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대기
좋아요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좋아요’ 버튼에 깃든 ‘끝내주는’ TMI
우리가 관성적으로, 때로 능동적으로 누르는 ‘좋아요’ 속에는 사용자의 의견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당신이 ‘좋아요’를 누른 글을 70개 읽으면 컴퓨터가 당신의 친구보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작은 버튼 하나로 알아낸 사용자 정보는 미국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다. 별 의미 없이 눌렀던 ‘좋아요’ 속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아보자.
윤진아
세상 편한 의견 표명 ‘좋아요♥’
‘좋아요’는 게시물에 대한 공감의 표명이자 인기의 척도다. 인스타그램은 ‘하트’로, 페이스북은 ‘엄지손가락’으로 표시된다. 구구절절 글을 써야 하는 번거로운 댓글 대신 누르기만 하면 되는 버튼을 도입한 뒤 사람들은 더 빨리, 더 쉽게,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 소셜 플랫폼에 ‘좋아요’ 버튼이 등장한 건 2007년. 제2의 트위터로 불리던 프렌드피드(FriendFeed)가 처음 도입했다. 히트 시킨 건 페이스북이다. 프렌드피드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2009년 뉴스피드에, 2010년에는 댓글에도 ‘좋아요’ 버튼을 추가했다. 덕분에 소극적 참여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할 수 있게 됐다.
원조는 ‘끝내줘요’였다고?
‘좋아요’의 원조는 ‘Like’가 아니라 ‘Awesome’이었다. ‘끝내주는’ ‘굉장히 멋진’ 등 감탄의 의미를 담은 ‘Awesome’은 선뜻 버튼을 누르기엔 다소 과한 단어였기에, 기준을 한 단계 낮추면서도 사용자의 참여를 끌어낼 대안이 필요했다.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 타인과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플랫폼 또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확할 수 있는 ‘Like’(좋아요)가 고안됐고, 이후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퍼졌다.
깨알만 해도 무시 마라!
시작은 버튼 하나지만, 파워는 무시할 게 못 된다. ‘좋아요’는 2009년 도입 이후 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고, 심지어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줬다. 2016년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고용한 기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CA)는 미 유권자 8,700만 명의 ‘좋아요’ 분석 결과로 특정한 개인 정보를 입수해 그들에게 철저하게 맞춰진 광고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한 가운데, CA는 선거 일주일 전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2018년 CA의 CEO 알렉산더 닉스가 이런 ‘조작된 노력’으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폭로했지만, 실제 영향을 밝힐 방법이 없어 당선을 무효화할 수는 없었다. 당시 페이스북 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였던 이 폭로 건으로 ‘2016년 이전까지 벌어진 정보 조작에 대한 실수’를 공식 사과했다.
‘좋아요’ 300개가 배우자보다 더 당신을 잘 안다
개개인이 누르는 ‘좋아요’를 추적한 컴퓨터가 한 사람의 성격을 친구나 가족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페이스북은 2014년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의 성격검사 애플리케 이션에 참여한 사용자의 개인정보 수집을 허가했다.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표시한 모든 데이터 정보를 종합해 그 사람의 성격, 정치적·종교적 성향, 성적 취향까지 파악할 수 있었는데, 평균 227 번의 ‘좋아요’를 관찰한 컴퓨터는 대상 인물의 성향을 주변 사람들보다 더 잘 파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번의 ‘좋아요’를 분석한 컴퓨터는 직장동료보다도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았고, 70번의 ‘좋아요’는 친구들보다 더 정확했으며, 150번의 ‘좋아요’는 가족보다, 300번의 ‘좋아요’는 배우자보다 그 사람에 대해 잘 파악했다.
이러려고 좋다고 한 거야? ‘좋아요’의 배신
‘좋아요’는 사람들의 기호를 파악하는 주요 데이터이자 인기를 입증하는 척도로 통용돼 ‘소셜 화폐’(Social Currency)라고 불린다.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가 갖는 경제적 영향력을 일컫는 ‘라이크 이코노미’(Like Economy)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좋아요’ 숫자가 마케팅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면서 돈을 주고 ‘좋아요’를 사는 일도 암암리에 벌어진다.
사용자 정보를 손에 쥔 플랫폼은 개개인의 뉴스피드를 수정해 더 많이 머무르도록 할 수도 있게 됐다. 귀여운 강아지 영상부터 첨예한 정치적 견해까지, 사용자가 누른 ‘좋아요’로 성향을 파악하고 그의 SNS 피드에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조직, 캠페인 등의 콘텐츠만 나열할 수도 있다. 한번 인식된 편향된 방향으로만 보여주기 때문에 당신의 생각이 바뀔 기회조차 차단하는 셈이다.
이젠 ‘좋아요’를 똑똑하게 다루는 게 플랫폼과 사용자 모두의 사회적 책무가 됐다. 2021년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좋아요 숨기기’ 기능이 추가 됐다.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게 될까 하는 걱정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공유하게 한다는 의도다.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에 포획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며 살기를, ‘좋아요’ 버튼도 바지런히 진화하며 사용자들과 연대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