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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톡 어게인’

송계윤 보은지사 전력공급팀

한동안 우리 가족은 ‘싱 어게인’이라는 TV 프로그램에 푹~ 빠져 지냈다. 무명 가수들이 나와서 번호표를 달고 노래하는 프로그램인데,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아니어도 나의 학창 시절과 함께했었던 노래들을 불러주고 아들, 딸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같이 노래를 듣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참 즐겁고 행복했다. 특히 내 속을 무척이나 썩였던 아들의 음악 코드가 나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이번 계기로 알게 되었다.
워킹맘을 둔 덕에 생후 3개월 아기 때부터 남의 손에 커왔고 중학교 시절에는 격한(?) 사춘기를 겪으면서 선생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 것만 해도 몇 번이었는지…. 부모 면담에, 부모 교육에 우리 부부는 학교를 많이도 찾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아찔하다. 매일 힘들고 아슬아슬했던 시간도 어느덧 흐르긴 했다. 지금은 음악 코드와 대화 코드가 맞는 고2 아들로 훌쩍 커 버렸다.
말썽꾸러기 아들내미가 그리운 건 나뿐일까? 아이들이 커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나의 삶이 좋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코흘리개 말썽꾸러기 아들, 매일 병원을 들락거리던 딸과 전전긍긍하던 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런 모순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힘든 세월을 이제는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즘 아들과의 대화는 새롭고 즐겁다.

“인천 앞바다(인천아빠다)의 반대말은?”
“인천 엄마다!”
“사냥꾼의 사냥이 합법한 이유?”
“타당해서”

조금은 어이없고 유치한 아재 개그로 나의 지친 하루를 응원해주고, 내 세대의 유머에 공감해주기도 하고, 가끔은 현실적인 조언과 충고로 나를 위로해주는 아들과의 대화는 나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들과의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인생이란 건 혹은 산다는 건 추억을 쌓고 추억을 그리워하다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하루하루 잊혀 가는 추억이 가끔 씁쓸하지만 사라지는 만큼 쌓이는 추억이 나를 바쁘게 한다. 오늘도 나는 출근한다.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추억 속으로….
‘싱 어게인’에서 우리 가족의 환호를 제일 많이 받았던 30호 가수 이승윤이 불렀던 노래 중 산울림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사우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를 이어주고 추억으로 남겨주었던 그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