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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리셋RESET이 아닌
리부트REBOOT이다
ESG는 단기적으로 보면 기업이나 시장경제의 제동장치로 작용하는 듯 보이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이보다 더 큰 기회는 없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험한 변화를 바탕으로 경제, 사회 기반을 새롭게 바꾸는 ‘그레이트 리셋’의 시기, ESG는 어떤 부스터가 되어줄까?
김민석(지속가능연구소장)
어느새 상식이 된 ESG 최근 한국의 민간기업과 공공조직은 ESG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듯하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ESG를 설명하기 위해 상당 시간을 할애해야 했으나, 이제 ESG의 정의와 개념은 상식이 되었다. 이미 많은 조직이 ESG 경영을 선포하고 전담조직을 만들어 다양한 ESG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SG 채권을 발행하여 환경과 사회에 이로움을 만드는 곳에 사용한다든지, 환경적 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또한 ESG 관점의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기도 하고, 금융권은 ESG ETF와 같은 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를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과 기관에게 ESG 경영은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ESG는 제동장치이기만 할까? 작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중소기업 10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 ESG 경영 대응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58%의 기업이 ‘ESG 경영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으나, ‘ESG 경영이 준비됐거나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25.7%에 그쳤다. 기업들이 ESG 경영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로 비용부담(37.0%), 인력부족(22.7%)과 기타 가이드라인 부재, 필요성에 대한 확신 부족, 복잡한 ESG 기준 등을 꼽았는데 이러한 문제는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상위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2.6%는 ESG 전담부서를 운영 중이거나 준비 중이었고, 81.4%에 해당하는 기업이 작년대비 올해 ESG 관련 사업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기업 역시 ‘ESG에 대한 전문성 부족(37.6%)’과 ‘전문인력 미비(10.8%)’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했다. 또한 ESG 경영은 공시활동이 필수인데, ESG 공시가 부담된다는 비율은 72.1%에 이르는 등 ESG가 기업 경영활동의 제약이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ESG는 브레이크, 핸들 그리고 리부트 과거 기업에 주어진 지상과제는 이윤 창출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기업이 지구와 환경,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사회적 자본을 숙주로 삼아 생명을 유지하는 유기체임을 망각하게 했다. 이 결과 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무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조직으로 비치기도 했고,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오명을 얻은 기업가와 기업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폭주하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흔히 자동차의 성능을 설명할 때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멈추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ESG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과도한 경쟁으로 멈추는 방법을 잊은 기업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돕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잘못 설정된 목적지를 바르게 수정할 수 있는 핸들의 역할을 하며, 문제가 있는 조직의 재정비를 위해 과감히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를 재시동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 해오던 경영활동이 올바른지 속도를 줄이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주위의 이해관계자를 살펴보는지, 성과를 향해 무리하게 주행하진 않는지 점검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리부트’의 방법이다. 변화된 이정표를 향한 멈춤과 방향전환이 없는 ESG 경영은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세상’보다 ‘옳은 세상’이 먼저 ‘전환의 시대’라는 표현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 노동의 전환 등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전환’이다. 과거와의 타협으로는 전환의 시대를 만들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좋은 것과 더 좋은 것을 만들며 경쟁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놓치고 말았다.
ESG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지금, ESG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전에 옳은 세상을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환경(E) 없이 사회(S)가 있을 수 없으며, 사회(S) 없이 기업(G)은 존재할 수 없다. 이를 위해 기업에 요구되는 ESG 경영은 기업이 중심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와 같은 이해관계자와의 공존을 위한 재시동을 통해, 새로운 전환의 시대에 주역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이러한 사회적 사명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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