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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본캐 찾기!

이예진 남양주지사 전력공급부 대리

“세상 활발하고 말을 안 듣고 귀엽습니다.” 인생에서 세 번째 여름을 맞는 우리 아들에 대한 정의입니다. 가정 상담 설문지에 적은 이 세 마디에 육아에 대한 저의 모든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결혼하고 8년 만에 딩크족에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변덕으로 지금의 천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를 안 가지려고 했던 것도, 가지려고 했던 것도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어요. 내 손톱 하나 깎기가 너무 귀찮음이 전자의 이유, 내 얼굴에서 나이 듦이 느껴진 게 후자의 이유였죠.
지금은 자기 전에 같이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포크레인 봤지, 오늘 헬리콥터 봤지, 경찰차 봤지라는 말을 듣는 게 하루 중 최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세상을 움직이는 사회의 일원이 되었을 때는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살겠노라 호기롭게 다짐했었죠. 하지만 나이에 1이 더해질수록 ‘나’의 부캐는 하나씩 추가됐습니다.
입시, 취업(추가로 결혼, 출산)의 단계를 거치면, 졸업장도 종료 휘슬도 없는 무한 달리기가 시작됩니다. 우리의 부캐들은 민원 응대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연중행사들도 챙기면서 나를 포함한 가족의 건강도 챙겨야 하고 아프지도 말아야 해요. 그뿐인가요. 자기 계발도 해야 하고 여가도 즐겨야 발전이 있고, 재충전이 된대요. 그마저도 마스크에 들어가서 세상을 바라보니 원하는 것을 원할 때 했던 건 참 좋은 시절이었나보다 싶어요.
요즘은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제나 허탈한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사실 요즘도 가끔 맘이 허합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체력도 부족하고, 할 수 있는 것도 더 적어지는 먼 미래가 불안하기만 해요.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승진해도 나이가 들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돈이 많으면 해결될까요? 아마 아니겠죠?)
그때를 대비해서 평생 함께할 친구 같은 취미, 나의 노후와 다음 세대를 위한 자본소득을 준비하려 합니다. 힘들 때 원동력이 되는 것이 버킷리스트인데, 피아노 배우기, 태국 한 달 살기와 같은 목표를 하나씩 세우고 있어요. 하나씩 성취해가는 나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고, 아이도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실현해갔으면 합니다. 아이도 저도 작은 꿈들을 향해 한 걸음씩 함께 걸어가며 허물없고 구김살 없는 밝은 사람이 되어가길 바랍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도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는,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 그것이 저의 본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