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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별빛 캠핑

글 나형주(KENTECH지원단 설립총괄실 차장) 사진 이원재(Bomb 스튜디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던 날, 바다를 향해있는 여수 낭도 캠핑장에 캠핑카 한 대가 들어섰다. KENTECH지원단 설립총괄실의 세 남자가 의기투합해 캠핑에 나선 것. 바삐 달려오는 사이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 우주를 만나고, 이별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KENTECH지원단 설립총괄실 3인방 캠핑카 체험

(왼쪽부터)KENTECH지원단 설립총괄실 이성준 차장, KENTECH지원단 설립총괄실 나형주 차장, KENTECH지원단 설립총괄실 백상욱 차장

캠핑에 진심인 남자들

캠핑카의 문이 열리자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티셔츠를 입은 세 남자가 등장했다. 001번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KENTECH지원단의 이성준 차장이 먼저 차에서 내리며 뒤따르는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우리 진짜로 이 옷 입고 찍을 거야?”
456번 참가자 나형주 차장과 드라마 속엔 없던 457번 참가자 백상욱 차장이 내리며 받아친다.
“오늘 아니면 언제 입어보겠어요~”, “형님, 생각보다 잘 어울리신다니까?”
그렇게 KENTECH지원단의 차장 삼인방은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가 되어 테마가 있는 캠핑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성준 차장이 여기서 제일 연장자라 001번이고요. 저랑 백 차장님은 456, 457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제가 456번을 가져왔습니다. 백 차장님은 이제 곧 중국지사로 이동하실 예정이신데, 중국에서 무단으로 참석한 인물로 치는 거죠.” 나형주 차장이 캠핑에 재밌는 설정을 더해본다.
“제가 001번이지만, 일단 세 명 모두 <오징어 게임>의 생존자 컨셉입니다. 001번, 456번, 그리고 참가하지 않은 457번 모두 생존자 아니겠습니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만담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니 이번 캠핑이 꽤 설렜던 모양이다. 드라마에 깊게 몰입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캠핑’의 본질이 야생에서의 ‘생존’인 만큼 틀린 말도 아니다. ‘재미있게’ 생존하기로 한 캠핑을 위해 다들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힐링, 우주 그리고 이별

“원래는 달고나부터 만들어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드라마가 워낙 히트를 쳐서 그런지 달고나 세트를 구할 수가 없었어요. 아쉽지만 오늘 입고 온 옷으로 대신하고, 일단 힐링부터 하시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불을 피우며 식사 준비를 시작하는 셋. 456번 나형주 차장과 001번 이성준 차장이 식자재를 준비했고, 중국지사에서 ‘깍두기’로 참가한 457번 백상욱 차장은 불 피울 준비를 담당했다.
“백 차장님은 워낙 캠핑 경험이 풍부해서, 아마 고기를 제일 잘 구우실걸요?”
“백 차장, 오늘은 딴 건 됐고, 무조건 고기만 잘 부탁해~”
공인된 ‘구이 전문가’ 백상욱 차장이 고기를 완벽하게 구워내자, 셋은 이내 모여 고기를 먹으며 힐링(?)을 했다. 풍경을 보는 것도 맛이지만, 일단은 먹는 게 힐링이라는 지론이다. 곧 중국으로 떠날 백 차장과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시작부터 아쉬워진다. 캠핑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광주에서 여수까지 운전을 담당한 나형주 차장은 식사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캠핑의 테마를 다시 한번 소개했다.
“오늘의 캠핑은 힐링, 우주, 그리고 이별 세 개의 테마로 계획했습니다. 우선 캠핑장에 먹고 쉬는 힐링이 있고 잠시 뒤 오후 5시부터는 ‘우주’가 테마입니다.”
이날은 오후 5시, 외나로도에서 한국의 기술로 완성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 날이었다. 발사일과 발사 시간에 맞춰 로켓이 날아가는 것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 낭도 야영장을 캠핑지로 선정한 데엔 역시 이유가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발사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우주를 꿈꾸던 소년들의 눈빛이 엿보인다.
“6, 5, 4, 3, 2, 1, 발사~~” 휴대폰을 보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잠시 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하늘로 날아올라야 했는데. 아뿔싸, 기나긴 대기 시간이 무색하게 로켓이 발사되는 순간 다들 다른 방향을 응시하는 바람에 누리호의 발사 모습은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발사 시의 굉음과 누리호가 지나간 흔적(연기)은 듣고 볼 수 있었다.
“제가 원래 우주소년단이었어요. 우주에 대한 동경은 계속 품고 있다가 좋은 기회로 발사를 직접 보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하지만 발사음을 직접 듣다니 감동입니다.” 나형주 차장이 말했다.
KENTECH지원단 설립총괄실에서 시작을 함께 일군 이성준 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 국내 기술로 발사체를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잖아요. 우리도 대학을 만드는, 회사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누리호 발사 장면을 눈에 담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내년 5월 2차 발사 때 다시 도전하자”며 아쉬움을 이겨냈다. 2% 부족함을 남긴 누리호 발사의 여운을 나누다 보니 캠핑장에 낭만스러운 밤이 찾아왔다.

