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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이 진리였던 시대는 안녕!
부동산 시장의 디지털 혁신, 프롭테크

글 강민혜(디지털데일리 경제부 기자)

프롭테크(Proptech)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엔 단순한 매물 중개나 거래에서 나아가 3D 공간 설계,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건물 관리 등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팬데믹이 부추긴 디지털화

비대면 시대, 현장에 가보지 않고도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전에도 건설사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등을 활용한 가상 모델하우스는 존재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실물을 기반한 것으로,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고객들이 내부 콘텐츠를 미리 체험할 수 있게 돕는 형식이었다. 일부는 홈페이지에 모델하우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가상공간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는 ‘미리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현장에 가는 것을 생각하고 보는 참고용 페이지였던 셈이다. 전적으로 가상공간만 믿고 집을 구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담론이 거세진 건, 팬데믹 이후다. 현장 모델하우스는 예약제와 소규모로 운영되거나 폐쇄됐다. 이들의 여백을 채운 건 온라인이었다. 부동산과 기술의 융합, ‘프롭테크(Proptech)’가 부동산 시장의 새 해답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복덕방’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난 6월, 10~20세대의 점유율이 높은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프롭테크 기업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이어 7월엔 롯데건설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들에게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면서 자신들의 새 혁신기술을 강조했다. 직방은 프롭테크 기업 전환을 선언과 동시에 단순 플랫폼 기업이 아닌 부동산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래까지 그렸다. 현재 해외 메타버스 플랫폼들을 참고해 이른바 ‘메타폴리스’를 만들며 가상공간의 부동산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는 솔루션 판매를 통해 자사 직원들은 물론, 미래에 확보할 협력사의 메타폴리스 내 근무를 돕겠다는 목적이다.
프롭테크 기업 전환을 선언한 부동산 플랫폼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 내에서 수년 전부터 존재했다. 다만 팬데믹 이후 가상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주목받는 정도가 달라진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제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특히 프롭테크를 제도 개선의 주축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부동산 산업의 낡았던 부분들을 프롭테크 신규 사업모델 구축과 전환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민간에서 소비자 요구사항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존 실거래 정보 외에도 아파트 창향, 건물 도면 정보 등 공공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여 부동산 데이터 경제기반을 확립할 예정이다. 또한 민간 데이터와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융복합 데이터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 및 추진할 계획이다.

뷰(View)와 일조량까지 미리 본다

업계에서도 이에 활발하게 반응하고 있다. IT 솔루션 기업 ‘코오롱베니트’는 사내 벤처를 분사해 프롭테크 기업 ‘리얼리랩’을 만들었다. 리얼리랩이 출시 예정인 ‘리얼리’는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수요자 맞춤형 부동산 컨시어지 서비스다. AI 알고리즘이 매수자의 활동 지역, 대중교통 소요 시간, 선호하는 평형 등을 기반해 매물을 추천해준다. ‘어반베이스’는 평면으로만 볼 수 있었던 건축도면을 3D 입체화면으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밖에 이동통신사와 일부 대기업도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프롭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굴지의 건설사들 또한 부동산 솔루션을 반영해 자사의 평면, 상품 정보를 가상현실로 경험하고, 전시 품목, 마감재, 전망권, 시간대별 일조량 등 수요자가 쉽게 놓칠 수 있는 정보들까지 풍부하게 제공한다.
프롭테크의 부상과 함께 떠오른 키워드가 있다. 바로 ‘LI(Location Intelligence, 위치 기반 인공지능)’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LI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비즈니스 측면에서 LI 기반으로 공간적 분석을 내놓고, 이에 맞춰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5GX 로케이션 랩스(Location Labs, 위치 정보 연구실)에서는 LI 사업화를 준비 중이며, 성과 평가를 진행한 후 고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최근 출범한 다수의 프롭테크 플랫폼 기업도 부동산 매물을 AI 기반으로 정확히 판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발품’ 보다 ‘손품’을 팔아야 한다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지역마다 관행이 다른 로컬 산업인 부동산 분야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한 프롭테크,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