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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아치여도 사랑해!
또 다른 이름의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이은소 KENTECH지원단 차장

매년 9월이 되면 여름휴가 다음에 긴 연휴, 추석이 온다는 사실에 설렙니다. 그러나 온 가족들이 화기애애하게 모이는 추석 때, 소외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입니다.
현재 저희 집에는 고양이 두 마리, 첫째 탄이(남)와 둘째 깻잎이(여)가 있습니다. 첫째 탄이는 2018년 추석 연휴 다음날, 오피스텔 옥상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간만에 가을바람을 쐬러 간 옥상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습니다. 탄이었습니다. 전 주인이 같이 놓고 간 듯한 때 묻은 분홍 극세사 이불을 자신의 진지로 삼은 탄이는, 산책하는 내내 쫓아다니며 발에 채일 정도로 뒹굴거리며 필사적으로 애교를 부렸습니다.
다행히도 탄이의 기묘한 옥상 생활은 약 두 달간 평화롭게 유지되었습니다. 필살 뒹굴기 애교로 많은 팬을 확보한 탄이는 쉼 없이 간식을 받아먹으며 점점 얼굴이 동그래졌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발에 채였는지 경계 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탄이는 옥상에서의 팬 미팅을 즐기며 유유자적 헬기장을 자신의 전용 스크래쳐로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옥상에서 빨래를 말리거나 무말랭이를 만들던 입주민들에게는 자신의 물건을 물어뜯는 해로운 털 뭉치로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주민의 신고로 11월의 어느 날 탄이는 커다란 철망에 갇혔다가, 옥상 밑 계단에서 덜덜 떠는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솔직히, 옥상 밑에서 덜덜 떠는 탄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키우겠다고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라곤 햄스터나 병아리, 토끼로 1년이 최대치에, 고양이에 대해서는 웹툰으로만 정보를 접했을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탄이는 사람들 앞에서 흰 배를 보이며 뒹굴거리는 애교는 부리더라도 전 주인이 아니면 자신의 몸에 손 하나 못 건드리게 하는 탓에 안아서 구조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틀 내내 문틈 사이로 장난감을 흔들며, 문 앞에 뿌려놓은 간식으로 탄이를 집으로 유인해 구조했습니다. 그렇게 구조한 고양이가 주인의 위기 상황마다 도움을 주고 힐링을 가져다주는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불행히도 탄이가 가족의 일원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당장 상의 없이 들어온 탄이를 마주한 아빠가 “고양이야, 나야, 선택해!”란 불호령에 덜덜 떨다가 ‘쉬야 테러’를 하더니(정작 탄이가 들어오고 1년도 채 안 돼서 아빠는 손수 둘째 깻잎이 입양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출근하고 들어오면 제 주식으로 사놨던 대만샌드위치에서 ‘햄’이 아닌 몰랑한 흰 빵만 훔쳐 먹는 ‘괴도 루팡’으로서의 면모도 톡톡히 선보였습니다. 간혹 새벽만 되면 탄이는 전 주인이 생각나는지 방안을 배회하면서 구슬프게 야옹거리곤 했습니다. 탄이가 ‘버려짐’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고 가족의 1인자이자 진정한 ‘냥’아치로 거듭나기까진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이 뭐냐? 물어보신다면, 비록 ‘냥’아치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일원인 동물들을 버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본인 사료 값을 벌기 위해 나가서 야근하고 돌아오면 현관 앞까지 와서 ‘왜 이제야 들어왔어!’라며 시끄럽게 야옹거리며 걱정해주는 가족이니까요. 평소에는 도끼눈을 뜨고 깨물다가 실수로 간식 창고만 열면 착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속 보이는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잠들 때마다 침대에 뛰어 올라와서 발에 닿는 따뜻한 털 감촉을 느낄 때마다 얼마나 서로 의지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번 추석, 세상 제멋대로이면서도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또 다른 가족, 반려동물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둘째 깻잎이

  • 옥상시절의 탄이

  • 지금의 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