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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휴식과 재충전을
진단하다

글 신고은(심리학자,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 저자)

직장인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은 짧다. 하루 중엔 저녁 시간이,
한주엔 주말이 주어지지만,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늘 부족하다. 쉼과 재충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 아닐까?
2년째 정체되고, 꽉 막혀있던
우리의 쉼, 올여름의 재충전엔
무엇을 가장 첫 번째로 두어야
할지 점검해보자.

각자만의 전투로 소진된 현대인들

맹수, 날씨, 다른 부족. 원시인에게는 세상 모든 게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상대보다 강할 때는 맞서 싸워야 했고 약할 때는 도망가야 했다. 싸우는 쪽이든 도망가는 쪽이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모으는 작업에서 나타나는 몸의 반응을 ‘투쟁-도피 반응’이라 한다. 이 순간 우리 몸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초인적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래서 위기 상황이 오면 나도 몰랐던 나의 괴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길에서 맹수를 만날 일도, 날씨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받을 일도 없다. 대신 더 강력한 적, 바로 스트레스가 늘 우리를 괴롭힌다.
스트레스가 우리를 찾아오면 우리의 몸은 원시시대 때와 같이 준비한다.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조상들은 하루 24시간 적을 만나지 않았기에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이 틈틈이 주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하루 온종일 스트레스라는 적과 마주하며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매일 에너지를 총동원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에너지가 무한정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처럼 미래에 쓸 에너지를 당겨쓰고, 이 에너지가 고갈되고 나면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 다행히 여기에 해결책이 있다. 얼마나 나의 에너지가 소진되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충전하는 것이다. 올여름에는 나에게 남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보고 어떻게 다시 채워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스트레스 자각 척도로 알아보는 휴식 솔루션SOLUTION

지난 한 달 동안, 각 질문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자주 느끼거나 생각했는지 체크하고 숫자를 합산해 보자.

문항 전혀 거의 때때로 자주 매우자주
예상치 못했던 일 때문에 당황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0 1 2 3 4
중요한 일들을 조절할 수 없다는 느낌을 얼마나 경험하였습니까? 0 1 2 3 4
신경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얼마나 경험하였습니까? 0 1 2 3 4
당신의 개인적 문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얼마나 자주 자신감을 느꼈습니까? 4 3 2 1 0
일상의 일들이 당신의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얼마나 경험하였습니까? 4 3 2 1 0
당신이 꼭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0 1 2 3 4
일상생활의 짜증을 얼마나 자주 잘 다스릴 수 있었습니까? 4 3 2 1 0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얼마나 자주 느끼셨습니까? 4 3 2 1 0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 때문에 화가 난 경험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0 1 2 3 4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이 쌓여서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셨습니까? 0 1 2 3 4
출처 : 한글판 스트레스 자각 척도의 신뢰도와 타당도 연구, 정신신체의학(2012) 총점 (                  )
  • 0단계 이 정도쯤이야ㅣ13점 이하

    지금 상태 그대로
    go!

    우리는 똑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번지점프를 어떤 사람은 공포라고 보고, 어떤 사람은 스릴이라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 단계에서 스트레스는 당신의 삶을 더 에너지 넘치게 만들 수 있는 자극이 되어주고,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

  • 1단계 경고 신호 발동!ㅣ14-16

    충분한 수면과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하기

    몸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경고’하며 투쟁-도피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정되어 있는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려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지만, 수면과 휴식 등을 통해 충전이 가능한 시기다.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뇌의 에너지원은 당이기 때문에 달콤한 음식을 섭취해 주는 것도 단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 2단계 신체 증상 체크요망ㅣ17-18

    스트레스원을
    파악할 것

    에너지는 계속 사용되지만 이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점점 고갈이 시작된 단계. 만성피로, 신경성 위염,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이 특별한 원인이 없는 신체 증상 여부를 확인하자. 투쟁-도피 반응의 지속으로 간에 무리가 생기거나 심장이 너무 열심히 피를 쏟아낸 탓에 심장질환과 혈압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스트레스원을 확실히 파악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 3단계 소진주의보ㅣ19

    회복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 갖기

    ‘소진’ 단계에 오면 우리의 마음은 스트레스에 적응해버린다. 이 정도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는 거라며 합리화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스트레스원이 나타났을 때 대처할 에너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와 같은 마음의 병이 생기고, 과로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찾아온다. 하던 일을 멈추고 회복에만 집중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도전 의식을 일으키거나 삶의 의욕을 일으켜 세우는 각성제가 된다.
하지만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이미 많은 에너지가 고갈된 것을 의미한다.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지금 쉬지 않으면 끝까지 완주할 수 없다. 장기적인 ‘충전’을 위한 각자만의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