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Now
챌린지 : 삶을 바꾸는 일상력
‘회사 속 회사’ 사내 벤처의 챌린지는 계속된다 CORPORATE VENTURE
지난 1월 ‘CES 2022’에서 삼성전자는 사내외 벤처를 위한 ‘C랩 전시관’을 마련했다. 이들은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발표한 ‘CES 2022 혁신상’에서 1개의 최고혁신상과 21개의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과 사업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분사한 오토앤이 지난 1월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기업들의 도전적 시도가 성과로 빛나는 순간이다.
조성미(<더피알> 기자)
불확성의 시대, 변화에 대비하는 ‘사내 벤처’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글로벌 물결에 따른 높은 파고를 견뎌내야만 한다. 팬데믹 또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모든 기업에게 디지털 전환은 필수가 됐고, 전혀 다른 비즈니스를 한다고 생각했던 이들을 언제, 어디에서 경쟁자로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기업들은 ‘사내 벤처’를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비대한 조직을 유연하게 움직이고자 회사 내부에 별도의 조직을 꾸린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개진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일종의 사내 스타트업을 차리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되기도 한다.
신규가입자 감소와 핀테크라는 경쟁자의 출몰 등으로 고민에 빠진 보험업계도 그 중 하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사내벤처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삼성생명은 사내벤처의 아이디어로 메타버스 영업점 개점을 앞두고 있으며, 개인 맞춤형 영양제 추천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교보생명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혁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 초 사내벤처제도를 본격 출범했다.
성장 중시하는 MZ에게 날개를
지금까지 기업들의 경영방식은 의사결정권자들에 의해 주어진 미션이 아래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반면 사내벤처는 구성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에 회사의 자원이 더해지는 바텀-업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 현실에 집중하는 요즘 젊은 직장인은 기업 경영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한다. 예전처럼 조직을 곧 자신으로 여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회사의 성장을 개인의 성장을 만드는 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직적 구조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막내의 위치에 있던 이들이 사내 벤처를 통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일을 한다. 일과 회사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젊은 세대가 이 과정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부여도 일으킨다. 기업 입장에선 인재 이탈을 막는 유인책 역할도 톡톡히 한다.
LF는 지난 2019년 2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Dunst)’를 론칭했다. 던스트는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기획, 생산, 영업, 마케팅 등에 걸친 모든 의사결정을 절차나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독립법인 ‘씨티닷츠(CTDOTS)’라는 자회사로 출범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INNO 100)’에서도 MZ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노백은 ‘혁신에 몰입하는 100일’이라는 의미로 직원들의 도전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CJ제일제당은 이노백을 통해 ‘푸드 업사이클링’과 ‘식물성 대체유’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바 있다. 두 가지 사업은 모두 M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에 기반한 것으로, 입사 3~4년차 젊은 직원들의 호응 속에 기획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가 회사의 막내가 아닌 주도적인 리더로 역량을 드러낸 사업들이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패할 수 있기에 ‘챌린지’는 가치 있다
다양한 이유와 효과로 기업들이 사내벤처를 꾸리고 있지만, 모두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처럼 사내벤처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운영해 왔으며, 삼성전자는 2012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도입해 현재까지 총 406개(외부 244개, 사내 162개)의 과제를 육성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전망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C랩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자율성 보장과 실패 용인을 꼽은 바 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높은 목표에 대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스타트업’의 시대에 걸맞은 도전정신이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구글의 사내 벤처 나인앤틱이 만든 ‘포켓몬 고’ 게임
관련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