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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 삶을 바꾸는 일상력
피와 살은 없지만 피와 살이 되어주는
서비스 로봇의 세계 SERVICE ROBOT
커피 제조나 음식 서빙과 같은 단순한 업무부터 편의점 물건 배송, 노약자 돌보기 등 다양한 용도의 서비스 로봇이 국내외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반복적 업무를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을 넘어 인간의 필요에 촘촘히 대응하고 있는 이들, 얼마나 진화했는지 살펴보자.
강민혜(서울신문 기자)
실용 학문 터부시? 로봇이 편견 부순다
우리에게 인기가 높은 역사 속 조선시대 왕들을 살펴보자. 세종대왕, 정조대왕, 광해군 정도를 아마 떠올릴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실용이다. 쓸데없는 논쟁 아닌 실천을 통해 백성의 삶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골랐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몰인정한 아비로 인기 없는 영조조차 백성을 위한 정책만큼은 높이 평가받는다. 현대에도 경제 키워드를 내세운 실용 학문의 인기는 높다. 굳이 조선시대 왕들을 살펴본 이유는 유학의 영향으로 실학이 터부시되던 것이 꼭 오늘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로봇을 향한 시선이 그렇다. 일부 종합뉴스 채널은 키오스크로 인해 노인층 사용이 우려된다는 르포 형식 기사를 앞다퉈 내놨다.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힘들어 어려워하는 내용이 다수로, 감정에 호소하는 선에서 끝난다.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 않는다. 기술 발전은 감정 호소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려의 대상이 됐던 키오스크는 되레 팬데믹 이후 정부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해 공급하도록 장려하는 기계가 됐다. 글씨가 작아 보기 힘들다는 말에 금융권 ATM 기기들은 글귀와 버튼 크기를 키웠고, 기존 10여 개 선택지도 단 네 개의 버튼으로 줄였다. 안내 목소리의 속도도 느려졌다.
주문한 커피 나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키오스크 등 실용화된 로봇이 각광받은 곳은 현장이다. 전국 소상공인협회들은 정부에 지원을 신청, 협회 가입자들에게 키오스크 사용을 독려 중이다. 변동이 잦은 방역수칙에 적응하던 소상공인들은 홀로 가게를 지키다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일례로 서울 마포구 소상공인들은 가게에 스마트 미러를 설치해 줄어든 수익을 보전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소상공인들에게 서빙로봇 등도 저렴하게 공급하려 노력 중이다. 고가의 로봇을 만들고 센서를 설치해 구동 솔루션을 입히는 일에는 높은 비용이 들지만 소상공인진흥공단을 거치면 1/10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한 감자탕 판매 식당은 이 지원을 받아 서빙로봇을 들였다. 무거운 뚝배기 서빙을 인간에게 친숙한 로봇이 돕는 것이다.
로봇은 커피 배달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딜리타워는 서울 중구 디타워 광화문에서 배달을 한다. 지하 1층에 있는 한 카페에서 나온 커피를 들고 건물 곳곳을 오간다. 엘리베이터, 사무실 입구 모두 구동 솔루션에 계산돼 있으므로 원활한 배달이 가능하다. 깜찍한 표정은 덤이다. 이러한 형태의 로봇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CGV, 더현대 등 대형복합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대면 업무로 하기 어려운 친절한 안내를 하고 미소도 건넨다. 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야무지게 데려다주는 건 덤이다. 깜찍한 얼굴에 속아 다가간다면 어느새 확인된 가명정보와 체온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해 체온 확인을 할 필요가 있는데 로봇이 복합쇼핑몰 곳곳을 오가며 사람들을 인식하고 그의 체온도 기록 중이니 말이다.
노인·어린이 위한 로봇 기술, 곧 빛을 볼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건설업계도 VR 로봇을 들여 안전 교육에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솔루션 기술 업체를 통해 현장을 VR로 실현한 이미지를 통해 사고 현장을 체험하게 한다. 어려운 반도체 공정 과정 역시 VR로 미리 실습한다. 이를 통해 현장의 비용을 줄이고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인데, 아직까진 비용이 비싸고 보수적인 현장의 특성 탓에 많이 쓰이고 있지는 않다.
그런가 하면 헬스케어 시장도 로봇을 활용한 기술 보급에 한창이다. 앞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의 VR 도입 등을 두고 조정안을 냈었다. 본래 이들을 활용한 치료 등은 단순 게임으로 치부되며 터부시됐다. 치매 노인이나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VR 치료 기술 등은 이전부터 일부 의사들을 중심으로 활용돼 왔으나 이를 정식 의료기기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 탓에 부침도 겪었다.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는 VR 활용 기기 교육 등으로 뇌인지를 발달시켰다. 치매 노인도 VR 게임과 스틱을 활용한 치료로 도움을 받았다. 이런 과정은 그간 기술에 대한 무지로 인해 단순한 기기로 가치 절하됐던 것이다. 최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이 이런 VR 기기를 소개, 호평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걸 보니 이제 무지에 오해받던 일부 로봇들도 기술 황무지에 널리 받아들여질 토대가 마련된 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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