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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에서 롤러블까지,
스마트폰 ‘폼팩터’ 혁명

글 남도영(테크M 기자)

휴대폰의 형태는 2000년대 초반 플립, 폴더, 슬라이드, 쿼티 자판 등 제조사별 정체성을 담은 독자적인 디자인 전쟁 이후 10여 년간 바(bar) 형태로 정체 중이었다. 폴더블(Foldable) 또는 롤러블(Rollable) 등 변화된 기기는 어떤 형식의 정보를 담아내며, 고도화된 미디어 환경과 상호작용하게 될까?

‘벽돌폰’이 ‘가로본능’, ‘아이폰’으로 진화하기까지

최초의 상용 휴대폰은 1983년 모토로라가 내놓은 ‘다이나택 8000X’다. 일명 ‘벽돌폰’으로 불린 이 휴대폰을 개발한 모토로라는 전화기를 선에서 해방시켰고, 1989년 플립폰 ‘마이크로텍(MicroTAC)’, 1996년 폴더블폰 ‘스타택(StarTAC)’ 등을 선보이며 휴대폰 폼팩터 혁신을 선도했다.
‘폼팩터(Form Factor)’는 제품의 물리적 외형을 뜻한다. ‘벽돌’을 닮은 크기와 모양에서 접히고 말리는 화려한 외양을 갖추기까지 휴대폰의 진화는 계속됐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의 후발 주자였지만 ‘애니콜’ 브랜드를 시작으로 모토로라, 노키아 등 선두권 업체들을 무섭게 추격했다. 폼팩터 혁신은 삼성전자의 주특기 중 하나였다. 피처폰 시절 MP3폰과 TV폰, 컬러폰, 카메라폰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단 여러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듀얼 폴더’나 ‘가로본능’ 등은 아직도 회자되는 폼팩터로 꼽힌다.
이런 삼성의 질주에 제동을 건 제품이 2007년 애플에서 선보인 ‘아이폰’이었다. 물리적 키보드를 없애고 오직 터치로만 조작하는 풀스크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이후 아이폰은 바(bar)형 스마트폰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폼팩터 혁신에 다시 불붙인 ‘폴더블폰’

2019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인폴딩 방식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선보이며 휴대폰 폼팩터 혁신에 다시 불을 붙였다.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펼수 있는 폴더블폰은 완성도를 점차 높여갔고, 올해 선보인 3세대 폴더블폰은 출시 39일만에 국내에서만 1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면서 ‘폴더블 대중화’ 원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폴더블폰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폴더블폰은 접으면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이며, 펼치면 태블릿 수준의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화면을 나눠서 동시에 여러 앱을 구동하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극대화하고, 동영상 시청이나 게임 등에서도 차별화된 몰입도를 제공할 수 있다.

개선을 거듭하는 기술들

폴더블폰은 이름 그대로 ‘접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는 유리로 만들어졌지만, 폴더블폰은 플라스틱처럼 유연성이 높은 소재로 만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기존 커버유리를 유연한 소재로 바꾼 게 특징이다.
갤럭시 폴드에는 투명폴리이미드(CPI)를, 갤럭시 Z 폴드2 이후로는 초박막강화유리(UTG)가 적용됐다. 폴더블폰은 접는 방식에 따라 인폴딩(infolding), 아웃폴딩(out-folding), 인&아웃폴딩(in&out-folding) 등으로 구분된다. 폴더블폰 개발 당시 삼성은 디스플레이를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화웨이는 바깥쪽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을 선보였다. 현재는 디스플레이가 내부에 자리해 외부 충격에 강한 인폴딩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향후에는 인폴딩과 아웃폴딩을 결합해 두 번 접는 인&아웃 폴딩 형태의 폴더블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폰을 접고 펼칠 때 이음새 역할을 하는 ‘힌지(hinge)’는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폴더블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사람들이 가장 의구심을 품은 건 내구성이었다. 하루에 수백 번 접고 펴는 것을 반복해야 하고, 교체 주기인 2~3년 정도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20만 번 이상의 접고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테스트를 거쳐 내구성을 입증했다. 펼치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하이드어웨이 힌지(Hideaway Hinge)’, 힌지 틈 사이에 먼지와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스위퍼’ 기술, 방수 기술 등이 도입되기도 했다.

접힌 다음은? 두루마리처럼 말린다!

일명 ‘상소문폰’으로 불리는 롤러블폰은 디스플레이를 두루마리처럼 말아뒀다가 버튼을 누르면 말려있던 화면이 펼쳐져 더 넓은 화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롤러블폰은 폴더블폰보다 두께를 줄이고 화면 주름도 없앨 수 있어 한 단계 진화한 폼팩터다.
올해 초 LG전자는 IT 박람회 ‘CES 2021’에서 최초로 롤러블폰 ‘LG 롤러블’을 공개한 바 있으나, 이후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결정되어 결국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국 제조사들도 롤러블폰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상용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롤러블폰은 폴더블폰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다. 현재 폴더블폰이 디스플레이를 한 번 접는 수준이라면, 롤러블폰은 슬라이딩 동작을 할 때마다 디스플레이를 말았다가 펴는 것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더 수준 높은 유연성과 내구성을 요구한다. 향후 제품이 상용화 되더라도 폴더블폰 이상의 고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이 바뀌면 읽기 방식도 바뀐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폼팩터의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시점으로 애플의 ‘아이폰’의 참전 시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단일 기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아이폰이 폴더블폰 혹은 롤러블폰으로 진화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다.
현재 애플은 폴더블폰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폴더블폰을 건너 뛰고 롤러블폰으로 곧바로 직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폼팩터의 아이폰을 볼 수 있는 시기는 빨라도 2023~2024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감한 기술 혁신에 더 치열해지는 폼팩터 경쟁에서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확고한 승기를 잡을 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큰 이슈거리다. 또한 디스플레이의 변화는 그 안에 담기는 내용도, 사람들의 향유 방식, 나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또한 차차 바꿔갈 것이다. 건빵 크기의 작은 흑백 화면이 컬러를 입고, 세로로 길어지고, 또 다시 접히고 펼쳐지는 지금까지의 과정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