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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담은 그림
Wassily

Kandinsky

글 김소울(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 <치유미술관>저자)

음악의 리듬은 어떤 색일까? 음악의 고조는 어떤 형태일까? 음악의 속도는 어떤 붓 터치로 나타낼 수 있을까? 음악을 미술로 번역하여 음악의 오케스트라를 캔버스에 펼친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 콘서트에 귀를 기울여보자.

인상 III(콘서트) | 1911 | 바실리 칸딘스키 | 100.5x78.5cm

시대가 들려주는 소리를 담은 예술

샛노란 붓 터치 위에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그랜드 피아노와 함께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다. 마치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타는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그림은 러시아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가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의 무조 음악을 듣고 제작한 작품이다. 칸딘스키는 소리를 캔버스에 번역하여 이미지로 그리는 독특한 작업을 시도한 화가였는데, 그래서 그의 그림 속에는 ‘소리’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칸딘스키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1911년, 이 작품이 완성되던 해, 20세기 초 도시민들은 격동하는 사회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유행했던 음악들은 경쾌한 왈츠나 오페레타였는데, 이는 냉혹한 현실을 위한 눈가리개일 뿐이었다. 열악하고 구질구질한 현실로부터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출 음악이 필요했던 것이다.
청년 음악가 쇤베르크는 “예술가란 내면에서 울리는 진실의 소리를 좇아야 하며, 진실을 좇으면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을 믿었다. 그가 선택한 음악은 무조음악. 쇤베르크는 17세기 이전부터 서양 음악에 사용된 조성을 파괴하고 조성이 없는 음악을 작곡했다. 무조음악은 생동감과 조화 대신 의도적인 불협화음을 구사했고, 쇤베르크는 이 음악이야말로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칸딘스키가 옮긴 음악이 바로 이 무조음악이었다.

‘진짜 마음’을 표현하는 것

과도기의 현대음악을 캔버스에 옮겨서일까, 칸딘스키의 <인상 III(콘서트)>도 회화와 추상화의 과도기적 특징이 보인다. 시대를 반영한 진짜 음악을 접한 칸딘스키는 이 음악에 환호했고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하고 선명한 색과 단순한 형태에 깃든 콘서트장의 풍경, 빽빽한 사람들, 빈 공간을 가득 노란색으로 표현된 감상. 칸딘스키는 보이는 데로 그리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리고 이후 다채로운 색감과 기하학적인 선과 면 등의 요소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작품에 담아내게 된다. 힘든 삶을 그냥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 그는 그것이 가짜라고 생각했다. 보여주지 못하고 어딘가에 고여 있는 마음들은 슬프다. 이것을 비로소 해방시켰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겉으론 웃고 있지만 상처가 많은 사람들, 괜찮다고 하지만 속상한 사람들, 화가 울컥 나지만 삼켜버리는 사람들. 표현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 응어리진 마음들을 칸딘스키는 그림 속에 담아 이렇게 이야기한다. ‘괜찮은 척, 잘 지내는 척은 질렸어. 그래, 이게 내 진짜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