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On.
현실과 이어지고 확장되는 메타버스 세계,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메타버스는 이미 1990년 즈음부터 존재해왔던 개념이지만, 언급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팬데믹 이후이다. 코로나19로 소통과 교류의 기회가 줄어든 사람들의 욕망이 발현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시점에서 메타버스는 주로 소셜 미디어 콘텐츠 형태로 구현되고 있으며, 활용과 응용의 방법은 계속해서 확장중이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윤정현(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코로나19, 메타버스 기술혁신을 가로막던 장벽들을 단번에 부수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회적 변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상상을 이론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지식의 장벽’과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장벽’, 시장에 내놓을 만큼의 생산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경제적 장벽’이 그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통념과 거부감을 깨뜨리고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문화적 장벽’까지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장애물들을 뛰어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신기술 혁신을 통한 사회적 진화를 기대할 수 있다. COVID-19가 촉발한 비대면 패러다임은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구현되었지만, 시장이나 문화적 장벽을 넘지 못했던 VR기반 가상융합기술 트렌드를 일상에 적용하게끔 만드는 강력한 기폭제가 되었다. 여기에 메타버스가 상정하는 세계관의 기저에는 늘 새로움과 모험을 추구하면서도 안전을 염원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도 메타버스의 대중화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학부터 도시까지, ‘확장 가상세계’로 진화하는 메타버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주목할 점은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자의 활동들이 단순히 시간과 소비의 양적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 치중되어 있던 서비스는 메타버스 공간이 갖고 있는 활동의 자유, 폭넓은 친교, 수익성을 토대로 일상의 교육, 홍보·비즈니스가 그대로 이어지게끔 확장되는 중이다. 메타버스 입학식과 축제를 열었던 국내외 대학들은 메타버스 커리큘럼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캠퍼스 형태인 ‘메타버시티’ 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으며, ‘VR랩’ 등 메타버스 기반 공학교육 실습실도 최근 등장하였다. 또한 비대면 지점 및 암호 화폐와의 연계를 통해 디지털 재화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금융 결제 시스템도 개발 중에 있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은 각각 ‘빌드잇’, ‘로블록스 스튜디오’와 같은 오픈저작툴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직접 아이템을 창작·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이 뿐만 아니다. 사용자를 디지털 세상에 복제해 놓은 아바타(부캐)의 활발한 활동은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시킨다. 최근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친교적, 경제적 활동들은 증강현실을 넘어 3D 공간에서의 아바타로 구현되는 가상세계로 발전하였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가 사용한 아이템, 방문한 공간, 그 안에서의 활동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엄청난 빅데이터가 된다. 이는 기존의 데이터와 비교불가한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기록의 흔적으로 기능하는데, 이제 아바타를 통해 나타나는 개인의 다양한 선호와 취향, 표현방식들은 3D 공간을 넘어 움직임, 감각 등의 형태로 4D 이상의 데이터를 품으며 발현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가상의 공간이 실제 현실로 착각할 만큼 정교해지고, 일상의 활동과 정보의 축적이 대부분이 구현됨으로써 굳이 두 세계의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없게 되는 ‘확장 가상세계’로서의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화 ‘매트릭스’와 ‘레디 플레이어 원’이 현실로?
-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현실과 이어진 평행우주의 가상융합공간에서 누구나 새로운 형태의 사회·문화·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더 나아가 영화 ‘매트릭스’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처럼 부캐로서의 아바타가 실제의 나보다 더 매력적이고 대표성을 갖는 세계관이 펼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필연적으로 메타버스 라이프와 현실의 균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야기할 것이다. 중독 및 가상과 현실의 혼동이 낳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디톡스 클리닉 시장을 등장시킬 수 있다. 최근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AI기반 메타휴먼의 인격권, 존중의 문제는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제도와 현실세계 간의 법·윤리 적용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차이에 따른 메타버스 양극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무리 광활하고 열린 메타버스 세계가 창출되었다 하더라도, 누릴 수 있는 활동의 질과 경제적 가치의 정도는 사용자의 디지털 친화성과 수용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확장된 메타버스 세상의 경험 가치가 개인과 집단마다 다르게 파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단순한 게임 활동에 머물지, 그 안에서의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콘텐츠를 창조하고 비즈니스와 접목한 경제적 수익까지 올릴지의 여부는 메타버스 구현 서비스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의 문해력에 달려 있다. 메타버스 세계가 새로운 기회 창출의 공간이 아닌 또 다른 불평등과 양극화의 공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민도 우리는 함께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