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사전
좋아요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자존감 & 호모 콤파라티부스 인정 욕구를 갈망하는 사람들
‘너는 특별해. 네가 최고야.’라는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존감이 올라가야 아이들이 당당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던 자존감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존감이 너무 높아서, 세상에 대한 불만과 혐오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자존감’ 만능의 시대, 정말 괜찮은 걸까?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인 『셀피』(윌 스토)는 젊은 세대의 자존감 과잉이 역설적으로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특별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SNS에 셀카를 올리고, 완벽함을 가장한다. 하지만 나보다 잘난 사람, 성공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 열등한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서 허세를 부리거나, 나보다 잘난 사람을 저격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말해준 ‘너는 특별하고 훌륭하다’는 말에 사로잡혀 진정한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타인과의 소통에 서툰 것이다.
역사상 자의식이 가장 과잉된 시대가 지금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내가 누구인지 대중에게 말하는 자는 소수였다. TV, 신문, 잡지 등의 매스미디어에 이름과 얼굴이 나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력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 존경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누구나 원하면 무한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누구나 자기의 매체를 가지고 대중에게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등. 이제는 누구나 자신에 대해 발화하 고,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다.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욕구가 커진 이유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 팔로워 숫자가 많으면 그것만으로도 인플루언서가 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유튜브에 일상을 올리는 것 만으로도 수십만이 보고 열광한다. 좋아요와 팔로워의 숫자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이유다. 간단히 말하면 인정욕구다. 많은 사람이 나를 알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치가 높아지고, 특별한 자신 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인간은 의식주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자아실현을 원한다. 보통 예술이나 지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면 인정욕구가 더욱 강해진다. 단지 자신의 성취만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 명성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인정욕구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타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자아가 시작되는 것도, 나와 다른 타자를 인식하게 되면서이다. 나와 저 사람은 무엇이 다르구나, 무엇이 비슷하구나 하나씩 알게 되면서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간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사춘기 때 불안정한 이유 하나는 정체성이 아직 확고하지 않고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며,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나에 대해 잘 모르겠고, 미래는 너무 불투명하다. 그래서 불안정한 자신을 쉽게 무언가에 의탁하여 정체성을 의존하려고도 한다. 특정 집단에 자신을 일체화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돌을 숭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숭배와 동일시만으로 정체성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교의 시대가 키운 ‘좋아요’ 중독
호모 콤파라티부스(Homo Comparativus)라는 말이 있다. 비교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옥스퍼드 핸드북에서는, 사람들이 행동하고 의사를 결정할 때 타인의 선택과 비교하는데 그 이유는 타인의 인정을 욕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인들은 어떻게 했고, 나의 선택과 행동은 그에 비해 무엇이 다른가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이 나의 선택과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루어 짐작한다. 타인과 닮은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잘못되었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일종의 ‘집단정체성’을 통해서 불안한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비교는 나쁜 것이 아니다. 비교를 해야만 옳고 그름, 작고 많음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를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열패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 얼마 전 흥미로운 통계를 봤다. 몇 년 전까지 세계에서 행복도 1위였던 국가가 부탄이다. 그런데 최근 조사를 했더니 95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갑자기 몇 년 만에 천국에서 지옥이 되었을 리도 없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부탄에 많은 외국인이 몰려들었고, 인터넷을 통하여 해외 소식을 부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비교’를 하게 되었다. 비교하지 않고, 청정한 자연을 누리며 살아가던 부탄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바깥세상을 보면서 자신들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갈망하게 되면서 행복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진짜 자존감이 오는 곳은 어딜까?
비교를 하면서 자신을 상승시키려는 긍정적인 욕망보다 자신의 열등 함에 대한 스트레스, 인정을 더 받으려는 갈증, 이를 해결하려 열등한 대상을 찾아 조롱하고 공격하는 혐오 등에 빠지면 우리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비교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같고 다른 점을 생각하면서 각자가 어떤 개성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자존감을 중시하는 사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특별하다는 것은 특정한 누군가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존재가 특별하다는 의미다. 내가 우월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존재이고 모두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자존감은 무엇일까? 우월함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만족감, 행복을 안겨주는가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열을 가리거나 나보다 약한 대상을 찾아 혐오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 비교하지 않고 존재 자체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진짜 자존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