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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HVDC 해저송전망 사업 계약 체결! 해외 그리드 투자사업 최초 진출 쾌거
UAE에서 오랜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4조 2천억 원의 규모 송전망 건설 운영사업을 치열한 국제경쟁을 뚫고 우리 회사가 당당히 수주해낸 것이다. 그 의미와 치열했던 과정을 조명했다.
김동현 해외사업운영처 그리드사업부 차장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석유회사(ADNOC,국영)와 아부다비에너지회사(TAQA, 국영)가 발주한 ‘초고압 직류(HVDC) 해저 송전망 건설 및 운영사업’ 국제 경쟁입찰에서 한전 컨소시엄이 유수의 경쟁사를 제치고 낙찰자로 선정되어 2021년 12월 21일 사업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발주처인 ADNOC이 보유한 해상 유전시설에 지속 가능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개 구간 총연장 259㎞에 이르는 해저케이블 및 4개 변환소를 건설하고 35년 동안 운영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약 4조 2,000억 원이며, 발주처와 장기 송전 계약 체결을 통해 35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본 프로젝트는 UAE의 “2050 탄소중립(Net Zero) 전략 선언”에 따라 해상 유전시설에서 사용 중이던 기존의 화력 발전원을 해저송전망을 통해 우리 회사가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과 태양광 등 더 효율적이고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대체하여 탄소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하는 사업으로, UAE의 국가적 목표인 탄소중립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해외사업 분야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해외 HVDC/그리드 분야를 선점할 수 있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입찰에 우리 회사는 세계적인 전력회사인 프랑스 EDF와 일본 큐슈전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지난 30여 년간 국내에서 제주 HVDC 해저 송전망을 건설해 안정적으로 설비를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 입찰 과정 총괄을 맡았다. 4개 변환소의 설계와 시공은 중동지역 내 각종 플랜트 건설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이 담당하고, 해저 송전망은 해저케이블 시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벨기에의 얀데눌(Jan De Nul)社가 담당한다.
아울러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경쟁력 있는 금융을 제공하는 대주단으로 참여하는 등 EPC에서부터 금융에 이르기까지 공공과 민간의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해 ‘Team Korea’를 이루어 입찰 경쟁력을 극대화한 결과, 국제입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면을 통해 이번 사업의 입찰 참여부터 최종계약이 체결되기까지의 드라마틱했던 대장정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해상유전시설
컨소시엄 구성에서부터 난관 봉착
2020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국영 에너지회사(TAQA)가 공동 발주한 UAE HVDC 해저 송전망 사업에 2020년 4월부터 착수하여 두 번의 제안서 제출기한 연기 끝에 2020년 11월 28일 발주처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첫 번째 난관은 컨소시엄 구성이었다. 중동의 치열한 입찰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컨소시엄 구성이 우선 중요한데 이에 문제가 발생했다. 최초 컨소시엄 구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Siemens의 참여를 발주처에서 제한함에 따라 컨소시엄을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실무진은 Siemens를 대체할 제3의 사업주를 찾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 당시 주요 경쟁사들은 본 사업을 1년여 전부터 준비해왔던 터라 컨소시엄 구성 제안을 하기에는 많이 늦은 감이 있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찰 참가자에게 전부 연락했다. 놀랍게도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는 달리 한전에 호의적이었다. 그 이유는 우리 회사가 참가사들 중에 해저 송전망 HVDC 프로젝트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유력 전력회사이고 최근 중동 내 국제입찰 수주 실적이 좋은 삼성물산이 EPC社로 합류한다는 정보가 시장에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EDF를 한전 컨소시엄에 합류시킬 수 있었다. EDF는 우리처럼 유럽 내 해저 송전망 HVDC 프로젝트를 통해 다수의 경험이 있어 기술적으로 강점이 있는 회사였기에 최종적으로 한전/규슈전력(일)/EDF(프)으로 꾸려진 컨소시엄은 한층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몇 달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입찰서 제출기한인 11월 28일 정오에 드디어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기나긴 대장정의또 다른 시작(?)이었다.

