THE MOON 지난 20년간,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인터넷이라는 비기를 이용하여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다 윤택하고 편리한 삶을 선물해 주었고, 우리는 인터넷으로만 연결된 삶이 어쩌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사실을 지난 2년간 깨닫게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현실의 단절이 인터넷의 연결성을 극대화하자,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영토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현실과 연결됨으로써 가치가 있는 인터넷이 아니라, 인터넷 자체가 또 다른 현실이 되는 곳. 우리가 잘 아는 ‘메타버스’도 그 중 하나다. 플랫폼은 이렇게 판을 깔고 사람들이 오가게 만든다. 플랫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다음 기차를 기다린다. 다음 기차는 우리를 다른 도시가 아닌 달나라로, 혹은 다른 우주로 데려다 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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