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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무탄소 발전 기술 전략

글. 김영주 탄소중립전략처 미래기술전략팀장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재생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간헐성과 변동성으로 인해 예비전원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청정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수소의 활용전략과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요즘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탄소중립이라는 문제일 것이다. 기후변화의 여러 징후가 하나, 둘씩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이 문제는 단순한 자연재해 수준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민관에서 다양한 대책과 실행전략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그 근간에는 2030년 온실가스 국가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있다. 이 목표와 시나리오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전략을 살펴보면 ▲전력계통 연결 및 부지확보를 전제한 재생에너지의 최대 건설 및 공급 ▲화석연료 사용의 과감하고 신속한 감축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전기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나 열을 생산하는 전환 부문은 2018년 기준 국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원 믹스(Energy Mix)의 특성상 다른 부문보다 훨씬 도전적이며 고통스러운 감축목표를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0월 18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안에서 화력발전 설비를 대폭 줄여나가면서 무탄소 전원을 도입하고, 최종적으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력발전 전면 중단과 함께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원 믹스를 구성하는 시나리오를 발표하였다.
전환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장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고 저탄소 또는 무탄소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전력 생산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 중심으로 형성된 에너지 생산·공급 체계를 고려할 때 급격한 에너지 전환은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목표를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따른 예비전원 확보 문제

전력을 생산하는 부분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선 적용할 대안은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건설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로는 태양광, 태양열, 육상/해상 풍력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시장규모의 확대에 따른 경제성 개선, 기술 수준의 향상, 대중의 수용성 증대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간헐성·변동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규모 예비전원을 확보해야 하며 재생에너지 증가량에 맞추어 전력계통을 확충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무탄소 신전원 개발로 청정성과 안정성 동시에 잡는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전력계통의 안정을 위해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성숙한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화력 발전시스템을 청정하게 사용하면서 재생에너지원과 결합하여 청정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기존 화력 발전시스템이 청정해지려면 근본적으로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 탄소 배출은 탄소를 품고 있는 화석 연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는 연소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탄소가 없는 연료로 전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바로 무탄소 연료를 사용하여 기존 화력발전 설비를 이용하는 ‘무탄소 신전원’ 개발과 확산 보급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무탄소 연료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최근 에너지원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수소일 것이다. 수소를 연소하면 순수한 물이 만들어지니 전혀 엉뚱한 상상만은 아닐 듯하다.

수소, 그리고 해결해야 할 숙제

우선 수소를 이용하는 발전을 생각해보면, 수소는 가볍고 성격이 급해 너무 빨리 탄다. 전문용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화염(flame) 전파속도가 너무 빠르다. 암모니아의 41배, 천연가스의 6배 정도이다. 본래 연소 되어야 할 공간에서 연소하지 않고 수소를 공급하는 곳으로 불꽃이 역류하는 역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화염온도가 천연가스보다 150℃, 암모니아보다는 310℃, 석탄보다는 무려 610℃ 높다. 이렇게 높은 연소 온도는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질소산화물 생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이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발전시스템 구조 및 재질의 열화를 일으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수소의 특성과 연소과정의 해결해야 할 문제 때문에 수소를 현재의 발전시스템인 가스터빈에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버너, 연소기 및 터빈의 구조/재질을 최적화하고 격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술개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수소를 발전용 연료로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수소를 발전설비가 있는 곳까지 이송하는 문제이다.
현재까지 수소를 이송하는 방법은 암모니아나 유기화합물(LOHC, 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s) 형태로 변환하여 이송하거나, 수소를 직접 압축·액화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수소를 저장하는 비용은 암모니아와 비교하여 30배, 이송 비용은 암모니아의 3배가량 높다. 이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액화하기 위한 온도에서 기인하는데 대기압에서 수소는 –253℃, 암모니아는 –33℃에서 액화가 가능하다. 2050년 해외도입 수소가 전체의 8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소를 직접 장거리 수송에 적합한 이송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현시점에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여 직접 연소해 발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소 가문의 착한 선비, 암모니아

그렇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상향 목표에 맞춰 비교적 단기간 내에 적용할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할 대안은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바로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것이다. 암모니아는 우리가 쉽게 재래식 화장실과 홍탁집의 홍어에서 우리 코를 찡하게 했던 물질이다. 그 친구가 왜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일까? 암모니아는 3개의 수소와 1개의 질소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밀도가 훨씬 커서 부피당 수소 함량이 액화수소보다 2배가량 많다. 앞에서 말한 특성 비교에서처럼 암모니아는 수소의 까탈스러운 성질이 개선된 수소 가문의 선비이다. 먼 길을 갈 때 노잣돈을 많이 요구하지도 않고 차가 기능이 떨어진다고 투정도 하지 않는 그런 참한 선비여서 수소의 대용량 장거리 이송에 제격이며 잘 정돈된 성품 덕분에 연소 특성 역시 기존 화력발전소와도 짧은 시간 내에 친해질 수 있다.
암모니아를 사용하여 발전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먼저 주로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암모니아 상태로 운송한 후, 암모니아를 촉매를 사용해 화학반응으로 변환하는 개질(cracking)을 통해 완전히 수소로 바꾸고 연소 특성의 변화 추이를 살피며 천연가스와 혼합하여 연소하는 방법이다. 둘째, 수소의 급진적인 연소 특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암모니아를 부분적으로 개질하여 수소·암모니아 혼합체를 천연가스와 혼합하거나, 수소·암모니아 혼합체만으로 연소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50%까지 수소 또는 수소·암모니아 혼합체 연소를 실증하여 기술을 검증하고, 2030년대 초반까지 혼소율을 70%까지 증가시켜 확산 보급하는 2단계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석탄화력에 암모니아를 직접 주입하여 석탄과 함께 연소하는 것이다. 이 경우 비교적 간단한 설비 개조를 통해 발전이 가능하다. 국내외 기술적 성숙도를 고려할 때 석탄과 암모니아를 20%까지 혼합하여 연소하는 발전기술 실증을 2026년 말까지 마치고 비교적 짧은 건설 공기의 특성을 살려 2030년 말까지 대단위 확산을 추진할 수 있다.

암모니아와 수소로 2050 무탄소 전원화 이룬다!

장기적으로는 2035년∼2040년 사이에 상용화가 예상되는 수소 전소 가스터빈과 수소·암모니아 혼합체 전소 가스터빈의 개발에 힘입어 2050년에 잔존하는 가스터빈의 무탄소 전원화가 추진되어 보다 안정적이고 청정한 전원믹스 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석탄발전소의 무탄소 전원화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발전시스템이 필요한데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이는 가스터빈과 보일러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하이브리드 신발전 시스템으로 석탄사용을 “0”으로 하여, 암모니아와 수소만을 사용하는 고효율 청정 무탄소 발전시스템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무탄소 전원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380MW 용량의 가스터빈(표준 가스복합 모델, 550MW 복합발전, 50% 혼소율 및 50% 설비이용률 기준) 1기에서만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NEXO 기준) 13만 대 분량의 수소 수요를 안정적으로 창출하게 될 것이다. 안정적인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선순환을 통해 관련 산업 생태계가 육성되고 발전할 것이다. 나아가 수소 관련 산업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잔존가치가 충분한 기존 화력발전시스템을 개조/활용하여 보유 설비의 좌초 자산화를 막아내고 귀중한 국민의 재산을 보호, 관리하는 의무까지 다하게 되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