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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예술은 기니까
직장인 ‘아트 컬렉터’ 되어 봐요

글, 편집실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층이 미술품 경매에 눈뜨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 ‘플렉스’ 인증샷도 넘쳐난다. 현대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수백 수천만 원을 넘는 작품에 ‘투자’하는 건 언감생심인 직장인 미술 애호가들을 위해 괜찮은 취미이자 투자인 미술품 경매의 세계로 초대한다.

100만 원으로 미술품 투자가 가능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술품은 비싸다고 지레짐작하지만, 미술품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비용이 다소 많이 드는 골프, 여행 등의 취미보다 경제적인 취미다. 취향에 꼭 맞는 작품을 구입한다면, 오랜 기간 소장하며 즐겨도 가치가 쉬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투자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미술품’이라 함은 김환기,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화가의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만 있는 게 아니다. 인사동이나 삼청동 갤러리엔 항시 현대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이어진다. 이들 작품을 일찍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 적정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에게 열려있다.
물론 비싸지 않다고 쉽게 구매를 결정해서는 안 되며, 자기만의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미술품을 4천 점이나 수집했던 ‘허버트와 도로시 보겔’ 부부의 미술품 수집 기준을 참고해 우리만의 기준을 설정하자. 이들 부부는 우체국 직원, 도서관 사서로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남는 시간이면 도시 곳곳의 전시를 보러 다니며 안목을 키웠고 월급이 허락하는 선에서 작품을 모았으며 뉴욕 미술계의 전설이 됐다.

월급쟁이 아트 컬렉터의 기준

*허버트와 도로시 보겔 부부의 수집 원칙 참고

  • 월급 내에서
    살 수 있어야 할 것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이라지만, 빚을 내거나 월급을 넘는 소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용돈을 아껴 마음에 꼭 드는 옷이나 신발을 구입하듯 수입이 허락하는 한도를 정하는 게 좋다.

  • 택시와 지하철로
    운반이 가능할 것

    미술품의 크기는 매우 다양하다. 가방에 들어가는 파일 사이즈도 있지만, 벽면보다 큰 크기의 캔버스도 있다. 당연히 평범한 직장인은 벽면보다 큰 작품을 구입할 돈도, 보관할 장소도 없을 터다. 이 말은 즉 운반에 큰 비용을 쓰는 건 초보 컬렉터의 영역이 아니라는 뜻이다.

  • 우리 집에 둘 수 있는
    작품일 것

    공간을 점유하는 데에 드는 비용도 헤아려야 한다. 우리 집에 걸 수 있는 작품, 놓을 수 있는 크기의 작품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 둘 곳이 없어 어딘가에 맡겨 둬야 하는 작품은 ‘그림의 떡’이니까!

TIP 큰 작품일수록 비싼 이유 ‘호당 가격제’는 크기에 비례해 가격이 상승하는 미술품 계산법이다. 작품의 단위인 호(22.1x16.6cm)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관습에 따른 것으로, 호당 가격에 일정한 크기의 값을 곱해 산출한다. 동일한 작가의 작품이라면 큰 작품이 더 비싼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관적인 평가 개입이 불가피한 미술 작품의 특성에 따라 작가→희소성→크기 순으로 결정되는 편이다.

거장들도 당시엔 ‘현대’ 화가였다!

피카소나 고흐 같은 미술계의 거장들도 그 당시에는 ‘현대 화가’였다. 우리가 ‘유명한’ 거장 대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작품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수록 작가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고, 더 좋은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작품을 즐기고 투자 가치 상승까지 꿈꿔보려면, ‘당대’로 기록될 ‘오늘’의 예술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같은 예비 컬렉터의 임무이자 즐거움이다.

미술품 구매! 어떻게 하면 되죠?

  • 초급갤러리 투어& SNS로 보는 눈 키우기

    작가들은 갤러리(화랑)와 계약을 맺어 작품을 판매하고 알린다. 미술관과 달리 갤러리는 작품을 파는 공간인 만큼 누구나 무료로 들어가 보고, 작품에 대해 문의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 화랑을 빌려 개인전을 할 정도의 작가라면 작품 수나 경력이 꽤 쌓였다는 뜻인데, 주목받는 작가, 나는 모르지만 명성 있는 작가일 가능성이 높다.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작가들이 많은 만큼, 좋아하는 예술가의 소통 채널을 틈틈이 구독하자. 개인전 정보나 아트페어 출품 소식, 작품에 대한 생각,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업로드 된 작품을 직거래할 수도 있는데, 갤러리 판매 수수료가 꽤 높은 만큼, 직거래 시엔 ‘작가 할인’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TIP 갤러리 방문 팁

    • 작품 밑에 빨간 동그라미 스티커가 붙어 있다면 이미 팔렸다는 뜻!

    • 가격이 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나, 없다면 “이 작가님은 호당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나요?” 물어보면 된다! (전문가의 향기 뿜뿜)

    • <서울아트가이드> 무료 잡지 및 홈페이지에서 매월 지역별 전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중급아트페어에서 시장 조사하기

    미술품 투자에 내공 키우는 방법 중 하나는 갤러리와 작가들이 모여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일종의 마켓 ‘아트페어’에 가는 것이다. 여기 소개한 것 말고도 백화점, 카드사에서 운영하는 갤러리나 온라인 상점에서도 신진 작가와 초보 미술품 컬렉터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참고하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매년 9~10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트페어. 전 세계 큐레이터, 미술품 수집가 등이 참여하는 미술 박람회다.

    화랑미술제 매년 3월 매년 가장 처음 열리는 미술 축제로, 국내에선 가장 오래된 미술제다. 한 해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매년 4월 부산의 지역성을 잘 담아낸 부산의 대표 아트페어다. 지역 예술시장 발전을 위해 부산 지역 곳곳의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아트버스투어, 부산 지역 화가를 소개하는 특별전도 개최된다.

    아시아프(ASYAAF) 매년 7월 아시아 국적의 대학(원)생 및 만 35세 이하 젊은 화가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 화가들의 성장 발판이 되는 아트페어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아트쇼(Seoul Art Show)매년 12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열린다. 올해는 12월 22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고, 플래시아트, 설치미술전 등 풍부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 고급온·오프라인 경매 & 지분 구매

    ‘소더비’, ‘크리스티’ 등 영화에서만 보던 경매! 우리도 응찰에 참가할 수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최근엔 온라인 경매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투자를 목적으로 실물이 아닌 지분을 구매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경매장은 처음인데요…?

    공지 체크 : 국내 투톱 경매 회사 K옥션과 서울옥션의 공지를 잘 살피자. 개시 2~3주 전에 일시, 출품작, 경매 수수료, 온 오프라인 프리뷰 방법을 공지한다.

    프리뷰 방문 : 경매를 위해 공개되는 프리뷰 전시장에 방문해 직원에게 궁금한 것 묻기! 고객의 선호도, 시장 분위기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경매 당일 : 당일에도 입구 담당 직원에게 첫 방문임을 밝히면 응찰 방법, 대리 구매 방법, 전화 응찰 방법, 구매 결정 이후 대금 정산 및 배송에 대한 서비스를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소유해요!

    싱귤아트(SINGULART)
    국내외 현대 작가들의 따끈한 신작을 볼 수 있고, 가격대별 사이즈별로도 검색가능하다. 작품을 직접 의뢰할 수도 있다.

    소투(SOTWO)
    투자 금액(최소 1,000원)으로 미술품을 공동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공동구매를 하면 소유권을 증명하는 보유 카드가 발행되며, 작품 판매 시 수익을 배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