낭만의 밤, ‘이별’을 기념하다

“오늘 밤 마지막으로 준비된 테마는 이별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을 우리 KENTECH지원단에서 함께 한 백상욱 차장이 다음 주 중국지사로 이동하게 되었거든요.”
곧 중국으로 출국할 백상욱 차장을 위해 이별을 테마로 잡았지만 백 차장을 쉬게 할 순 없었는지, 백 차장이 이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다음과 같았다.
“차장님~ 가시기 전에 최대한 많이 구워주고 가셔요~”
백상욱 차장은 설립 단계에서 필요한 각종 위원회와 회의를 도맡아 진행하는 등 그간 중요한 일을 많이 해냈다. 백 차장의 빈자리가 그리울 두 사람은 그렇게 마음을 표현했다.
“에이~ 형님. 저야말로 두 분께 많이 배웠죠. 두 분은 KENTECH지원단 설립멤버로 2017년부터 계셨으니, 그 경험과 업무 지식에서 제가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먼저 가지만 앞으로 개교까지 잘 마무리 부탁드려요!”
이성준, 나형주 차장은 지원단에 온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T/F 시절에 전 세계 대학을 다녔던 글로벌 벤치마킹, 8명 T/F 멤버가 주축이 되어 작성한 기초 구상안, 한전공대 포럼, 글로벌 컨설팅 용역, 대학설립기본계획 수립, 특별법 제정, 학교법인 설립 등. 내년 개교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어서일까?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린 밤하늘의 별은 평소보다 더 반짝였다. KENTECH지원단의 세 남자는 화로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과 함께 지원단에서의 즐거웠던 추억과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며 낭도의 밤을 보냈다.

KENTECH의 카운트다운! 이제는 현실로

이튿날 아침, 전날의 여유는 사라지고 아침 식사 준비와 퇴실 준비로 모두 분주하다. 틈틈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의미 있었는지 복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제는 꿈같은 하루였어요. 셋이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맛있는 음식도 먹고, 로켓 발사 현장에도 함께할 수 있었으니까요. 앞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한 느낌입니다. 백상욱 차장님이 떠나시는 게 아쉽지만, 떠나기 전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린 것 같아 기쁩니다.”
나형주 차장의 소감에 더해 백상욱 차장이 답했다. “대학 설립 업무라는 생소한 업무를 짧지 않은 기간 함께하며 정도 많이 들었는데 떠나려 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두 분이 잘 마무리 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계속 관심 갖고 지켜볼게요!”
“처음이어서 힘든 부분도 있지만, 대학설립 업무 자체가 호흡이 긴 업무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17년 T/F 조직이 생기고, 이렇게 4년 넘는 기간 업무를 수행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긴 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는 만큼 남은 나 차장을 포함해 동료들과 좋은 대학 만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직원 여러분들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성준 차장이 말했다.
그렇게 세 명의 오징어 게임 참가자는 모두 ‘생존자’가 되어 다시 캠핑카에 올랐다. 바쁜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1박 2일의 짧은 일정 동안 힐링, 우주, 그리고 이별을 경험한 이들이 다시 현실로 복귀해야 할 시간이다. 이들의 다음 여행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여행은 어떤 모습일지, 얼마나 유쾌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안전 수칙을 지키며 활동을 진행했고,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