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역사를 열다, 경복궁 향원지
덕수궁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자리한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으로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빛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이기도 하다. 고종 24년에 이곳 경복궁 내 건청궁에서 최초 점등이 이뤄졌다. 전기 도입은 근대문명을 일궈낸 원동력이었으며 근대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 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미국인 전등 기사 맥케이를 초빙하여 1887년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등소를 완공하였다. 최초 점등일은 1887년 1~3월경으로 추정되며,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혔다.
향원지 북서쪽에는 전기발상지 표지석이 서 있다. 2015년까지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발전소인 전기등소가 있었던 터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시행한 경복궁 흥복전 권역 영훈당 터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이자 전기 발상지인 전기등소의 실제 터가 발굴되었다. 이 조사를 통해 그간 향원지의 북서쪽으로 알려졌던 전기등소 위치가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의 북쪽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당시 화력발전에 사용된 석탄연료 저장고인 탄고의 유구도 확인되었고, 아크등 심지, 이곳에서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와 발전소 터 등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졌던 전기등소 유구가 확인되었다. 아울러 아크등에 사용되었던 탄소봉, 연대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세라믹 애자 등 전기 관련 유물도 출토되었다.
2015년 경복궁 영훈당 터 발굴조사로 전등소의 정확한 위치가 밝혀졌지만, 전기도입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세워놓은 건청궁 앞 전기발상지 표지석은 여전히 이전의 잘못된 자리에 세워져 있는 상태다. “전등소는 구한말 격동기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전기설비를 도입하여 근대적 과학 문명의 빛을 밝힌 매우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죠. 한전에서 개화의 상징적 공간인 전기발상지 표지석을 올바른 전기등소 터에 다시 세우는 것이 시급합니다.”라며 이곳에서 만난 김응태 경복궁 문화관광해설사(전 서울지역본부장)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