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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남긴 쓰레기가
지구를 위협한다?

글 이한(환경경제신문 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

우주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우주 쓰레기’ 문제도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구와 교신하지 않는 위성, 지구로 돌아오지 않는 발사체들이 우주를 맴돌고 있다. 우주 개발의 시대, 새롭게 떠오른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짚어보자.

땅과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 글로벌 부호들의 ‘우주여행’ 관련 소식이 연이어 보도됐다. 지구 밖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진다는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주여행이 또 다른 탄소배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우주에도 또 다른 쓰레기가 쌓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로켓을 우주까지 쏘아 올리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대기 중에 배출된다는 지적, 인간이 우주에 남기고 온 쓰레기가 이미 많다는 지적이다. 우주에 왜 쓰레기가 있느냐고?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쓰레기 청소선은 SF의 영역이지만 우주 쓰레기는 진짜 존재한다.
두 가지 지적을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우주여행 탄소배출에 대한 얘기다. 이를 둘러싼 지적을 요약하면 이렇다. 로켓 추진 연료에서 탄소배출이이뤄지면 대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신에서는 관련 내용을 이미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7월 19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엘로이즈 머레이스 교수를 인용해 로켓이대기권 밖으로 나가려면 많은 양의 추진 연료가 필요하고, 이 연료들이여러 화학물질을 대기 중에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거리 비행 항공기 1대는 탑승객 1명이 1~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승객을 4명 태운 로켓을 1번 발사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200~300톤에 달한다.

우주 개발의 이면, 지구 궤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

인류의 우주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 가지 더 짚어볼 필요도 있다.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을 통해 인류가 우주에 쓰레기를 남기게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주에는 지구에서 올려보낸 ‘(현재) 쓸모없는 물체’들이 떠다니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 최은정 씨가 자신의 저서 『우주 쓰레기가 온다』를 통해 이런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최은정 실장은 아리랑 2호 등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해외로 수출하는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우주공학자로 일했다. 지금은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추락과 충돌 등 위험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우주과학자다. 저자는 책 프롤로그에서 “인류가 우주 개발을 해온 60여 년이 넘는 시간은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를 뿌려온 시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인류의 꿈을 실현시키고 장렬히 전사한 인공위성들이 지구 궤도에 유물처럼 보존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구 궤도에는 이미 수많은 인공위성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남겨진 로켓의 잔해, 그리고 충돌로 발생한 잔해물들이 우주 쓰레기가 되어 떠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돌 막으려 ‘회피 기동’ 실시한 국제우주정거장

책에 따르면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발견돼 등록된 인공 우주물체 수는 4만 8,000여 개에 이른다. 그중 인공위성이 1만 1,000여 개, 우주 쓰레기가 3만 7,000여 개다. 등록된 물체 가운데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해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현재 지구 궤도에는 2만 3,000여 개의 인공 우주물체가 남아있는데, 그 물체 가운데 90%가 우주 쓰레기다. 지난 2019년 발견된 한 우주 쓰레기는 길이가 수 미터에 달하며 마치 비닐봉투처럼 둥둥 떠다닌다. ‘빈 쓰레기봉투 물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물체는 로켓 발사 때 사용한 금속 포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 쓰레기가 정말로 위협을 끼칠까? 지난 11월 10일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우주 당국이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을 막기 위한 국제우주정거장(ISS) ‘회피 기동’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회피 기동은 ISS가 부유물이나 운석과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주정거장의 고도를 조종하는 작업이다. 당시 연합뉴스는 외신(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ISS가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을 피해 회피 기동을 한 것은 지금까지 모두 25번이라고 전했다.

기후위기에도 영향, 우주 쓰레기 대책은?

우주 쓰레기와 기후위기가 서로 연관된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ESA 주재로 열린 ‘유럽 우주 쓰레기 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권 상부 공기층 밀도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천연 우주 쓰레기 청소부’인 대기가 우주 쓰레기를 태워버리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를 보도한 매일경제는 매슈 브라운 영국 사우샘프턴대 우주물리학과 박사 연구팀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는 대기권 상부층 밀도를 감소시키고, 이 때문에 마찰로 인한 우주 쓰레기 소실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상황 속 국내에서는 어떤 대책이 마련되고 있을까? 정부가 올해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1차 우주 위험 대비 기본계획(’14~’23) 2021년도 시행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주 위험 대책본부와 우주 환경 감시기관을 운영하고 우주물체의 급증에 따라, 우주 환경 보호 및 우주 자산의 충돌위험 경감을 위한 우주 쓰레기 능동제거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는 위성의 추력기를 활용한 폐기기술만 보유 중이며, 자체폐기·능동제거를 위한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간 개발해 온 기반기술을 활용해 관련 기술 상업화 등에 대비한 위성 수명연장 기술 등으로 발전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