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Maker.
MARVEL과 K-POP, 요즘 핫한 BRAND의 공통점?!
- 세계관 확장
팬데믹 이후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엔 이전 시리즈의 악당이나 과거 주인공이 등장한다. 팬덤이 환호하는 ‘마블 동창회’가 가능했던 건 60~80년에 이르는 마블 코믹스의 역사와 이를 바탕으로 구축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힘이 컸다.
BTS, 에스파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는 K-POP도 같은 전략을 갖고 있다. 미디어와 기업들은 왜 ‘세계관 확장’ 전략을 선택하고 있을까?
김동찬(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
메타, 두 가지 의미의 ‘초월’ 최근 들어 분야를 막론해 많이 언급되는 트렌드 키워드 ‘메타버스’ 그리고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를 조합한 단어다. 여기서 ‘초월’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물리적인 초월로, 실제의 환경이나 공간을 벗어나서 기존과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사고의 초월이다. 그동안 갖고 있었던 관점을 벗어나 스스로와 주변의 환경을 조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세계관이라는 개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내가 어떠한 공간과 환경에 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떠한 관점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야 초월, 즉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파이더 맨’과 ‘어벤저스’가 한 편의 영화에 등장한 이유 ‘세계관’이라는 말은 엄밀히 신조어라 할 순 없지만, 최근 ‘마블’의 대성공으로 인해 재조명되었다. 마블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여 코믹스 프랜차이즈에서 벗어나 ‘콘텐츠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수 있었다. 아이언맨, 헐크 등 각각의 캐릭터가 각자의 스토리만으로 전개될 뿐만 아니라 ‘어벤저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기도 하면서 서사의 영역을 풍부하게 넓혀갔다.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는 이전 시리즈에서 연기했던 주인공이나 악당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위화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는 ‘동창회’같다며 팬덤의 환호도 이어졌다.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무한 확장되고 있다.
K-POP, 제2의 마블 노린다 ‘마블’만큼 세계관의 재조명에 기여한 것은 ‘BTS’이다. BTS는 기존 아이돌의 세계관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를 보이며 팬덤을 결집시켰는데 단순히 음악으로 그들의 세계관을 전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뮤직비디오, 방송, 웹툰, 소설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세계관으로 엮어두었다. 이들을 소화하는 만큼 BTS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세계관 확장 전략은 BTS가 단순히 K-Pop 아이돌에 머무르지 않고 K-Culture의 아이콘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더해 세계 최초로 아바타가 멤버로 포함된 ‘에스파’라는 아이돌을 만들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SMCU라고 하는 그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블랙맘바’라는 빌런을 만들어 내 그들과 맞서기 위해 ‘광야’로 향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기존 소속 가수들도 같은 세계관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도 팬들에게는 새로운 놀이가 된다. 또한 음악에서 문화로의 확장을 위해 CAWMAN(Cartoon, Animation, Webtoon, Motion graphic, Avatar, Novel)이라는 하이브리드 장르도 개척 중이다.
요즘 핫한 브랜드의 공공연한(?!) 영업 비밀 앞으로 이와 같은 시도는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 미디어 영역을 넘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이는 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면서 고객의 변화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업의 지속가능성은 최근 각광받는 뉴트로(New + Retro)와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사업과 연관된다.
뉴트로는 과거의 문화가 재해석되어 기성세대에는 추억을, 신규 세대에는 새로움을 전달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지나간 문화가 새로운 세계관을 여는 키가 되는 것이다. 한때 잘 나갔던 ‘휠라’는 과거의 투박한 디자인의 신발을 새로운 개성으로 표현하며 1020세대의 패션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고, ‘빙그레’의 여러 제품들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순정만화풍의 세계관에 재정립되어 젊은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지식재산권 사업은 특정 저작권을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하여 수익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과 특성에 기대는 것엔 한계가 있다. 대신에 세계관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인식을 확장시키면 한결 수월하다. 밀가루 브랜드인 곰표가 좋은 예시다. 곰표는 제품과 전혀 무관한 의류로 확장했는데, 이는 한 의류 쇼핑몰이 ‘곰표’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무단으로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은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대신 이를 브랜드 세계관 확장의 방법으로 활용했다. 맥주, 팝콘을 출시하는가 하면 품절 행진의 ‘곰표 굿즈’를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과도 연관시켰다.
한편, 대중은 더 이상 하나의 정체성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다가 어떨 때는 단순히 소비 지향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 오프라인만큼 중요해진 온라인 생활을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실 MZ세대로 대변되는 2030세대는 막연히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현실에서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메타버스, 가상자산, NFT 등에서 ‘새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에게는 메타 즉, 세계관의 확장은 가능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이자, 미래에 대한 기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