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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담긴 생명력을 찾아서 이인섭 개인전 《From-Nature》, 김재신, 탁노 2인전 《산해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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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지홍(미술평론가,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

여름의 생명력이 꿈틀대는 6월,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 두 편의 전시가 개최된다. 김재신 작가와 탁노 작가의 2인전 《산해진미》와 이인섭 작가의 개인전 《From-Nature》가 그 주인공. 별도로 기획된 두 전시지만, 흥미롭게도 전시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느껴진다. 두 개의 전시, 세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이 모두 강한 에너지를 담은 회화라는 점이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가까이 다가가다
《From-Nature》 (1,2전시관, 기획전시관, 6.22~6.29)

From Natureㅣ이인섭ㅣ145×96cmㅣ Mixed mediaㅣ2020



1,2전시관과 기획전시관을 아우르는 대형 개인전 《From-Nature》의 주인공은 이인섭 작가다. 이인섭의 회화는 아름답다. 어떤 그림은 감상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이인섭 작가의 작업은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가까이 다가간 회화다. 자신을 둘러싼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는 그의 그림은 꽃, 나무, 숲, 새, 고양이 등 그 존재 자체만으로 기분 좋게 해주는 대상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자연으로부터’라고 해석할 수 있을 ‘From-Nature’가 이번 개인전의 제목이자 개별 작품의 제목이라는 점은 자연이 이인섭 작가의 작품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을 표현하는 전통적 방식도 매력적이다. 영상, 3D프린터, 증강현실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실험적인 작품이나 자극적인 형식을 택한 작품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오늘날 전통 회화 기법을 충실하게 이어나가는 그의 작품이 감상자에게 편안함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데서 머문다면 그의 작품만의 매력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회화 작업을 통해 느끼고 싶은 것은 그려진 대상을 소화하고 해석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개성이니 말이다. 이인섭 작가가 택한 작업방식은 작가가 파악한 대상(주로 자연물)의 본질을 단순화시킨 후 굵은 터치가 인상적인 힘찬 붓질로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작가의 눈에 포착된 풍경이 작가의 내면에서 숙성되기까지의 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넉넉한 크기의 붓에 물감을 찍어 캔버스로 옮기는 것은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 거침없는 붓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움직임을 남기고, 그림의 감상자는 풍경과 함께 이인섭 작가의 창작과정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보다 추상적 요소를 강조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꽃이나 나무의 모습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여전히 구상회화로서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 자리하고 있지만, 풍성한 자연의 모습을 더욱 패턴화한 작업들을 선보임으로써 반추상의 느낌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어 이어지고 있는 것, 그리고 변화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흥미로운 전시 감상이 될 것이다.

색채의 선택과 조화, 굴곡이 만들어내는 강렬함
《산해진미》 (1전시관, 6.10~18)
  • 동피랑이야기 ㅣ 김재신 ㅣ 116,5 x 90.3 cm ㅣ 목판 위 색조각 ㅣ 2019

  • From the cliff ㅣ tuk`noㅣ 90.9 x 72.7 cmㅣ 2019

독창적인 질감의 작품을 선보여온 두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의 제목 ‘산해진미’는 전시의 특별한 ‘맛’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작가를 관통하는 맛은 ‘강렬함’이라 하겠다. 색채의 선택과 조화 그리고 화면에 만들어낸 굴곡이 만들어내는 강렬함을 만나보자.
김재신 작가는 ‘동피랑 작가’로 불린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어우러진 통영의 동피랑 언덕에서 활동하며 동피랑의 풍경을 화폭에 계속해서 옮겨왔다. 〈동피랑 이야기〉, 〈섬〉과 같은 김재신 작가의 대표작 대부분이 동피랑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김재신 작가를 칭하는 또 다른 호칭은 ‘조탁의 작가’다. 동피랑 작가가 그의 삶과 작품의 주제에 대한 호칭이라면 조탁의 작가는 주제를 펼쳐내는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에 기인한 이름이다. 작품을 만나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평면 위에 그려진 일반적인 회화가 아니라 목판을 쪼아 새긴 굴곡 위에 비로소 색을 칠해 완성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판화와 회화의 만남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는 작품에 만들어낸 깊이를 통해 일렁이는 파도를 탁월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목판을 파내지 않은 평평한 부분과 입체적으로 표현한 부분을 대비 시켜 자신이 강조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굴곡에 맞춰 절묘하게 채색된 색채의 조합은 잔잔한 수면 아래로 강한 힘을 담고 있는 바다를 보는 듯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탁노 작가는 작가의 내면을 투영한 완전한 추상을 그린다. 구체적 대상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캔버스는 특정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색과 형태 그리고 물감의 질감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화면 전체의 느낌을 감상할 때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이용한 작업이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그린다’는 작업방식을 벗어나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고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화면을 만들어가는 그의 작업은 액션페인팅의 거장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의 작업을 떠올리게도 한다.
탁노 작가의 근작들은 ‘Wild aura’라는 하나의 큰 주제 아래에 수직의 선이 강조된 〈Wild aura Forest song〉, 수평의 선이 강조된 〈Wild aura Water song〉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여기서 Wild aura는 생명의 에너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삶은 고통이다”, “나의 작업은 절규다”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내적 에너지를 표현하였고, 그 결과 탄생한 화면은 작가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감을 섞고 뿌릴 곳을 구상해나가는 작가의 계획과 붓에서 떨어져 나와 캔버스에서 터지듯이 번져 나가는 물감의 우연성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화면이 전하는 감각에 집중한다면 어렵지 않게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한전아트센터는 우리 회사가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공연장, 갤러리, 전기박물관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됐다. 특히 한전아트센터 갤러리는 명절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여는 ‘도심 속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72길 60 한전아트센터 1층(양재역 7분 거리)
운영시간 : 매일 10:00~17:00 명절 휴관 / 무료 관람