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이 우리를 보호할 거야
갑질 대응 가이드
글 편집실 참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매뉴얼
외신 BBC가 ‘오늘의 단어’로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꼰대(KKONDAE)’를 소개한 게 뉴스거리가 되기도 전 ‘해외 진출’에 먼저 성공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갑질(GAPJIL)’이란 단어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은 권위주의와 특권 의식을 엿보이는 말들이 널리 알려지니 어쩐지 씁쓸하다. 그렇다면 실제 세계에서 우리가 만나는 갑질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대처, 아니 막아야 할까?
DO YOU KNOW ‘GAPJIL’?
‘갑질’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말한다. 갑질로 정의되는 행동들은 어느 때나 있어왔다. 법에는 모욕이나 폭행, 상해와 같은 명목이 있다. 하지만 언어나 물리적 폭력으로 범주화되지 않는 피해도 많다. ‘갑질’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사건들 탓에 많이 언급되었지만, 청렴하고 ‘클린’했던 우리 삶에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어느 날 뚝 하고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나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2019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적어도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동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괴롭힘’의 범주는 넓고 모호하지만 말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갑질에도 조건이 있다
직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갈등이 존재하지만, ‘괴롭힘’의 기본 개념은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갈등을 괴롭힘으로 판단한다. 괴롭힘과 갈등의 경계에 있는 경우 행위의 횟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셋째,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위의 세 행위 요건만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저게 왜 갑질(괴롭힘)이라는 거지?’, ‘저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괴롭힘의 판단에서도, 처리원칙에서도 ‘피해자’ 입장에서의 공감이 사실 가장 중요하다.
SUSCEPTIBILITY갑질 감수성 지수
*본 지표는 직장갑질119가 연구팀을 구성해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구성해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감수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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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주는
리더의 5대 수칙1_ 옛날 기억은 잊습니다.
2_ 휴가나 퇴근에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습니다.
3_ 호칭, 말 한마디, SNS 글 한 줄에도 예의를 갖춥니다.
4_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격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5_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직원이 있는지 세심히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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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구성원 5대 수칙1_ 당신의 용기가 존중하는 직장문화를 만듭니다.
2_ 상대방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3_ 농담, 선의라도 불쾌감을 줄 수 있음을 상기합니다
4_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사규를 숙지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봅니다.
5_ 피해를 호소하는 동료의 의사와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출처 :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매뉴얼(직장갑질 119, 2021)
나부터 돌아볼 때 우리가 바뀐다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분쟁이나 갈등은 불가피하다. 직장이라는 공적인 공간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괴롭힘(갑질)을 예방하는 방법은 그것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각자가 살아온 시간의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작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처지에 공감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회사라면 예방책과, 대처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야 함은 물론이다.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 개인 차원에서는 달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개인 차원의 정신건강 관리, 건강한 마음가짐을 통해 자존감을 확보하고, 부당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