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Stick
가족, 그 이름만으로도
고마운 존재 이상헌 순천지사 전력공급부 부장
“아빠, 저도 함께 내려갈게요”
지난 2015년 말, 벌써 7년 전 일입니다. 승진 직후, 사업소 발령을 받고 저 혼자 갈지,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갈지를 고민할 때였는데 당시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작은 아들이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내려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어쩔 수 없이 단신 부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아들이 자기도 함께 가겠다고 말해온 겁니다. 다행이라 생각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친구들과의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오면서 낯선 곳에 대한 염려가 컸지만, 정작 나주에 와서 생활하면서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한 건 가족 간의 ‘어색한(?)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본사 근무 시절에는 여느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이른 새벽 출근, 퇴근 후 야근, 주말 출근으로 가족들을 마주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요. 그렇게 ‘따로국밥’ 같던 가족이 이제는 평일 저녁, 주말에도 늘 ‘함께’하게 되면서 서로 간에 벌어져 있던 틈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젊은 시절엔 회사가 가족보다 우선이었습니다. ‘살기 위해’라는 궁색한 이유로 가족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스스로 돌아보니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지난날은 갈팡질팡, 회한과 오점으로 점철된 흔적뿐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개념이 생소하던 당시에는 가족들의 희생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아빠와 함께 놀고 싶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시선을 피곤하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게 참 아쉽고 후회스럽습니다. 해맑았던 유년기에 여느 아빠들처럼 살갑게 대해주지 못한, 많이 부족한 아빠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언제까지나 부모 곁에서 응석을 부릴 것만 같았던 두 아들은 이제 장성하여 각자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지난날에 대한 회한과 안타까움을 담아 아이들에게 반성 겸 사과의 말을 건넸습니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아빠가 함께 많은 시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요. 그때, 제게 돌아온 아이들의 대답에 가슴이 더 먹먹해졌습니다.
“아녜요, 아빠. 아빠는 그러실 수밖에 없었잖아요. 가족들을 위해서... 다 이해해요...”

삶의 가치관이나 우선순위는 저마다 다르지만 가장 우선해야 할 가치가 무엇보다 ‘가족’임은 비단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이 친구처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하는 걸 보면 만감이 교차하고, 참 부럽습니다. 지금은 못 느끼겠지만 훗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부모와 함께했던 시간이 마음 한켠에 보석 같은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추억은 내리사랑으로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전해지겠지요.

이 글을 읽는 한전 가족 여러분,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오늘, 바로 지금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소 어색할 수 있겠지만 카톡이나 문자로 ‘사랑해 아들!, 사랑해 딸!’이라고 더 늦기 전에 표현해 보세요.
‘오늘’이라 부르는 이날은 미래의 내가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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