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칭기즈 칸, G.A.F.A
2000년대 우리가 열광했던 해리 포터의 모험은 그가 킹스크로스역 9와 ¾플랫폼 기둥으로 있는 힘껏 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마법 빗자루 님부스가 날아다니고, 머리 세 개 달린 거대한 플러피가 지키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사전적 의미로 기차역 승강장을 뜻하는 ‘플랫폼’은 <해리 포터>의 첫 출간 즈음만 하더라도 호그와트로 연결되는 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이름을 빗대어 ‘플랫폼 기업’들로 일컬어지는 회사들은 우리의 일상을 점령했다. G.A.F.A는 플랫폼에 정차한 기차들에 탑승객을 태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역을 발견해 도시를 세우는 종합 개발 회사가 됐다. 그들은 그 도시까지 이어지는 특정 규격의 철로를 생산하는 철도회사이면서, 탑승객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광고회사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 낸 도시들을 살펴보자. 검색, 동영상 플랫폼, 스마트폰 및 PC, 이와 호환되는 다양한 필수품들(이어폰, 시계, 태블릿 등), 전자상거래, 다양한 SNS, 음악, 클라우드 서비스, 지도 검색, TV 스트리밍까지. 이 중 하나의 도시에 들르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싣는 순간, 열차는 멈출 새도 없이 그들의 다른 도시로 우리를 안내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