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Stick
기다림과 안전에 대하여 구애경 서울본부 전력사업처 고객지원부 차장
지구촌 어디에서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요즘 저는 며칠을 기다려야 답장을 받을 수 있는 편지를 종종 쓰고 있습니다. 기숙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 안부를 묻고 응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곳에선 핸드폰이나 전화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부하는 아이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지요. 학원의 그런 방침 덕분에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궁금한 것이 많아도 바로 확인할 수 없어 처음에는 조바심이 났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을 가지고 기다린다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오히려 좋은 점을 꽤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편지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고, 기다림 끝에 받는 소식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몸살을 앓았었다는 것에 마음 아프다가도 스스로 회복하려고 애쓴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옆에서 채근하기보다는 기다려주고 지켜봐 줄 때 스스로 해내고 잘 성장하듯이, 새삼 기다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간편한 재료로 뚝딱 만드는 패스트푸드는 속도와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대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편리하기는 하지만 건강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반면 된장이나 김치와 같은 발효음식, 소위 슬로우푸드는 만드는 것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자연적인 숙성 과정을 통해 우리 몸에 유익한 성분을 많이 갖게 되지요. 불편함을 견디고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요즘 안전이 화두입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그래서 시간도 더 소요됩니다. 하지만 효율과 경제성, 신속만을 생각하는 현장에서는 안전을 위한 절차들은 가볍게 넘겨지고,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이 정답으로 여겨집니다. 그러한 분위기가 반드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소비자나 고객도 안전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러한 고객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기업은 무리하게 일처리를 하게 됩니다. 악순환의 반복이지요.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발생하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광주의 아파트 건설 붕괴사고, 전기공사 현장에서의 감전사고 등은 서두르지 않고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입니다. 고객, 기업, 사회 전체가 안전한 업무처리를 위한 시간을 생략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어려움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의 사고들을 바라보면서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되길 바랍니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것, 우리를 지켜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