COVID-19 및 입찰제안서 준비
출발이 다소 늦어진 한전 컨소시엄은 EPC社 선정, 대주단 및 분야별 자문사 구성 등 사업분석 및 수주전략 수립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당시 심해지던 COVID-19 상황으로 대면 회의가 어려워서, 매일 화상회의를 통해 하나하나 현안을 해결하고 제안서를 준비해 나갔다. 당시만 해도 화상회의는 생소했던 터라 이를 통해 문제를 공유하고 협의하기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전 세계에 분포된 발주처(UAE), 사업주(일본, 프랑스), 제조사(스위스), 자문사(영국, 미국, 호주 등)들과 밤낮없이 회의를 진행하였다. 다양한 배경의 관계사들과 수없는 화상회의를 통해 입찰 전쟁을 함께하는 전우가 되어 갔다. 몇 달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입찰서 제출기한인 11월 28일 정오에 드디어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기나긴 대장정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협상에 협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두 번째 난관은 발주처와의 기나긴 협상이었다. UAE 제1의 기업인 ADNOC은 ‘제안서 평가-우선협상대상자 선정-협상-최종 수주 확정’이라는 일반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한전 컨소시엄에 주요 미결사항의 완전한 해소 및 종합준공일 등 사업 일정을 먼저 확약하면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주겠다는 전략으로 협상을 끌어갔다. 그러나 우선협상 대상자의 지위 없이는 케이블 제조사의 납기 확약 확보가 불가하고 그에 따른 결과로 사업 일정을 확정해주기가 어려운 입찰 구조상 한전 컨소시엄과 발주처 사이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협상이 연일 계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Global COVID-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케이블 제작에 필요한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물류비용이 3배 이상 상승하면서 입찰 당시 제출했던 EPC 가격으로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는 중에도 발주처는 변환소 건설 섬 변경을 통보하며 잔여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해왔다. 한전 컨소시엄은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발주처에 끈질기게 설득하며 우리 측 입장을 제출하고 발주처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2021년 7월 5일 한 통의 메일을 통해 입찰서 제출 후 반년 이상 기다린 ‘한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마치 사업을 따낸 것처럼 기뻤다. 그러나 달콤함도 잠시, 순탄하리라 예상되었던 사업은 발주처 측 사유로 인한 일정 지연으로 계약이 늦춰졌고, 결국 2021년 8월 27일 제출했던 제안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바람에 한차례 물류비 및 원자재 상승분을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EPC社는 다시 추가 인상 없이는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게다가 발주처는 지연되는 기간 중 한전 컨소시엄의 지속적인 가격인하 요구와 더불어 2순위자로 알려진 VISION Invest/ELIA 컨소시엄 가격을 재평가하겠다는 내용을 2021년 9월 공식화하며 우리를 압박하였다. 사업은 다시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기나긴 협상에 돌입했다.
극적 타결이 이루어지기까지
이때 정승일 사장님의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이 바라카 원전 사업을 위해 UAE로 정해지면서 실무진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사장님이 산업부 차관 재직 시 ADNOC 사장 Dr. Sultan과 2019 WEC 아부다비에서 만났던 인연으로 면담이 성사된 것이다.
양사 CEO 및 경영진 간 면담에서 정승일 사장은 UAE와 한국 간의 특별한 관계 하에 바라카 원전사업을 통해 한전이 보여준 저력과 한전 컨소시엄의 경쟁력을 몸소 어필했고 답보상태에 있던 상황에 시원한 물꼬가 트였다.
이후 발주처가 한전 컨소시엄의 가격 인상 요구를 최종적으로 수용하며 2021년 11월 최종계약에 대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드디어 수주했구나” 기뻐하며 모두가 계약 서명을 위한 주요 계약서를 밤낮없이 준비하고, 사장님의 온라인 서명식 준비 동영상 촬영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해저케이블을 담당하는 EPC社인 얀데눌이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증가할 수 있는 비용 문제로 2021년 12월 14일 계약 서명을 일방적으로 보류하였다. 계약체결 바로 직전 본 사업의 환경 인허가를 담당하는 아부다비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을 바탕으로 일부 연안 지역 내 연간 공사 가능 기간 대폭 축소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EPC社인 얀데눌이 사업 일정을 준수할 수 없다는 사유에서였다. 우리는 이미 연장한 제안서의 유효기간이 2021년 12월 31일이며, 연내 미 계약 시 주기기(컨버터, 케이블)社의 납기 확약이 불가한 시장 상황 및 추가 가격 인상 요인 발생 등 연내계약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주처 및 EPC를 압박하며 밤낮없는 협상을 다시 진행하였다. 그 결과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발주처는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연안 지역 공사 기간의 제약을 발주처 재량으로 최대한 면제해주고 환경 관련 비용 발생 시 발주처가 보상해주는 타협(안)에 합의했고, 이에 얀데눌도 전격 합의하면서 드디어 2021년 12월 21일 계약서에 서명하였다.
몇 달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입찰서를 제출한 뒤 각오를 다지는 한전 컨소시엄
이제는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하여
계약체결과 동시에 한전 컨소시엄은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바로 착공 준비에 돌입하였다. 적기 착공을 위해 주요 인허가 및 환경영향평가, 해저케이블 루트 확정, 주요 기본설계 등 분야별로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과 난관에 직면하겠지만 한전 컨소시엄은 지금까지의 과정처럼 슬기롭게 이겨내며 적기 건설과 35년간의 운영을 안정적으로 수행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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